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거래 어떻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생명과 만도 등 ‘장외 대장주’들이 상장에 성공하며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기업공개(IPO)와 상장이 예정된 우량 기업의 주식을 미리 매입해 선점했다가 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장외주식 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증권에 비해 기업의 기술력이나 경영 정보, 재무 상태 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더하다. 언론 등에 노출돼 정보가 공개되는 기회나 기업 공시 의무 등이 적기 때문이다.
고위험 고수익 시장 장외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 중 가장 간단한 것은 당사자 간 직접거래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직접 만나 눈으로 주식을 확인한 후 거래하는 방법. 직접 주식과 대금을 교환하기 때문에 이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동이나 계좌대체 등 현실적인 번거로움 때문에 증권사의 계좌나 은행 계좌를 이용한 거래가 대부분을 이룬다.
증권 계좌를 이용하면 주식을 입고하거나 출고했을 때 사고 주식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투자 위험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한 배당금 및 주식 관리를 증권사에서 대행해 주는 이점도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 같이 은행 계좌를 이용해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 계좌를 이용할 경우에는 이체할 때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질적인 투자는 장외 주식 전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잘 알려진 장외 주식 거래 사이트에는 프리스닥(www.presdaq.co.kr), 38커뮤니케이션(www.38.co.kr), 피스탁(www.pstock.co.kr), 제이스톡(www.jstock.com) 등이 있다.
사이트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루에 2~3번 정도 기준가격을 제시한다. 이 밖에 인터넷 포털 증권 코너나 경제신문, 증권사 홈페이지 등에서도 시세와 분석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사이트나 언론·증권사 등에서 취합한 정보를 통해 매수를 희망하는 종목을 정하고 나면 주문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매도·매수 창에서 종목명을 검색하면 해당 종목을 사고팔기 위한 매물 내역들이 나와 있다. 여기에는 가격·수량·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는데 조건에 맞는 당사자들이 연락해 직접거래한다.
당사잔 간 직접거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중개 회사를 통할 수도 있다. 중개사는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매도·매수를 도와주는 업체로, 이 역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해관계가 맞는 거래 당사자를 찾은 후에는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치는 것이 좋다. 제도화되지 않은 시장의 특성 상 허위 매물이나 사기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 확정되면 매수자와 매도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계좌를 교환한다. 일반적으로 매도자가 주식을 증권 계좌로 이체하면 이를 확인한 매수가가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장외시장에서 이뤄지는 주식거래는 세제 면에서도 장내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장내주식은 소액 주주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증권거래세 등이 원천징수된다. 하지만 장외주식은 판 사람이 직접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비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율은 중소기업은 10%, 기타의 경우 20%다.
양도소득세액은 연 250만 원이 기본 공제되는데 세액을 자진 납부할 경우 10%를 추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 중소기업의 주식을 2000만 원에 1만 주 매입하고 2500원에 1만 주를 전량 매도했다면 양도 차익이 500만 원 발생한다. 여기에 250만 원을 공제하면 양도소득 과세표준은 250만 원이며 이것의 10%, 즉 25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여기에 자진 납부 공제 10%인 2만5000원이 감면되면 최종 결정세액은 22만5000원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양도한 연도의 다음 해 5월 1~30일 사이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증권거래세도 있다. 장내 시장은 0.3%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장외시장은 0.5%로 다소 높다. 안전성은 제도화된 시장이 커
장외주식 거래는 고수익 기대감이 큰 만큼 투자자 개인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크다. 투자 안전성이 우려된다면 한국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보드(www.freeboard.or.kr)’를 이용하면 된다.
지난 2000년 ‘제3시장’으로 불리며 문을 연 장외 주식시장이다. 2005년 벤처 활성화 정책에 따라 프리보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프리보드는 기존 거래소시장에 대응하는 ‘미니 시장’으로 제도화된 장외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상장 기업과 같이 발행인이 거래 대상 지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반기별로 정기 공시가 이뤄진다. 또한 증권사 계좌 입고 과정에서 위·변조 여부가 가려진다.
5월 20일 현재 프리보드에 가입된 기업은 63개이고 하루 평균 거래량은 2억 원 수준이다. 주요 종목으로는 2차전지 업체인 ‘코캄’, 비파괴검사 전문 업체 ‘케이엔디티앤아이’ 등이 있다. 케이엔디티앤아이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정된 기업 수가 적다는 것은 프리보드의 최대 약점. 또한 대기업 계열사 등 소위 ‘장외 대장주’로 부르는 인기 종목들도 지정돼 있지 않다. 이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과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에 자금을 조달한다는 설립 목적 때문이다.
프리보드의 매매 방식은 거래소 내의 상장 주식과 동일하다. 홈페이지나 증권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는 금융투자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주문하고 금융사는 이를 협회에 전달해 매매가 체결된다. 거래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이고 가격 제한 폭은 ±30%(거래소는 ±15%)다.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설 중개 사이트가 아닌 제도권 증권사도 거래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지난 4월 26일 장외주식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HTS인 ‘마이넷플러스(My Net Plus)’를 설치해 거래하면 된다.
주문에 관한 모든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제휴 업체가 제공한 실시간 시세, 관련 리서치 자료 등도 받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관이 인증한 서비스를 통해 거래함으로써 장외시장의 최대 단점인 투자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거래 대상은 동양종금증권이 선정한 업체로 포스코건설·현대카드·현대엔지니어링·IBK투자증권 등 우량 비상장 주식 35개 종목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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