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독·불 관계 회복될까

<YONHAP PHOTO-1808> France's President Nicolas Sarkozy (L) and Germany's Chancellor Angela Merkel (R) walk together during a EuroZone leaders summit in Brussels, in this May 7, 2010 file photo. To match Special Report EUROZONE-CRISIS/   REUTERS/Michel Euler/Pool/Files    (BELGIUM - Tags: POLITICS BUSINESS IMAGES OF THE DAY)/2010-06-14 21:15:3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rance's President Nicolas Sarkozy (L) and Germany's Chancellor Angela Merkel (R) walk together during a EuroZone leaders summit in Brussels, in this May 7, 2010 file photo. To match Special Report EUROZONE-CRISIS/ REUTERS/Michel Euler/Pool/Files (BELGIUM - Tags: POLITICS BUSINESS IMAGES OF THE DAY)/2010-06-14 21:15:3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14일 베를린에 있는 총리 관저. 회담을 마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나란히 기자들 앞에 섰다.

사사건건 다른 의견을 내 유로존 단합을 깨 왔던 양국 정상은 이날만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은 이날 유럽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동안 프랑스가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독일이 반대해 오던 사안이었다. 또 유럽 국가 간 협력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이 아니라 유럽연합(EU) 25개국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협력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유로존 국가 간 협의를 강조한 반면 독일은 EU 차원의 해법 마련을 주장해 왔다. 결국 두 나라가 그동안 주장해 오던 사안을 하나씩 양보한 셈이다. 유로존 위기 이후 첨예하게 대립해 온 독일과 프랑스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는 순간이었다.

양국은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 위기가 불거진 후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그리스 재정 위기 초기에 프랑스는 유로존의 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은 조기 지원을 거부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끌어들였다.

결국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늦춰졌고 유로존과 IMF가 공동으로 맡기로 결정이 났다. 독일이 판정승한 셈이 됐다.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확산되자 프랑스는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안정기금을 적극 주장해 관철시켰다. 반면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독일은 비록 최종적으로는 합의했지만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유로존 국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독일은 재정 부실 국가들에 혹독한 긴축을 요구했다. 긴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결국 EU도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재정 위기 국가들의 긴축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상대적으로 견실했던 독일은 공매도를 금지하고 2014년까지 816억 유로를 절감하는 긴축재정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았다. 독일의 긴축재정안은 당초 예상됐던 350억 유로 규모의 정부 지출 삭감안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것이었다.

유로존 미래에 대한 시각차가 원인

이에 대해 프랑스는 독일이 공매도 금지 등으로 유로존의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독일은 긴축안을 내놓기보다 세금을 줄이고 근로자 임금을 높여 내수를 부양함으로써 재정 위기에 빠진 국가들의 수출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독일과 프랑스가 이처럼 남유럽 재정 위기에 대립적인 모습을 보여 온 것은 유로존 위기와 유로존의 미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재정 위기를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재정정책을 모방해 경제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태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해법도 방만한 재정을 긴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프랑스는 유럽 각국의 방만한 재정 운용에 동의하면서도 독일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이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면서도 내수를 억압한 것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 등에 수출하지 못해 무역 역조 현상에 시달렸고 결국 이 돈을 갚기 위해 재정 적자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시종일관 독일에 긴축이 아닌 감세와 내수 부양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독일이 지난 6월 7일 강력한 긴축안 발표를 강행하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날 오후에 예정돼있던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유로존의 맏형 격인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 악화는 시장에 불안을 주고 사태 해결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유로존 각국은 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화해를 촉구했었다. 6월 14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모습은 그래서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의 청신호로 받아들일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은 “서로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간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이 유로존 문제에 대해 앞으로 공동 보조를 취할 것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이날 화해는 불거진 갈등을 수면 밑으로 가라앉히는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