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동 NH투자증권 사장

NH투자증권의 성장세가 무섭다. NH투자증권은 특히 금융 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2009년에 예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7.4% 증가한 1018억 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8.4% 늘어난 724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끈 정회동 NH투자증권 사장을 만나 그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작년 NH투자증권의 실적이 놀랍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Special Interview] “취약 부문 강화해 리딩 컴퍼니 만들 터”
저는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한 이유가 투자은행(IB) 부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협은 채권 부문에 있어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를 활용하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죠. 대표이사 취임 당시부터 ‘농협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IB와 채권에 특화된 증권사’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NH증권은 이 부문에서 큰 수익을 거뒀고 뛰어난 상품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업계 7위권에 랭크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결국 저는 ‘선택과 집중’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NH투자증권은 소매 채권 판매에 강합니다. 이유가 뭔가요.

아시다시피 농협은 국내 최대의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금융회사입니다. 따라서 자산운용시장에서도 가장 큰 고객이죠. 특히 지역 농협은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이 때문에 우량하면서도 예금 대비 금리가 높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그 결과 리테일 부문과 본사 채권 부문이 힘을 합쳐 지역 농협에 대한 채권 세일즈에 주력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영업이 잘됐던 건 아닙니다. 사실 계열사 프리미엄을 믿고 덤벼들었다가 초기에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느냐였습니다.

여기에 주목했던 게 채권 판매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역 농협에 대한 소매 채권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및 일반 법인, 그리고 지역의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회사 등에 대한 채권 판매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국민연금이 매수한 종목에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역 농협과의 시너지와 우리 회사가 가진 채권 영업의 경쟁력, 이 두 가지가 소매 채권 시장에서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IB 부문의 성장에 관심이 크신 듯합니다.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IB 부문에서 회사 전체 수익의 약 50%를 거뒀습니다. 특히 채권발행시장(DCM), 즉 채권 부문에서는 각 언론사 리그테이블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도 지난해 하이닉스 유상증자 및 중국 기업인 차이나그레이트스타와 차이나킹하이웨이의 기업공개(IPO), 현대상사 인수·합병(M&A) 자문 공동 주관사 업무를 수행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했습니다.

물론 DCM 부문만큼의 성과가 따르지 못한 건 아쉽죠. 이 때문에 올해에는 ECM 부문에서도 DCM 부문만큼의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농협과의 시너지는 회사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Special Interview] “취약 부문 강화해 리딩 컴퍼니 만들 터”
2010년 3월 말 현재 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은 약 4900억 원으로 업계 중하위권입니다. 반면 지난해 72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자기자본의 수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약 16%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5000억 원이 안 되는 자기자본으로 7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는 회사는 증권업계에서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며 ROE가 16%에 이르는 회사 역시 전 업종을 통틀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아직 취약한 NH투자증권의 토대로 타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자체적인 영업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대주주인 농협과의 시너지가 없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협과의 시너지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든든한 뿌리입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쭉쭉 뻗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무는 말라죽거나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으셨습니다. 첫 임기 때와는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실 듯한데요.

지난 임기는 말씀드린 대로 ‘선택과 집중’에 ‘올인’했고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따라서 이번 임기 동안은 우리가 가진 약점, 즉 IB 부문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해 리테일 및 법인영업 부문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를 두루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겁니다. 또 NH만의 고유한 기업 문화를 적립해 ‘리딩 컴퍼니’로 거듭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하반기 주식시장은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NH투자증권 리서치팀에 따르면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600에서 1870선을 오갈 것으로 봅니다. 먼저 한국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갖고 있어요. 주요국 주가수익률(PER)이 12.2배 정도 되는데 한국은 9.6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6월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외국인들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여전히 유럽 지역의 재정 위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의 긴축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불확실성으로 자리하고 있죠.

결국 호재와 악재의 혼재 속에서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상황, 그러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4분기에는 한국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남유럽발 경제 위기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에 대한 익스포저는 6억4000만 달러로 총 익스포저의 1.2%에 불과하죠.

다만 간접적으로는 재정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해 외국인들의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국내 수출 비중이 10%인 유럽 지역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빅2’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은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지난 4월 미국의 신규 고용자 수는 29만 명 늘어나 2006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전체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고용시장의 개선은 향후 미국의 소비 증대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다만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분기 이후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상승 곡선이 다소 완만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의 침체를 유발하지는 않을 겁니다. 더욱이 유럽 재정 위기 확대로 미국의 출구전략이 한동안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은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긴축정책과 위안화 절상으로 경기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런 속도 조절은 중국의 지속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신의와 열정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신과의 약속 또는 사람과 사람 간의 약속, 그리고 조직과 사람, 조직과 조직 간의 약속 등 모두가 소중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특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왔다 갔다 하는 금융시장에서의 신의는 곧 그 사람 또는 조직의 생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회동 사장은…


1956년생. 80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0년 외환은행. 84년 LG 기조실. 89년 LG투자증권. 91년 LG그룹 구조본. 99년 LG투신운용 상무. 2002년 LG투자증권 상무. 2006년 흥국증권 대표. 2008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대담=김상헌 편집장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