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 하이트만 랑세스 그룹 회장

[Special Interview] “에너지 절감 기술의 원천은 ‘고기능성 고무’”
독일 화학그룹 랑세스는 최근 부틸고무(Butyl Rubber)사업부를 스위스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싱가포르의 산업단지인 주롱 섬에 신규로 4억 유로(6240억 원)를 투자해 부틸고무 생산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자동차의 급증과 함께 타이어 소비가 크게 늘면서 타이어의 원료로 이용되는 부틸고무의 수요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랑세스는 벨기에와 캐나다에 있는 부틸고무 생산 시설에서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해 왔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자 2013년 싱가포르 공장을 완공하고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공장 기공식이 있던 5월 17일 오후 싱가포르 페어몬트 호텔에서 랑세스그룹의 악셀 하이트만 회장을 만나 이번 대규모 아시아 시장 투자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번 싱가포르 공장 설립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싱가포르의 최신식 부틸고무 공장은 랑세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위한 미래에 대한 제시입니다. 랑세스의 전체 매출의 25% 상당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됩니다. 그리고 부틸고무의 경우 2004년 아·태 지역에서 생산량의 31%가 소비됐지만 현재 50%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싱가포르에 대한 랑세스의 투자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부틸고무 공장은 랑세스 설립 이후 지난 5년 반 동안 가장 큰 규모입니다. 아·태 지역만큼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곳도 없습니다. 더 많은 차량이 주행함에 따라 더 많은 타이어가 필요합니다. 이 부틸고무 공장이 완공되면 랑세스가 생산하는 할로겐화 고무로 제작되는 고기능성 레이디얼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말씀하신 고기능성 타이어 기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현대에 들어 고속 및 악천후에도 안전한 고기능성 타이어 디자인이 가능해졌습니다. 고기능성 고무는 더 안전하고, 더 오래가며, 편안한 시승 및 연료 경제성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랑세스는 실제 ‘친환경 녹색 타이어 기술’에서 선두 기업입니다.

타이어는 자동차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30%를 차지합니다. 랑세스 제품은 소비되는 연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랑세스의 고기능성 고무로 제작된 타이어는 고속도로 주행 시 연료 소비를 1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고기능성 타이어는 타이어 수명에서 4000km에 달하는 연료 절약 효과를 보장합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공장 준공을 2014년으로 늦춘다고 발표했는데, 올해 2013년으로 예정보다 앞당긴 배경은 무엇입니까.
[Special Interview] “에너지 절감 기술의 원천은 ‘고기능성 고무’”
지난해 잠정적인 건설 지연 결정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자동차 및 타이어 제조사들이 불황을 겪었고 고기능 고무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락했습니다. 당시에 주요 고객사들이 신규 투자를 유보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전망을 말씀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아시아 시장이 특히 눈에 띄게 회복됨에 따라 고무 산업 또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랑세스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실적이 좋았고 고정비용을 줄이는 등 회사 내부의 안정화 대책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그 어느 때보다 재정 상태가 건실해졌습니다.

2010년 1분기 랑세스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주와 유럽에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보다 수요가 낮은 수준이지만 아시아에서는 위기 전보다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유럽에서 재정 위기와 같은 위협 요소가 있어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크게 봤고 싱가포르 공장 건립을 앞당기게 됐습니다.

최근 화학 기업에도 친환경 공장이 큰 화두입니다.

건설 지연의 다른 이유는 랑세스가 그동안 추진했던 부틸고무 생산 과정의 혁신적인 기술 개선을 이용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 건설된 신규 공장은 새로운 환경보호 기준을 제시할 것입니다.

기술을 통해 생산 공정에서 방출되는 증기를 줄임으로써 전체 공장 에너지 소비가 다른 공장에 비해 크게 절감되고, 최첨단 연료 가스 정화 시스템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도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최신 폐수 처리 시설과 폐쇄 회로를 통해 폐수량도 크게 줄어들 겁니다. 랑세스의 총 투자금액 가운데 10% 이상이 선진 환경보호 기술 도입을 위해 이용됩니다.

아시아의 공장 부지를 선정할 때 한국도 고려 대상이었습니까.

처음 고려 대상에 한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로 최종 후보국이 좁혀졌고 결국 싱가포르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최첨단 제품의 가치가 높은 시장입니다. 우리의 제품군을 한국에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한국타이어와 같은 매우 중요한 고객도 한국에 있습니다.

그러나 부틸고무를 제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특수한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곳은 세계에서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련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돼야 하는데, 싱가포르의 주롱 섬이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싱가포르의 기술과 금융적인 부문에서도 인프라가 확보돼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랑세스의 공장이 들어설 주롱 섬은 어떤 조건입니까.

총 7개의 자연 섬을 매립 연결해 만든 주롱 섬은 현재 싱가포르의 글로벌 화학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주롱 섬에서는 아사히카세히·엑슨모빌·미쓰이케미컬·쉘·수미토모케미컬 등 총 94개가 넘는 정유·석유화학·특수화학 기업들이 있습니다.

주롱 섬 화학단지 내 한 기업의 생산품은 다른 기업의 원재료가 됨으로써 구축되는 대규모 제품 및 서비스 통합이 주롱 섬을 화학산업의 허브로 부상하게 한 주요 요인입니다. 주롱 섬은 ‘세계 최대 정유센터’,‘세계 3대 석유 거래 및 가격 예시 센터’, ‘세계 3대 액체화물 항구’ 등의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Special Interview] “에너지 절감 기술의 원천은 ‘고기능성 고무’”
싱가포르 공장이 완공된 후를 어떻게 기대하고 있습니까.

2013년 1분기에 완공하고 가동할 예정입니다. 싱가포르의 최신 생산 설비에서 연 10만 톤을 생산하게 됩니다. 생산량 절반이 아시아 시장에 공급될 겁니다. 많은 부분이 중국, 혹은 한국의 메이저 타이어 제조사에 탄탄하게 공급될 겁니다.

현재 한국의 3개 타이어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랑세스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 친환경, 그린에너지, 다음 세대의 에코 기술 등과 관련된 혁신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입니다. 이런 배경과 함께 아시아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려고 합니다.


랑세스와 부틸고무 사업

랑세스는 독일 레버쿠젠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특수화학 그룹이다. 2005년 독일계 바이엘사로부터 화학 부문과 폴리머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됐다. 핵심 사업 영역은 플라스틱, 고무, 특수 화학제품 및 중간체의 개발·생산 및 판매다. 전 세계 43개 생산 라인을 갖고 있으며 23개국에 1만43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009년 기준 매출액은 50억6000만 유로(약 7조9000억 원)다.

랑세스의 주요 사업부문인 부틸고무는 가스와 습기가 침투하지 않는 합성고무로, 주로 타이어에 사용된다. 또한 껌, 신발 밑창, 방화복 등에 사용된다. 세계적으로 할로겐화 부틸고무는 랑세스와 미국의 엑슨모빌만 생산하고 있으며 랑세스는 국내 한국타이어 등 세계 주요 타이어 제조업체에 부틸고무를 공급하고 있다.


악셀 하이트만 회장은…

1959년생. 독일 함부르크대 화학 전공. 영국 사우샘프턴대 화학 전공, 이학박사. 1989년 바이엘 입사. 2002년 바이엘 고무사업부문 본부장. 2004년 랑세스 경영이사회 회장(현). 2006년 독일 화학산업 대통령위원회 위원(현).

싱가포르=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