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경영자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자녀 교육’이라고 대답하면서 그 우선순위가 회사 경영보다 더 높다고 말한다. 나는 그 대답을 들으면 은근히 반갑다. 차세대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한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열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 깜짝 놀란다. “그렇다면 자녀와 함께 얼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1주일에 30분도 안 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녀들과의 사이에 소통 문제가 심각한 데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

‘회사 경영으로 너무 바빠서 대화할 시간이 없으며 유산을 남겨주려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경영자들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부모 역할에 대한 원칙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녀 교육 문제도 소통 문제로 귀결된다. 몇 년 전부터 경영자들을 코칭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자녀들과 소통 문제가 있는 경영자들은 배우자나 임직원들과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충고의 말을 해주면 너무 강하게 반발해 더 이상 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대화의 기술이 없어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다가 반발이 심하면 침묵해 버리는 프로세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자녀·배우자·임원들에게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피드백해 주거나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 충고해 주어야 하는 데도 반발이 겁이 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소통의 기술이 생산성 향상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이런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됐다.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크루셜 컨버세이션(Crucial Conversation)’ 대화 모델이나 경청과 질문을 강조한 코치형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지식 기반의 사회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꿰뚫어 볼 안목이 경영자들에게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부부 사이의 다툼, 부모 자녀 사이의 침묵, 고부간의 오해, 회사에서는 직원들 간의 언쟁, 노사 간의 분쟁, 상사와 부하 간의 갈등을 모두 좋은 대화 습관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나는 수년간 임원 코칭을 진행하면서 나 자신도 코치형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 결과는 가장 먼저 집에서 나타났다. 우리 부부가 함께 코칭을 배우고 삶에 적용하면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충고의 말을 상처주지 않는 방법으로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방법을 살짝 공개하면, 대화를 시작할 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먼저 말하고, 내 의도를 설명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고, 반대 의견도 듣되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위기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한층 더 수준 높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새벽 1시가 넘어 들어온 남편에게 ‘시계나 휴대전화는 폼으로 들고 다니느냐’고 화를 내는 것보다 부인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 어떨까. “당신 지금 새벽 1시가 넘은 것 알고 있어요? 많이 늦었네요, 당신과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아 난 잠도 잘 수 없었고 정말 걱정되었어요. 난 당신이 다시는 이렇게 연락 없이 늦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이것이 바로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이야기하는 결정적 순간의 대화법이다. 나는 가정에서 이런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시도해 자녀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졌고 물론 직장에서도 팀워크를 잘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경영자들이 새로운 소통 기술을 습득해 가정이 행복해지고 직장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크게 향상되기를 바란다.

[CEO ESSAY] 직원과 대화가 되십니까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

약력 :
1940년생. 한양대 공대 졸업. 펜실베이니아대 공학 박사. 88년 세계화 경영컨설팅, 코칭 및 강의(현). 94년 한국리더십센터 설립, 회장(현). 2001년 한국성과향상센터 회장(현). 2003년 한국코칭센터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