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대책은 어떻게

악성 루머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생산되고 확대되는 만큼 악성 루머의 덫에 걸려든 기업들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머가 퍼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루머를 잡기 위해 대응했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이유 때문에서였다.

인수·합병(M&A)설에 골머리를 앓았던 한 기업의 홍보실 팀장은 “처음엔 루머가 금방 잦아들겠거니 하고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괜히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루머를 모르던 사람들까지 ‘혹시 그런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입소문이나 정보지를 통한 전파에 그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 카페·블로그·게시판·e메일·메신저·트위터 등 다양한 루트로 순식간에 확대재생산돼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무대응 전략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들어 루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게 광고나 직접 홍보 등을 통해서다. 얼마 전 ‘라벨의 붉은 원이 일장기’라는 루머에 휩싸였던 진로는 3억 원을 들여 해명 광고를 냈다. 진로는 또 영업 사원 등을 동원해 사실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게 하는 등 전 사원을 통해 직접 바로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방식은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인터넷상의 기업 블로그·트위터나 메신저 등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다. 당시 금융 위기로 GM은 ‘파산 상태다’, ‘다른 회사에 합병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GM은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GMfactstand

fiction.com’이라는 특별 사이트를 만들어 항목별로 세세한 내용을 공개하며 대응해 나갔다. GM은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GM대우가 고사하게 된다’는 루머에 맞서 기업 블로그를 통해 조목조목 맞서며 루머를 잠재우기도 했다.

검·경에 수사 요청하기도

이 밖에 홍보팀이나 기업홍보(IR)팀이 직접 메신저를 통해 ‘사실무근’임을 밝히기도 한다. 실제로 특히 소문이 많은 금융권의 경우 대부분의 홍보팀이나 IR팀 관계자들은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루머를 담은 메신저 내용이 전달되고 채 10여 분도 안 돼 ‘사실무근’임을 밝히는 내용이 회사 담당자의 이름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또 ‘트위터 스타’인 박용만 두산 회장의 경우 두산그룹 자금 악화설에 대해 트위터상에서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루머가 계속돼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한다면 홍보팀이나 IR팀 담당자들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거나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돌리기도 한다. 또 루머에 대해 직접 공시를 내거나 거래소 측에서 들어온 조회공시에 답변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참고로 현재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면 해당 회사는 이튿날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이를 해명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도 진화가 잘 안된다면 결국엔 ‘수사 요청’이다. 이 과정에서는 고소장을 만들기 위해 기업 내에서 루머 관련 조사팀이 꾸려져 증거 수집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많은 홍보 전문가들은 결국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홍보 대행사 사장은 “루머의 초기에는 무대응이 좀더 효율적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루머가 일정 정도 이상 커졌을 경우 무대응이나 혹은 아예 반대로 수사 의뢰 등의 강경 대응 입장으로 지나치게 빠르게 선회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여러 루트를 통해 기업의 현실을 보다 투명하게 알리는 게 루머를 진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기업 이미지 관리, IR 및 소비자 관련 행사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의 ‘우군’들을 많이 확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