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담론 바꾼 대표 치료제 ‘비아그라 & 프릴리지’

성욕은 식욕·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성적 쾌락과 만족이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에 대한 논의와 담론은 음성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성적인 만족이 삶의 질과 관련이 높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성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성 기능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관련 시장 또한 놀라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Medicine] 발기부전·조루증 등 성 질환 치료 ‘희망’
비아그라, 성 질환 사회적 공론 열어

‘블루 다이아몬드’, ‘마법의 푸른 알약’이라는 다양한 애칭을 가진 비아그라는 1998년 3월 27일 미국에서 처음 판매됐다. 비아그라는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 ‘바이그(고환)’의 복수형인 ‘비아그라’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력이 왕성한’이란 뜻의 영어 단어 ‘비거러스(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나이아가라(Niagara)’의 합성어라는 일부 해석도 있다. 거센 물줄기를 쏟아내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힘은 남자들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이전에 발기부전은 의대 강의실 아니면 음담패설에서나 등장하는 화제였다. 그동안 성 기능 치료는 정신과적 치료에 의존하거나 정력제로 소문난 음식을 통한 간접적 치료 등 효과가 미미하거나 위험성이 산재된 방법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성 기능 문제를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성 기능 치료제 시장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비아그라 시판 후 현재 시알리스·자이데나·레비트라·야일라·엠빅스 등 5개의 제품이 출시됐고 성 기능 치료 시장은 연 1000억 원대로 급속히 성장했다.

비아그라의 탄생은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과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나이가 들면 생기는 노화 현상의 하나로 치부했던 발기부전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 성 능력 상실의 공포감에서 남성을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노년에도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비아그라의 공적은 남성 건강과 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예전에는 발기부전이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됐지만 지금은 얼굴을 붉히지 않고 상대의 눈을 주시하며 발기부전과 비아그라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성(性)의 공론화야말로 비아그라가 인류에 기여한 최대 공적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의 먹는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가 출시됐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남성 혼자만의 성 기능 장애에 중점을 둔 치료제라면 프릴리지는 남성은 물론 파트너의 성적 만족감까지 고려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남성의 입장에서가 여성 파트너와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는 쌍방향의 성생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프릴리지(Priligy)’는 프리빌리지(Privilege)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됐다. 프리빌리지는 특권이라는 뜻도 있지만 선거권처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귀족의 특권이었던 선거권이 시민혁명 이후 누구나 가지는 권리가 된 것과 같이, 조루환자들에게는 특권으로 보였던 ‘누구나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프릴리지를 통해 모두에게 되돌려 주자는 염원이 담긴 이름이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조루증으로 성적 자신감이 무너지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할 권리를 되돌려 주자는 뜻이 담긴 ‘프릴리지’는 조루 환자의 희망을 대변하는 브랜드 명”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중년의 남성들에게 발생하는 발기부전과 달리 조루증은 나이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남성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질환이다. 대한남성과학회가 2008년 8월 국내 성인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한 조루 유병률 관련 역학조사 결과 전체의 27.3%(560명)에 해당하는 남성이 자신 스스로를 조루라고 여기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루증을 남성이 수의적 사정 조절이 부족해 스스로 원하기도 전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사정해 버리는 증상이라고 정의한다. 성의학에서는 보통 질내 삽입 후 2~3분 이내에 사정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프릴리지, 비뇨기과와 소통의 창 열어

성 기능 이상은 이혼이나 가정불화로 이어지고 섹스리스 부부가 되거나 우울증과 의사소통 단절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조루증은 단순히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 증상이 아니라 남성의 자존심과 자신감, 그리고 파트너의 만족감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프릴리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143개국 조루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실험 결과에서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 대인 관계의 어려움, 파트너의 불만족 등 부정적 영향에서 평균 20% 이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성관계 만족도가 본인과 파트너 모두 70%대에 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프릴리지’는 젊은 사람들이 비뇨기과에서 성기능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1967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BMK마켓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프릴리지 발매 후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20~30대 젊은 남성 환자의 비율이 25.4%에서 39.8%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초의 경구용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는 이처럼 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연구의 산물이다. 이전까지 숨기고 부끄러운 증상으로 치부됐던 조루증에 대한 논의와 해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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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남성 성 기능 의약품도 시간이 대세

조루환자, 프릴리지 복용 후 사정시간 늘어

발기부전 치료제로 포문을 연 남성 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시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초기 강직도와 발기력 중심의 접근에서 ‘시간’으로 강조 포인트가 이동하고 있는 것. 특히 짧은 사정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조루 환자는 물론 발기부전 환자 또한 발기 지속 시간이 성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간을 연장시켜 주는 남성 의약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얀센의 경구용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Priligy)’다. 프릴리지는 신경전달물질 중 사정 중추 내 ‘세로토닌’이라는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사정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조루의 근본 원인을 해결, 증상을 개선해 주는 치료제다.

프릴리지는 스톱워치로 사정 시간을 쟀을 때 2분 이내인 전 세계 조루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실험에서 사정 시간이 3~4배 길어졌다는 결과가 지난해 세계성의학회에서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조루 환자들이 프릴리지를 복용한 후 사정 시간이 평균 3~4배 연장된 것으로 확인돼 조루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은 물론 조루증 남성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남성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인 사정 시간 연장 효과에 대한 메시지가 파급력 있게 전달되면서 출시 전부터 제품 구매 문의가 폭증하고 출시 100일 만에 7만 명의 환자가 처방을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릴리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Cialis)’ 또한 36시간의 긴 지속 기간으로 위크엔드 필(Weekend Pill)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은 사례. 다른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와 작용 기전이 동일하지만 36시간이라는 시간을 내세우며 남성을 공략했다.

바이엘 헬스케어의 레비트라도 기존의 ‘강직도’ 콘셉트를 포기하고 ‘발기 지속 시간 연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새롭게 출발했다. 레비트라는 유럽비뇨기과학회에서 발표된 인듀어런스(ENDURANCE) 등을 소개하며 성생활 만족도에서 발기 지속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또 레비트라가 남성의 발기 지속 시간을 2~3배 연장시킨다는 데 착안, 발기 지속 시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트리플 점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간을 늘려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남성들이 성 관계 시 사정 시간과 발기 지속 시간을 성 만족도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성 관계를 통해 파트너와의 유대감과 파트너의 만족감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젊은 남성들에게서 성 관계에서의 시간 개념이 주요 고려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