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10대 경제 이슈 대예측
2010년 하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비틀거리는 유럽의 몇몇 국가들처럼 위기 속에서 허우적댈 수도 있고, 반대로 세계경제를 이끄는 이머징 마켓의 ‘맹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보다 냉철한 눈으로 경제의 여러 변수들을 바라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행동에 옮겨야 한다.

그렇다면 그 첫걸음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고용률·수출 등 여러 면에서 ‘화려한 부활’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선전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하반기 한국 경제는 상반기에 비해 약간 주춤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성장률 측면에서 유럽발 경제 위기가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적지 않은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들에 따라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크게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이 둔화돼 당연히 소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계 부채의 부담이 절대적 및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소비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부채(가처분소득 대비 140% 수준)가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어서 향후 소비 확장을 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133% 수준이다. 또 기업의 소비라고 볼 수 있는 설비 투자 역시 3분기 중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수출이다. 물론 상반기보다는 둔화되겠지만 수출 증가율은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해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초과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기 회복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수출 증가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 전망액 2222억 달러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8% 상승이지만 상반기 대비로는 0.3% 감소된 수치다.

수출 증가율, 꾸준히 유지될 것

수출 기업이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이 같은 수출 증가세는 고용 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 지원에 의존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겠지만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으로 기업들의 노동 수요가 확대되며 연간 30만 명 내외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환율은 하반기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70원으로 11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각각 1105원, 1065원으로 상반기 평균 1146원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가 속도를 늦춰감에 따라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시장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낼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는 너무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 시장 흐름을 확인해 가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투자 매력이 높고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보다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하락 압력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는 기존의 대형주 위주의 펀드를 기본으로 중소형주 위주의 펀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올 하반기는 과거 중소형주가 초과 수익을 냈던 시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안정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보기술(IT) 및 설비 투자 관련주와 기계 업종에 승산이 있다”며 “이에 주력하는 중소형주 펀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도 어두운 편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전반적인 실물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고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수 의사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함 실장은 “하반기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의 시계 속에서 뚜렷한 회복 변수인 부동산 부양책이라는 상승 동력마저 찾기 힘들다는 점도 일정 부분 주택 시장의 가격 조정과 거래 부진을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부족해 올해의 상황이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테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금리의 경우 올 3분기 내에 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7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보다 강하게 표명하고 8월부터 단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금융가에서 바라보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