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한국한방식품공사 대표

[Focus] “한방까페로 새로운 성공 신화에 도전할 터”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을 준비하던 이재훈(33) 한국한방식품공사 대표는 어느 날 후배가 마트에서 사온 초밥을 먹다 기막힌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싼 일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초밥을 테이크아웃 형태로 팔면 인기가 있지 않을까.’ 이 대표는 등록금으로 모아둔 800만 원을 탈탈 털어 2003년 11월 부산대 앞에 5㎡(1.5평)짜리 가게를 열었다.

“관리실로 쓰던 허술한 공간이어서 난방이 거의 안 됐어요. 물을 떠 놓으면 금방 얼음이 얼 정도였지요. 하지만 꼭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어요.”

점포 이름을 ‘스시990’으로 짓고 초밥 3개를 990원에 팔았다. 전성기 때 전국 300개 매장에서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스시990 성공 신화’의 시작이다. 이 대표는 그 후 BBQ그룹에 최연소 사장으로 영입돼 ‘올리브 떡볶이’를 또다시 성공시키며 프랜차이즈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30대 초반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손에 넣었지만 그는 지금도 유난히 추웠던 2003년 겨울을 잊지 못한다. 스시990의 성공 과정은 이 대표의 남다른 마케팅 감각을 잘 보여준다.

초밥을 낱개로 테이크아웃으로 판다는 새로운 콘셉트가 좋은 반응을 얻자 여기저기서 매장을 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부산의 핵심 상권인 서면과 남포동이 최우선 후보지로 올랐다. 이 대표는 이런 제안들을 모두 뿌리치고 부산대 앞에 1~3호점을 차례로 여는 승부수를 던졌다.

“적어도 부산대 앞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스시990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여기저기 점포를 내면 워낙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아요. 우선은 눈에 잘 띄고, 화제가 돼야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그의 예상은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졌다. BBQ에서 일할 때는 떡볶이의 가능성에 누구보다 먼저 주목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떡볶이를 앞세워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기 훨씬 전이다.

“동양 음식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유일한 음식이 스시예요. 핵심 소스가 있고 다양화가 가능하며 만들기가 쉽다는 게 비결이죠. 떡볶이는 바로 이러한 스시의 3가지 성공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요.”

‘BBQ 올리브 떡볶이’는 지난해 150호점을 돌파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8월 ‘허준본가’ 브랜드를 인수해 한국한방식품공사를 직접 설립했다. 전문 경영인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건강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한방은 국내의 좋은 소재를 활용해 건강을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이죠. 지금까지는 건강원이나 영농조합 형태뿐이었어요. ‘한방식품’이라는 명쾌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곳은 우리가 처음일 겁니다.”

이 대표의 확신은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스시990과 BBQ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성공 비결을 꿰고 있다. 그는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각종 한방 제품을 파는 매장인 ‘허준본가’ 외에 ‘한방까페’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을 포함해 전 연령층이 부담 없이 한방 식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취지다. 조만간 나올 한방 에스테틱 제품도 같은 맥락이다.


약력 : 1977년 부산 출생. 2000년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휴학. 2003년 스시990 창업. 2004년 낙원물산 대표. 2007년 스시990 300호점 개점. 2007년 BBQ그룹 지엔에스유나인 대표. 2008년 BBQ그룹 지엔에스 델리 대표.. 2009년 한국한방식품공사 대표(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