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절대품질’ 확보 전략① - 왜 ‘절대품질’인가

[Business Special] 지역별 동일 품질 필수…실패하면 ‘벼랑끝’
‘품질의 도요타’가 품질 문제로 무너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요 대기업들은 별도의 품질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절대품질’ 확보에 적극 나선 상태다.

그렇다면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시대에 ‘절대품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장 전문가로 지난 30년간 국내 제조 현장뿐만 아니라 미국·중국·태국·인도·멕시코·러시아 등 해외 공장 컨설팅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의 ‘글로벌 시대 절대품질 확보 전략’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태국에 있는 국내 기업 컨설팅을 하러 가는 도중에 생긴 일이다. 공항에서 공장으로 가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타고 가는 승용차 지붕(Roof)에서 어린 시절 양철 지붕 밑에서 듣던 ‘탕탕’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무슨 차인가 알아봤더니 일본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옆자리에 탄 현지 주재원에게 소나기가 내리면 평소에도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태연스럽게 “그렇다”는 것이다.

그 주재원은 “이 차만 그런 게 아니다”며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생산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태국산”이라고 한다. 주재원의 이야기로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지붕의 철판 두께를 얇게 만들어 그런 소리가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귀국 후 국내에서 운행되는 같은 차종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현상이 전혀 없었다. 한국에서 파는 차는 일본에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차종이라도 만든 지역에 따라 품질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시장은 글로벌(Global) 시장이다. 생산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품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국가,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든 간에 품질 수준이 동일해야 한다. 이것을 ‘절대품질’이라고 한다.

각종 관리 기법 적용 쓸모없어

도요타의 품질 사고도 해외 공장에서 ‘절대품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다. ‘절대품질’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면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에 공장이 분산돼 있다. 어느 곳에서 품질 사고가 터질 지 예측할 수 없다.

둘째, 신속한 교환 생산(QSC·Quick Site Change:예컨대 중국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태국 공장에서 같은 제품을 만드는 교환 생산)을 지역별 품질 수준 차이 때문에 할 수 없다. 아무리 3S(표준화·전문화·단순화), 모듈 체계가 잘 구축돼 있더라도 ‘절대품질’이 확보돼 있지 않으면 QSC가 불가능하다.

셋째,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하고, 또 이동해서 살기 때문에 서로 품질이 비교돼 브랜드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렇게 되면 다른 제품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절대품질’의 확보가 시급하고 핵심적인 사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절대품질’은 짧은 시간 안에 쉽게 달성할 수 없다. 기본이 철저히 확립된 공장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기본이 확립돼 있지 않은 공장은 평균 불량률이 낮아도 돌발 불량이 나타나므로 대형 품질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해외 공장은 환경·언어·국민성·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국내와 다르기 때문에 ‘기본’을 확립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대다수는 본사 공장에서 연구·개발과 설계를 했고 본사 공장에서 사용하던 설비나 동일 사양의 설비를 사용했는데도 해외 공장별로 품질 차이가 있었다.

공장의 생산요소인 4M(사람·설비·기술·자재) 중 사람이 다르고 일부 자재의 품질 수준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평균 불량률이 높은 데다 기본이 확립돼 있지 않아 돌발 사고 또한 빈번히 발생했다. 평균 불량률과 돌발 불량 사고, 이 두 가지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절대품질’은 확보될 수 없으며, 결국 도요타와 같은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본사 공장의 해외 공장 지원 또한 생산에 급급한 실정이다. 생산에 필요한 현장 출신의 우수한 기능 사원을 파견해 현지 인력을 지도한다. 그렇게 해도 기본활동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의 향상은 누가 잠시 가서 지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현지 관리자가 지속적으로 기본 활동을 준수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웬만한 기업들은 각종 관리 기법을 적용해 품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보통 6시그마(Six Sigma), 블루오션(Blue Ocean), 간판 방식, 동기화 생산방식, 방침 관리, 직무 분석 등 20가지 정도 된다. 이 또한 기본 활동도 제대로 안 되는 수준의 공장에서 억지로 적용하다 보니 거의 이벤트처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손실(Loss)은 필자의 판단으로 인건비의 1%는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도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중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우리나라의 설날)엔 대다수 근로자가 고향을 방문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돌아오지 않는 비율이 정규 기능공일 경우 25~30% 정도가 되며 임시 기능공일 경우 약 60~70%나 된다.

춘제 이후 30~40%가량이 신규 작업자로 바뀐다.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정도는 더 심해진다. 필자가 춘제 직후 긴급 입사한 기능공 40명의 손 검사를 한 적이 있다. 두 손을 들고 1번부터 10번까지 번호를 부르며 손가락을 구부리고 펴는 동작을 3번 실시한 결과 손가락을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30% 정도였다. 농촌에서 일하면서 손이 굳어버린 것이다. 이 정도의 환경에서는 현장을 안정시키는 일도 어렵다.

기본이 돼야 ‘절대품질’ 가능

평상시의 이직률 또한 심하다. 태국·멕시코·베트남 등의 공장 근로자의 이직률은 거의 비슷하다. 1주일 일하고 1주일 출근 안하고 노는 식의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사무직의 경우 이직률이 연간 10%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기능직은 50%로 절반 정도가 공장을 떠난다.

이런 수준의 현장에서는 기본 활동만을 철저히 해야 하다. 생산 활동에 필요한 각종 규정의 준수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기본 활동만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대형 불량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인을 추적해 보면 95% 이상이 기본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결코 기술적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A라는 냉장고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냉장고 내부는 흰색 플라스틱 재질로 싸여 있다. 이것을 이너 케이스(Inner Case)라고 한다. 흰색이므로 오염 물질이 눈에 잘 띈다. 따라서 최종 공정에서 IPA와 IBA라는 액체 알코올 성분 의약품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알코올로 닦아야 한다는 작업 조건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작업자가 단순한 생각으로 순수 알코올로 닦은 것이다. 그 결과 화학적 반응으로 이너 케이스가 금이 가고 깨짐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기본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요약하면 어떤 종류의 불량 문제도 자세히 분석해 보면 두 가지 원인 중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제조 측면에서는 완제품 생산 기업이나 1, 2차 부품 공급 업체의 생산 공정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았거나 작업 조건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다.

둘째, 기술적으로 잘못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제품 계획에서부터 첫 제품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에서 누군가가 규정이나 조건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 과정에서 공정이 안정되지 않았을 경우 4M 활동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요인은 대략 42억9000개나 된다는 설도 있다. 어떤 유명한 기법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직 기본 규정을 철저히 지켜 공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도요타 품질에 큰 타격을 입힌 렉서스가 미국에 처음 등장할 때 TV 광고에서 시속 220km 속도로 달리는 렉서스의 후드(Hood) 위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놓은 샴페인 잔 15개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장면을 광고했다. 렉서스의 생산과정을 보면 일본에서 2005년 9월부터 규슈 제2공장에서 만들었다.

이곳의 최종 라인 검사에는 ‘신의 손’이라는 10명의 검사자가 검사하는데 틈새 1.1mm 이상 단차가 발생하면 생산 라인을 정지시키고 1.2mm 이상이면 재작업을 실시하는 등 철저한 검사를 했다. 개발비 또한 6년 동안(1983~1989년) 1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렇게 엄청난 개발비와 최고의 기술을 투입하고 천문학적인 광고를 해도 ‘절대품질’ 확보의 실패로 거대한 기업이 몰락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은 ‘절대품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셈이다. 결국 기본 활동의 수준이 절대품질의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Business Special] 지역별 동일 품질 필수…실패하면 ‘벼랑끝’
백대균 대표


1944년생.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현대자동차를 거쳐 1989년부터 LG전자, LS산전, LG화학 등 국내외 2000여 공장 컨설팅.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