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이끄는 CEO들
‘한국의 100대 기업을 이끄는 CEO’들은 과연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분석한 결과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나이는 58세로 나타났다.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CEO는 모두 8명으로 가장 많은 100대 기업 CEO를 배출해 낸 대학 학과로 조사됐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양승석 사장과 제일모직 황백 사장이 100대 기업 CEO들 중 가장 ‘평균치’에 근접하는 CEO로 나타났다.
양승석 사장과 황백 사장 모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나이는 57세다. 양 사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20여 년을 이 회사에 몸담았다.
중국·터키·인도 현대차 지사 등을 거쳐 2005년 현대제철에서 첫 사장직을 맡았다. 2008년부터 1년간 글로비스 사장을 지낸 뒤 2009년 1월부터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황백 제일모직 사장은 1976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회장비서실·삼성데이터시스템·삼성영상사업단·삼성테크윈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06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부사장으로 회사와 첫 인연을 쌓은 후 2009년부터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100대 기업 CEO를 나이별로 분석하면 40대 CEO는 5명, 50대 51명, 60대 44명으로 50대 CEO의 층이 가장 두터웠다. 10대 기업 CEO중 30대와 70대는 전무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40~44세는 2명, 45~49세 3명이었다. 50~54세는 12명, 55~59세는 39명이었다. 60~64세는 34명, 65~69세는 10명이었다. 즉, 55~64세가 73명으로 100대 기업 CEO 중 가장 많은 CEO들이 몰려 있는 나이 대였다.
55~64세 CEO가 대다수 최연소 100대 기업 CEO는 42세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정용진 부회장보다 한 살 더 많아 최연소 CEO의 자리를 안타깝게 놓쳤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이사로 회사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경영지원실 부사장,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거쳐 2009년부터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택진 사장은 엔씨소프트의 창업자다.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 시절인 1989년 한메소프트를 창립했으며 현대전자를 거쳐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게임인 ‘리니지’와 ‘리지니2’ 시리즈의 누적 매출액은 2009년 3분기 기준 2조 원을 넘어섰다.
전문경영인으로는 47세의 김상헌 NHN 사장이 가장 젊은 CEO였으며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이 49세로 그 뒤를 이었다. 김 사장은 법조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 후 1996년 서울형사법원 판사를 끝으로 LG 부사장으로 영입되며 경영자로 변신했다. 이후 2008년 NHN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본부장을 거쳐 2009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최현만 부회장은 미래에셋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1989년 동원증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과 함께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거쳐 1999년부터 미래에셋증권을 이끌고 있다.
100대 기업 최연장자 CEO는 68세의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민 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테크노 경영인이다. 실제로 민 회장은 국내외 학술 논문 180여 편을 쓰고 국내외 22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민 회장은 대한조선공사·보잉·한국선박해양연구소·대우조선공업 등을 거쳐 1990년부터 현대중공업에 몸담고 있다. 2001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4년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았고 올 초 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민 회장은 100대 기업 CEO 중 최연장자임에도 젊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6월 14일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그리스 전 당시 민계식 부회장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 ‘야광 뿔’을 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 부회장 다음으로 가장 경력이 긴 CEO는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이다.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이 사장은 1970년 한국마케팅연구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약 2년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뒤 1976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30년이 훨씬 넘는 현재까지 롯데백화점·롯데리아·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근무 중이다. 경영학과는 100대 기업 CEO ‘양성소’
100대 기업 CEO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과별로는 경영학과가 8명의 100대 기업 CEO를 배출해 가장 많았으며 화학공학과가 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이석채 KT 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이현봉 넥센타이어 부회장,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황백 제일모직 사장, 양승석 현대차 사장, 박용만 두산 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었다. 서울대 다음으로는 연세대 출신 100대 기업 CEO가 가장 많았다. 연세대 출신 CEO는 모두 20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의 100대 기업 CEO는 모두 9명이나 돼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또 9명 중 4명이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이었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 백우석 OCI 사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 김경배 글로비스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이었다.
이 밖에 고려대 12명, 성균관대·한양대 5명, 경희대·외국어대 3명, 동국대·중앙대 2명, 건국대·동아대·부산대·서강대·영남대·전남대 각 1명씩이었다.
외국 대학 출신은 모두 6명으로 외국인 CEO 2명을 제외하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뉴욕주립대), 강정원 KB금융지주 부회장(다트머스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브라운대), 최지훈 삼성SDI 사장(터프츠대) 등이었다.
또 100대 기업 CEO들이 나온 학과를 살펴보면 문과와 이과를 통틀어 단연 경영학과가 가장 많았다. 경영학과 졸업자 수는 모두 28명이었다.
뒤이어 문과에서는 경제학과 10명, 법학과·정치외교학과 7명 순이었다. 이과에서는 화학공학과와 전기공학과가 각각 6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학과를 뒤이어 금속공학과·전기공학과 4명, 기계공학과 3명 순이었다.
한편 100대 기업 CEO 중 외국인은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과 아흐메드 수베이 S-오일 사장이었다. 1960년생인 래리 클레인 행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에서 MBA를 받았다.
1986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 부즈알랜&해밀턴·월트디즈니·도이치뱅크·캐피털원파이낸셜을 거쳐 2009년부터 한국외환은행의 수장을 맡고 있다.
아흐메드 수베이 사장은 미 노스애리조나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애리조나주립대서 석사를 받았으며 사우디의 석유 회사인 아람코의 엔지니어링 사업부 등에서 27년간 근무했다. S-오일에는 2008년 부임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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