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 ‘절대품질’ 확보 전략③ - 실행 방안

태어날 때부터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경우는 없다. 대다수가 기르는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범죄자로 전락한다. 그래서 기르는 과정이 참으로 중요하다. 제품도 마찬가지로 ‘낳는 기술’보다 ‘기르는 기술’이 ‘절대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낳는 기술’은 설계에서부터 첫 제품이 나올 때까지의 제품 개발 기술이고, ‘기르는 기술’은 첫 제품 이후 공장 라인(Line)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제조 기술을 뜻한다.

제품의 ‘낳는 기술’이 잘못됐을 경우 대부분 양산 초기에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낳는 기술’의 잘못으로 대형 불량 사고가 터지는 경우는 0.1% 미만이다. 99.9%가 ‘기르는 기술’에서 작업자가 작업 조건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기업의 저력은 ‘프로덕트 리더십(Product Leadership)’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높은 수준(High Level)의 테크니컬 스킬(Technical Skill)뿐만 아니라 소비자 경험(User Experience)이 녹아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품질’을 등한시하면 이런 모든 노력은 엉뚱한 곳에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도요타 품질 사고의 원인이 된 브레이크 관련 부품은 미국 현지 업체에서 만든 것이다. 해외 공장의 경우 ‘절대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순간에 대형 품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절대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개발 프로세스(Process)와 품질 보증 시스템(System)이 있어도 ‘절대품질’은 결국 현장 작업자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작업자의 ‘품질 마인드(Qualification Mind)’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해외 공장에서는 ‘불량 부품을 받지도 않고, 만들지도 않고, 후공정으로 보내지도 않겠다’며 작업 표준과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 양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작업자의 마음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마음 자세를 ‘품질 마인드’라고 한다.

해외 작업자 사고방식 이해해야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가져 온 부품으로 인해 본사 공장에서 1건의 불량이 발생했다면 이 부품을 공급받아 중간 제품(UPG:Unit Per Group)을 조립하는 협력업체에서는 70건 정도의 불량 부품이 발생하고 부품을 만든 해외 부품 생산 공장에서는 610건 정도의 불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본사 공장에서 발견된 불량률의 600배나 되는 불량 건수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절대품질’의 확보는 결국 해외 현지 작업자에게 어떻게 ‘품질 마인드’를 갖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선 민족성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른 해외 공장 현지 작업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해외 현지 공장을 순회할 때 쓰레기가 현장 구석에 있어 “이게 뭐냐”고 야단치면 국가마다 다른 반응이 나온다.

한국 공장의 작업자는 “죄송합니다. 즉시 치우겠습니다”라며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중국 공장의 작업자는 “쓰레기입니다”라며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멕시코 공장의 작업자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반응이 없다. 베트남이나 태국 공장의 작업자는 아무 말 없이 즉시 치운다.
[Business SpecialⅠ] ‘6-Tool’로 작업자 품질 마인드 높여야
이렇게 국가마다 반응이 다르다. 중국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품이 입고될 시간이 지났는데 납품 차량이 도착하지 않았다. 부품 업체에 전화하니 출발했다고 한다.

납품 차량 운전사를 찾아 전화하니 “갑자기 비가 와서 부품이 젖을까봐 다리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변명했다. “날씨가 흐린데 왜 차량 커버(Cover)를 준비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니 “차량 커버를 가져가라고 지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시간 동안 공장 라인(Line)이 정지한 적이 있다. 한국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계속해 일어나고 있다.

한국 공장의 경우 A에게 지시하면 업무가 연관돼 있는 B에게 전달하고, B는 다음 업무 연관자인 C에게 전달돼 일이 추진된다. 이 과정은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해외 공장에서는 자세히 지시하지 않으면 A에서 B로 업무 연결이 되지 않고, 다음 과정으로 진행되지 않은 채 A에서 정지된 상태로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B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소수의 한국 주재원들이 모든 과정을 지시하고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잡하고 어려운 현장 관리 방식이나 기법은 도리어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작업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조치해야 하는데, 동작 하나까지 일일이 지시하지 않으면 계속 불량이 되풀이 발생한다.

자율적 품질관리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6-툴(Tool)’과 같은 간단명료한 방법만 적용하고 주어진 작업 조건만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것이 ‘절대품질’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필자가 첫 번째 글에서 소나기성 비가 내릴 때 자동차 천장(Roof)에서 양철 지붕 소리가 나는 태국에서의 경험을 거론한 적이 있다. 비가 내릴 때 ‘탕, 탕’ 소리가 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철판이 얇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물론 어느 제품이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두께를 줄여가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대목은 자동차 회사가 양철 지붕 소리가 나도록 철판 두께를 줄이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설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현장 작업자의 조건 미준수 때문에 생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천장의 철판 밑에는 외부 햇빛으로 인한 열전달을 차단하기 위한 단열재가 부착돼 있고 외부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소음 방지재가 단단히 부착돼 있다.

그리고 분명히 ‘이렇게 부착해야 한다’는 작업 조건도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추정하기로는 접착제 보관 조건은 물론 부착 때 온도와 압력, 시간 등 정해진 작업 조건을 작업자가 100%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하다 보니 단열재나 소음 방지재가 떨어지면서 생긴 틈 때문에 생긴 공진 현상으로 양철 지붕 소리가 나는 것이다. 결국 작업자의 조건 미준수가 원인인 것이다.

6시그마에 의존해선 안돼

현장에서의 불량 방지와 작업자에게 ‘품질 마인드’를 갖게 하는 방법은 작업자에게 주어진 작업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게 하고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작업 조건을 오랜 기간 철저히 준수시키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사고의 변화를 가져와 ‘품질 마인드’가 작업자 마음에 자리 잡게 된다.

‘품질 마인드’의 기본 사고인 “불량 부품을 받지도 않고, 불량을 만들지도 않고, 불량을 후공정으로 보내지도 않겠다”는 기본 사고에 부합해 만들어진 툴(Tool)이 ‘6-Tool’이다. ‘6-Tool’은 다음과 같이 6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Business SpecialⅠ] ‘6-Tool’로 작업자 품질 마인드 높여야
먼저 ‘불량을 받지도 않겠다’는 의식을 실행하는 것은 ‘OS&D(Over Shortage and Defect)’다. ‘불량을 만들지 않겠다’는 사고를 실행하기 위한 항목은 ‘자주순차검사’와 ‘타임 체크(Time Check)’ 방법이며, ‘관리 항목(CTQ)’ 및 ‘점검 항목(CTP)’이 있다.

다음 공정으로 불량품을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사고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현장 제품 감사(Audit)’가 있다. 그리고 전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반성회’로 구성돼 있다. ‘6-Tool’만 철저히 현장에 적용한다면 불량 발생의 발견과 예방이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다.

A라는 공장에 컨설팅을 위해 방문했다. 방문 때마다 녹차를 따라주던 여사원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6시그마 교육을 갔다”는 것이다. 이 여사원은 고졸 출신으로 잡다한 일을 하는 여사원이었다.

“그 여사원과 6시그마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니 “사무직이기 때문에 승급을 하기 위해 6시그마 벨트인 그린 벨트(GB), 블랙벨트(BB), 마스터 블랙 벨트(MBB)를 필수적으로 따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적 방법이 주축을 이루는 어려운 기법을 이런 식으로 실시했으니 지금 6시그마라는 용어만 남아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6시그마 같은 어려운 기법을 사용해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누가 조건을 지키지 않아 불량이 발생했는지”를 찾아내 작업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면 된다. 만일 조건을 완전하게 준수했는 데도 불량이 발생했다면 전문 부서(설계·생기 등)에 조건 재설정을 의뢰해 결과를 받아 역시 철저히 준수시키면 된다.

[Business SpecialⅠ] ‘6-Tool’로 작업자 품질 마인드 높여야
백대균

1944년생.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현대자동차를 거쳐 1989년부터 LG전자, LS산전, LG화학 등 국내외 2000여 공장 컨설팅.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