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펀드 투자 전략

<YONHAP PHOTO-0248> 먹구름 낀 그리스 재무부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발(發) 금융위기 진원인 그리스가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사진은 그리스 재무부 건물. 2010.02.08

jungwoo@yna.co.kr/2010-02-08 07:40:0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먹구름 낀 그리스 재무부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유럽발(發) 금융위기 진원인 그리스가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사진은 그리스 재무부 건물. 2010.02.08 jungwoo@yna.co.kr/2010-02-08 07:40:0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5월 들어 유럽 펀드의 수익률이 급격히 나빠졌다. 유럽 주식형 펀드의 1주일 평균수익률(5월 11일 기준)이 6.05%를 하락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인 마이너스 3.38%를 크게 밑돌았다.

물론 수익률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그리스의 재정 적자 리스크다. 이런 시점에서 유럽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투자자들도 궁금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유럽 펀드에 대한 투자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현재 유럽이 처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5월 9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12시간의 릴레이 토론 후 5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10일 하루에만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증시는 10% 이상 급등했고 독일·프랑스·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도 5% 이상 상승했다.

물론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에서의 결과물은 실제 구제금융의 조달과 집행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해 주기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 지원 때와 달리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리스 금융 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시장의 안정을 이끄는 모습이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통화 스와프 재개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의사 표명,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추가 동참(2500억 유로) 의지 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조가 활발히 이뤄진 것도 시장의 안정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이와 같이 그리스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면서 유럽 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유럽 국가의 ‘부활’ 그리 쉽지 않아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다. 이는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남유럽 국가의 재정 상황이다. 5월 9일에 있었던 최대 7500억 유로의 유동성 지원은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그전에 합의됐던 금융 지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1일 EU와 IMF는 향후 3년간 1100억 유로 규모의 금융 지원에 합의했고 7일에는 그중 독일이 부담해야 할 224억 유로 지원안이 독일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1100억 유로는 향후 3년간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의 원금과 이자 만기(1127억 유로)를 상환할 수 있는 규모다.

다시 말하면 EU와 IMF가 약속을 이행하는 한 2012년까지는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유로존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이는 그리스의 국채 상환 가능성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이 그리스의 채무 상환 불능 여부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다는 의미다.

결국 포르투갈을 비롯한 스페인이나 영국 등 메이저 서유럽 국가 재정 상황을 시장이 계속 용인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미 신뢰가 붕괴된 그리스의 경우 부채 규모가 작아 1100억 유로로 3년 동안 채무 이행을 보장할 수 있었다.

IMF 부담금 300억 유로를 제외하면 유로존 부담금은 800억 유로이며 이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0.59%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약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문제가 된다면 이들 국가의 향후 3년간 채무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3200억 유로가 필요하다. 이는 유로존 GDP의 2.36%에 해당한다. 이탈리아까지 포함하면 5.19%에 달한다.

IMF 지원도 한계가 있다. IMF가 사용할 수 있는 구제금융 재원은 1월 말 현재 약 2400억 달러인데, 이 중 약 400억 달러(300억 유로)가 그리스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나면 약 2000억 달러가 남는다.

그리스와 같이 73 대 27(800억 유로 대 300억 유로) 비율로 유로존과 함께 부담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로존의 부담은 다소 덜 수 있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 지원 시 가용 재원은 900억 달러로 축소되고 이탈리아까지 구제한다면 IMF 기금은 거의 바닥나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 7500억 달러의 기금이 조성된 것이기도 하지만 과연 EU와 IMF가 진짜로 이 돈을 풀 마음이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궁금해 하기도 한다.

둘째, 단기간 내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의 핵심 중 나머지는 성장에 대한 불안이다. 이것이 궁극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빚을 줄이려면 적게 소비하든지, 아니면 쓰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만약 과거 2003~2007년과 같은 호황기가 도래한다면 남유럽 국가들도 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줄이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긴축재정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내수 침체를 초래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처할 수 있고 부채 상환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떤 경우에도 재정 적자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셋째, 독일 집권당의 패배다. 5월 9일 독일 중도 우파 연정이 주의회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연방 상원에서 과반수 의석 유지에 실패했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데 있다는 것이다. 독일 내에서는 그리스 지원에 대해 여론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는 향후 독일 총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독일은 주마다 선거 일자가 다른데, 작년 총선이 끝난 후 첫 번째로 열린 주의회 선거라는 점에서 앞으로 유로존의 추가 지원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무리한 투자 ‘금물’…지금은 기다릴 때
투자 지역 꼼꼼히 살펴야

결국 유럽 주식형 펀드의 향후 투자 전략에서 유로존의 안정화 대책이 과연 실제 제도화(의회 승인, 기금 조달 가능 여부, ECB 국채 매입 규모 등)될 수 있는지에 대한 풀이가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실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등의 재정 적자 우려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결국 경기 회복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럽 펀드의 수익률 개선에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리먼 사태와 같이 글로벌 증시가 신용 경색 과정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는 최소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되므로 펀드 기보유자는 현 시점에서 굳이 환매할 필요는 없으며 연말까지 해외 펀드 비과세 유보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유럽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일단 상황을 지켜본 후 투자를 결정하는 쪽이 나을 듯싶다. 이미 유럽 증시는 고점 대비 하락 폭이 큰 상황이며 상승으로 턴(Turn)한 후 투자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펀드 기보유자와 달리 올해부터 해외 펀드 신규 가입자는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따라서 굳이 유럽 펀드의 변동성이 확대된 시점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강행할 필요는 없고 투자 시 변동성을 고려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유럽 주식형 펀드는 앞서 설명했듯이 러시아에 투자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유럽 투자 지역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재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 펀드 중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남유럽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거의 없다. 그리스 편입 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도 투자 비중에서 4% 내외를 차지한다. 따라서 만약 남유럽 투자 펀드를 원한다면 역외 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약력 : 1979년생.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현). 펀드 판매 전문인력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 보유.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