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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지구촌 경제 동향 뉴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혼란스러운 심정이 앞선다. 예측과 전망은 다음 문제고, 상황 판단 자체가 쉽지 않다. 2008년 하반기 때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아예 ‘위기 국면이거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위기 상황도 아니다.

한쪽에서는 경제가 살아난다, 좋아진다고 하고 다는 쪽에서는 다시 경제가 나빠지는 더블 딥을 걱정한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교체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닥터 둠(Dr. Doom: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좀더 크다. 실상은 어떠하며, 관점은 무엇인가. 몇 가지 흐름과 쟁점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현황 파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지향점은 결국 미래 예측이다.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또 우리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가 관심사다. 여러모로 봐도 혼란스럽지만 주요 사안을 간추려 정리해 보면 전체적인 흐름에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첫째 관심사는 지금 지구촌 경제가 인플레이션 국면인가, 반대로 디플레이션 시기인가 하는 점이다. 각국의 각종 통계를 보면 뒤섞여 나온다.

중국은 1분기까지만 해도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는데 최근 부동산이 과열에서 급랭으로 분위기가 꺾이면서 물가 상승세 속에 경기가 급속도로 차분해지는 조짐이다.

인도도 5월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서 정부가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브라질 역시 비슷한 여건에서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일본이라든가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가 정체되고 있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 와중에 유럽 각국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만 해도 최근 나온 4월 산업 생산에서 전달보다 0.8%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리스(마이너스 3.4%), 아일랜드(마이너스 0.9%), 포르투갈(마이너스 4.4%), 스페인(마이너스 0.3%) 등으로 PIGS(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은 완전히 헤매고 있다.

중국 노사문제 심각한 이슈 떠올라

둘째, 최근 중국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확실히 중국의 노동계와 노동운동은 의미 있는 변혁기에 들어선 것 같다. 혼다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파업과 중국형 초대형 전자 조립 공장 폭스콘의 잇단 근로자 자살 사건 이후 임금 2배 인상과 같은 사안을 둘러싼 상급 노동단체와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시사점이 있다.

더구나 중국의 산별 노조가 미국계 패스트푸드 KFC 중국법인에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국제적인 노동행사에 대한 요구까지 하는 것을 보면 중국도 더 이상 저임금 국가가 아닐뿐더러 노사분규 문제까지 주요 경영 요인으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지역이 됐다.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노동운동은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산업화·시장경제화·자본주의화돼 갈수록 심화되는 자국민들의 양극화와 빈부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노동운동을 방치하거나 은근히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도 지울 길 없다.

정부가 근로소득 보전 등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한계점을 노동운동으로 풀게 하고 외국계 자본 등이 중국 공장에서 내는 이익이나 축적된 자본으로 해결해 보라는 취지 같다.

셋째,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가 어디까지 번질 것인가 하는 사실이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스페인에도 곧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아 나왔다.

그 와중에 헝가리의 새 집권 세력이 스스로 국가 재정 통계의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로 한바탕 충격을 국제시장에 던졌는가 하면 프랑스도 스스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해 적지 않은 뉴스가 됐다.

만약에 이 문제로 신뢰의 둑이 터지면 순식간에 영국으로 불안·불신의 불길이 번질 만큼 영국의 재정 상태도 좋지 않다. 부채의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의 나라 빚을 가지고 있는 일본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만큼 재정 위기는 종점이 보이지 않는다.

넷째, 미 달러와 일본의 엔이 언제까지 안전 자산 대우를 받을지 여부다. 불안 심리가 세계를 돌고 돌다 보니 ‘그래도 미국 경제, 그나마 일본 경제’라는 정서가 달러와 엔의 강세를 가속화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언제까지 계속될지, 이 역시 불안한 진행형이다. 이렇게 네 가지 이슈만이라도 큰 흐름을 파악하고 쟁점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나갈 수 있다면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허원순 한국경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