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비베스 아그로슈퍼 이사
한국인들의 삼겹살 사랑은 유별나다. 퇴근길에 직장 동료와 ‘소주 한잔’에도, 가족과의 외식 메뉴로도 삼겹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작년 기준으로 연간 9만 톤의 삼겹살을 수입하고 있는 큰 수입국 중 하나다.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고 있는 삼겹살 중에서도 칠레산은 맛과 품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카를로스 비베스 이사가 일하는 아그로슈퍼는 바로 이 칠레산 삼겹살의 대부분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아그로슈퍼가 대표적 서민 음식인 삼겹살을 공급하는 기업이라고 쉽게 봐 넘기면 오산이다. 1만4000명의 임직원이 있는 아그로슈퍼는 전 세계 65개국에 돼지고기를 포함해 다양한 농축수산식품을 공급하며 연간 2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그로슈퍼는 최근 사업 목록에 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바로 ‘환경 사업’이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량은 자동차 등 교통수단이 만들어 내는 양보다 더 많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20%에 이를 정도죠. 아그로슈퍼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비베스 이사에 따르면 아그로슈퍼는 지난 2000년부터 약 75억 원을 투자해 칠레 농축산업 기업 중 최초로 온실 가스 감축 시스템인 ‘바이오 다이제스터(Bio digester)를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바이오 다이제스터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비베스 이사는 “이 시스템은 12만여 마리의 돼지가 발생시키는 분뇨와 유해가스를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3단계 과정을 통해 처리하는 장치”라며 “환경에 해가되는 유해 물질 및 악취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만들어지는 부산물들은 비료로, 메탄가스 등은 전기 생산 및 난방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다이제스터 시스템의 장점은 또 있다. 바로 ‘탄소 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아그로슈퍼는 이 시스템을 통해 줄인 탄소 배출량을 일본과 캐나다의 전력 회사에 판매 중이다. 비베스 이사는 “더불어 바이오 다이제스터로 정제한 물을 재활용할 수 있어 자원 낭비도 막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면 도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비베스 이사는 “바이오 다이제스터 시스템은 처음부터 대기업이 아닌 일반 축산 농가의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낮춰 보다 많은 농가들이 이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의 보다 많은 축산 농가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비베스 이사는 한국의 농축산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농축산 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하나는 ‘수직 계열화’, 다른 하나는 ‘협력’이다.
그는 “아그로슈퍼는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한 제품과 품목을 국제 표준에 맞는 단일 브랜드로 생산·판매·유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농가들과의 협력, 정부와의 협력이 오늘날의 아그로슈퍼를 만들었다”며 “한국 농가들도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업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힘을 모은다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를로스 비베스 아그로슈퍼 이사
약력 : 칠레 산티아고대 농업 경영 전공. 스페인 마드리드대 자연 환경관리 전공. 세계 최대 곡물 메이저 카길에서 8년간 근무. 98년 아그로슈퍼 환경관리 본부장. 2006년 아그로슈퍼 대외협력 이사(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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