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한국신용평가정보 공동 선정
역전의 순간은 짜릿하다. 강자는 늘 강하고 약자는 늘 약하다면 보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변은 늘 관중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기업 활동도 비슷하다.기업 순위의 자리바꿈은 경제 주체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이는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009년 최종 사업보고서가 3월 말로 마무리되면서 2010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이 윤곽을 나타냈다.
눈에 띄는 것은 2010년 상반기 증시를 이끌고 있는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 관련 업체들의 순위가 대폭 오르면서 잔잔하던 한국 산업 지형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경비즈니스가 한국신용평가정보와 공동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기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올해 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스마트폰, 3D TV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가 주도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도주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기·LG이노텍·삼성SDI·삼성테크윈·LG화학·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글로비스 등은 역시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크게 올랐다. 한국 증시를 이끈 것이 단순히 ‘세력’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 것이 입증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의 2위 기업으로 당당히 올라섰다는 것. 현대차는 줄곧 한국전력·포스코·국민은행의 그늘에 가려 3~5위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2008년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403위로 내려가고 국민은행이 금융지주사로 바뀐 뒤부터는 포스코와 경합을 벌이다 올해 ‘넘버2’ 자리에 오른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2009년 실적을 보면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의 판매량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메이커’로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
IT·자동차 업체들 ‘큰 폭’ 부상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11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더 놀라운 것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9위로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공동으로 부품을 납품하면서 동반 성장을 이룬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비스도 59위에서 45위로 14계단이나 올라섰다. 자동차 외관에 사용되는 강판을 만드는 현대하이스코도 지난해 104위에서 올해 77위가 됐다.
타이어 업체들도 동반 성장했다. 한국타이어는 전년 90위에서 올해 39위로 올랐다. 특히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484위에서 올해 100위로 ‘100대 기업’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국내 타이어 업계 2위였던 금호타이어는 아쉽게도 관리종목에 편입되면서 순위 산정에서 제외됐다.
IT 주도주의 경우 반도체·스마트폰·액정표시장치(LCD)의 성장으로 부품 업체들의 실적이 눈부시다. LCD 부품과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7위로 2계단 상승했고,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69위에서 32위로 37계단 올랐다.
LCD패널과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도 74위에서 35위로 39계단 상승했다. 삼성테크윈은 70위에서 50위로 올라섰고, LG마이크론과 합병하며 LG마이크론의 자리를 이은 LG이노텍은 78위로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IT·자동차 업종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을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호남석유화학은 전년 436위에서 올해 26위로 정상화에 성공했고, 태광산업도 457위에서 73위로 올라섰다. 케이피케미칼은 329위에서 83위로, SK케미칼은 186위에서 85위로 대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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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선정 과정 및 지표
시총·매출액·순이익 종합 평가 최근 미국에서 애플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누르고 IT 기업 1위가 됐다는 뉴스에서처럼 최근에는 시가총액이 기업규모의 중요한 잣대가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한다.
그러나 시가총액만으로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는 ‘작전주’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매출액과 순이익이다.
두 가지 지표는 기업의 영업 활동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미국의 포천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500대 기업’을, 포브스는 매출액·순이익·총자산을 기준으로 ‘미국 500대 기업’을 발표한다.
한경비즈니스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공동 선정한 ‘한국의 100대 기업’은 시가총액·매출액·순이익의 3요소를 같은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다. 랭킹 결정은 3가지 요소별로 1위부터 꼴찌(1535위)까지 순위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부문에서 5위, 매출액 부문에서 8위, 순이익 부문에서 10위를 했다면 총점은 23점이 되는 것이다. 총점이 작은 순서대로 상위에 랭크된다. 이번에 모든 부문에서 1위를 한 삼성전자는 총점 3점으로 최종 순위 1위가 되는 것이다.
‘2010년 한국의 100대 기업’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806개 회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상장 회사 중 생산 활동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같은 특수 기업(뮤추얼 펀드, 리츠 및 선박 투자회사) 54개사, 관리대상 기업 109개를 제외했다. 또 신설 법인, 신규 상장 업체의 경우 2009년 전체의 영업 활동을 비교하기 어려우므로 제외됐다.
지난해 32위였던 한진해운은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한진해운은 2009년 12월 1일 신설 법인으로 등록돼 순위 산정에서 제외됐다.
대한생명·동양생명은 신규 상장이므로 제외됐으며, 키움증권은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신규 상장되면서 제외됐다. 재무제표를 미공시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화풍집단지주회사의 4개사도 제외됐다.
2차 선정 과정은 1차에서 걸러낸 1535개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선 결산월이 12월이 아닌 경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12월로 조정했다. 따라서 대부분 금융회사인 3월 결산 법인들의 경우 순위표에 제시된 영업수익(매출액에 해당)·순이익 수치는 각 기업 공식 자료와 다를 수 있다.
100대 기업 가운데 3월 결산법인은 삼성화재·대우증권·동부화재·삼성증권·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현대해상·LIG손해보험·코리안리재보험·미래에셋증권·동양종합금융증권·대신증권 등으로 총 12개사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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