금리

한국은행은 지난 6월 10일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2.00%로 동결했다. 이로써 사상 유례 없는 초저금리가 16개월이나 이어지게 됐다.

비록 금리 동결 방침이 정해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향후 금리 인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6월 금통위 발표문을 보면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5월 금통위 발표와 6월 발표 중 가장 확연히 나타나는 차이는 ‘향후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용 전략은 ‘경기 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물가 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의 선제적 대응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그러나 통화정책이 결코 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금통위는 또한 국내 경기가 ‘회복세’에서 ‘상승세’로 진입했다며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증가세가 일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고용 사정도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한층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6월 금통위에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윤 장관은 지난 6월 14일 경제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6월 18일 한 조찬 강연에서는 “하반기 물가가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갭의 플러스 전환, 통화 유통 속도 상승세 확대, 생산자 물가의 빠른 상승 등으로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연이어 물가 안정 기조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윤 장관은 “현재의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돌발 변수가 없다면 연간 5%를 웃도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호조세 지속과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국내 경기 상승세’…3분기 인상 유력
금융 완화 지속 시 인플레이션 위험

지난 6월 21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한 김중수 총재는 “금융 완화 기조가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가격 급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취임 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 구체적으로는 8월을 금리 인상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2분기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하고 유럽 재정 위기 사태의 추이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7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보다 강하게 표명하고 8월부터 단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증권사들도 3분기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오창섭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이 지난 2005년 기준금리 인상 당시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SK글로벌·신용카드 사태 이후 지속된 기준금리가 2005년 하반기부터 인상됐는데, 이를 앞두고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는 것. 오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투자금이 안전 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완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된 저금리에 따라 채권 투자 메리트가 저하되고 경기가 상승하면서 외면 받던 위험 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증가하리란 전망도 이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급격한 출구전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중수 총재는 6월 금통위에서 물가 안정 기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금융 완화 기조는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감안해 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경기 회복세가 강하기는 하지만 남유럽과 동유럽 사태의 단서를 붙이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전문가들도 유례없는 저금리 상태를 ‘정상화’하는 수준의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