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선 기업이나 경제연구소, 그리고 정부 기관에 따라 약간씩 견해가 다르다.

일례로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우리나라 기업 최고경영자(CEO) 281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물었다. 응답자의 63.4%가 5.0%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5%로 예상한 답변이 26.7%로 가장 많았으며 5.0%가 26.3%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201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5.0%에서 연 5.8%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장관은 “하반기는 전년도의 기저효과 등으로 성장률이 다소 낮아지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CEO들이 현 경기 상황을 바라보는 것과는 분명한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장관은 이 같은 낙관적 전망과 관련해 “우리 경제는 1분기 성장률이 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며 “국제기구와 해외 언론 등에서 우리나라를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삼성·현대·LG 등 민간 경제 연구 기관들이 제시하는 5.0~5.3%보다 높은 수준이다. 달리 말하면 이들 민간 경제 연구 기관들이 향후 우리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정부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얘기다.
[2010 하반기 한국 경제 대전망] 5.0~5.8% ‘대세’…‘경계’ 목소리도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 이뤄져야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국책 연구 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월 22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주최한 국가 재정 운용 계획 토론회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KDI는 특히 유럽발 경제 위기가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한욱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의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재정 적자는 앞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전제되더라도 당분간 지속되고 신용 등급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연구위원은 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소한 단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은 대부분 하락했으며 세계경제 잠재성장률도 다소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도 KDI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들로 인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크게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본부장은 최근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 급랭이 나타날 우려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의 악재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유럽발 재정 위기 외에도 몇 가지를 꼽았다. 먼저 외화자금의 불안정성 증대다. 단기 외화 차입이 급증한 상태에서 남유럽 재정 불안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 주택 시장의 ‘부채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가계 부채발 소비 부진의 심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도 하반기 우리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거론됐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기 제약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불안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고 급격한 외화 유출을 안정시켜야 하며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 노력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 활성화, 국내 산업의 고용 창출력 제고, 과학기술 투자의 효율성 증대,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와 수급 구조 개선, 재정 건전성 기반의 확충 등에 정책적 역점을 둬야 한다는 그는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