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이코노믹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년 ‘올해 최고의 경제학자 톱5’를 발표한다. 타이틀이 자못 거창하지만 어이없는 것은 그 선정 방식이다. 연초에 경제학자들에게 그해 4분기 경제성장률 등에 대한 전망치를 미리 받아둔 뒤 누가 가장 근접한 수치를 써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경제와 경제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촌극이다. 저자는 만약 숫자를 잘 맞히는 게 전문가라면, 로또 숫자를 맞힌 1등 당첨자야말로 최고의 전문가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Book Review] ‘경제학의 몰락’ 이후를 꿈꾼다
경기변동은 돈과 직결된다. 그래서 다들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 하며 소위 전문가들에게 답을 구한다. 경제 잡지에 있다는 이유로 기자도 경기 전망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난감해진다.

이 책은 경제학자들의 경기예측이 일기예보보다 적중률에서 별로 나을 게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저자의 말마따나 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는 사실은 뭔가 진실을 말해준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들은 벌써 백만장자가 됐어야 옳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들린 예측력으로 추앙받는 주식시장의 우상들도 차례로 도마 위에 올린다. 워런 버핏은 모두가 생각하듯이 주식 투자로 그 놀라운 수익률을 유지한 게 아니다. 벅셔해서웨이 자산 가운데 주식 투자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다. 워런 버핏은 뛰어난 투자가라기보다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천재적인 기업홍보(IR)의 대가’라고 봐야 한다. 그는 틈만 나면 ‘콜라 예찬론’을 펴며 자회사 홍보에 열을 올린다. 피터 린치나 짐 로저스의 평가도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다.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은 ‘공공의 적’ 처지다. 최강의 두뇌 집단인 이들이 번번이 돌부리에 걸려 맥없이 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의 역사를 살피고 최근 사례를 끈기 있게 추적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경제학자들이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시스템에 내재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는 결정론적으로 주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노력에 의해 역동적으로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Book Review] ‘경제학의 몰락’ 이후를 꿈꾼다
페란 소리아노 지음/강민채 옮김/360쪽/도서출판 잠/1만5000원

세계적인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의 성공기다. 한때 세계 축구 클럽 순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FC 바르셀로나는 놀라운 혁신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꿈의 구단으로 재탄생했다.

2003년부터 6년간 구단 부사장으로 변화를 이끌었던 저자가 구단 운영 노하우과 마케팅 혁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축구팬들에게 사랑받는 명문 클럽으로 올라서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 즉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상을 설득하는 매혹의 법칙
[Book Review] ‘경제학의 몰락’ 이후를 꿈꾼다
샐리 호그셰드 지음/이한이 옮김/304쪽/오늘의 책/1만4000원

애플 신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밤을 새운다.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혹’의 심리적 기제에 대한 실용적인 탐구서다.

매혹의 기술은 결국 끌림의 기술이며 상대의 주목을 끌어내 몰입하게 하는 수단이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을 뒤흔드는 욕망·신비·경고·명성·힘·악덕·신뢰라는 7가지 기제를 찾아낸다.


지금 스마트머니는 탄소에 투자한다
[Book Review] ‘경제학의 몰락’ 이후를 꿈꾼다
태성환 지음/330쪽/한빛비즈/1만7500원

저자는 ‘필립피셔’라는 필명으로 다음 아고라에서 활약해 온 재야 경제 논객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부터 녹색 경제의 도래를 예상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2009년 초 원자재 시장의 슈퍼 사이클과 금시장 상승을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 간의 탄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탄소 전쟁과 함께 성장할 기업과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법정의 고수
[Book Review] ‘경제학의 몰락’ 이후를 꿈꾼다
신주영 지음/316쪽/페이퍼로드/1만3500원

서초동 현직 변호사가 말하는 법정 이야기다. 법정 공방을 둘러싼 숨 막히는 대결 자체보다 의뢰인에 대해 가슴으로 공감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와 판사들의 모습을 담았다.

출신 대학, 재학 중 합격 여부, 사법시험 성적, 연수원 성적 등에 의해 나뉘는 법조계의 현대판 ‘골품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6.3.~6.9)

1.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김미경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2. 오리진이 되라/강신장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3. 유머가 이긴다/신상훈 지음/쌤앤파커스/1만3000원
4. 스위치/칩 히스 외 지음/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5.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6. 혼창통/이지훈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7. 화폐 전쟁2/쑹훙빙 지음/홍순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
8. 상식파괴장/그레고리 번스 지음/김정미 옮김/비즈니스맵/1만5000원
9. 마켓 3.0/필립 코틀러 지음/안진환 옮김/타임비즈/1만4000원
10. 화폐 전쟁/쑹훙빙 지음/차혜정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2만5000원

(집계: 예스24)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