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베스트 금융 CEO
미국발 금융 위기에 한숨 돌렸던 국내 금융시장이 유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출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불안에 떠는 투자자에게 희망의 불을 밝혀줄 ‘현인’들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금융 CEO’들은 아마도 이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위기를 정면 돌파할 업계 최고의 경영 능력은 물론 수많은 부침을 겪으며 쌓아온 내공과 배짱, 그리고 난다 긴다 하는 금융맨들을 ‘차렷’하게 하는 리더십까지 겸비한 최고경영자(CEO)들이다. 국내 금융업계 최고의 CEO들을 만나보자.

2010년 국내 금융권 최고의 CEO는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신용 평가 기업 한국신용평가정보와 리서치 전문 기업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총 8개 부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장호 부산은행 행장, 정회동 NH투자증권 사장, 박중진 동양생명보험 부회장,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사장, 한동직 동부자산운용 사장, 정일대 경기솔로몬저축은행 행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최고의 CEO로 선정됐다.

조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위해 정량적 조사와 정성적 조사를 모두 아우르며 3차에 걸쳐 치러졌다. 1차는 한국신용평가정보의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2008년과 2009년 경영 실적 분석이 가능한 449개 금융 기업의 경영 실적을 점수화해 각 업권별로 5명 금융사 CEO를 선정했다.

2차는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금융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 금융사 CEO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후 이를 점수화했다. 3차는 1차와 2차의 점수를 더해 ‘베스트 금융 CEO’를 선정했다.

금융지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이팔성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내실 경영’을 이끈 CEO다. 특히 이 회장은 2009년에는 수익성 개선에 온 힘을 쏟아 저비용성 수신을 늘려 적정한 예대율을 유지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며 성장을 거듭하도록 이끌었다.

이 회장은 올 들어 그룹의 성장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블록세일, 자사주 매입, 과점적 대주주 그룹 형성 등 지분 매각 방안에 대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민영 우리금융그룹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고 있다.

은행 부문에서는 이장호 부산은행 행장이 베스트 금융 CEO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 취임한 이 행장은 특유의 뚝심과 친화력으로 부산은행을 최고의 지방은행으로 변신시키는 ‘마술’을 선보였다.

그 결과 부산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이 1000억 원을 넘어서며 쾌속 행진을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인 3050억 원도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하지만 이 행장은 “경영 실적이 전부는 아니다”고 강조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향토 은행으로서 지역이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기 때문이다.

증권 부문은 정회동 NH투자증권 사장이 최고 CEO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8년부터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정 사장은 시존의 주식 위탁 수수료 일변도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집합투자증권·파생결합증권·소매채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장을 이끌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충하는 데 힘쓰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정 사장 취임 후 올해 3월 말까지 207%의 영업수익 성장률, 182%의 당기순이익 성장률, 143%의 예탁자산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증권사로 커나가고 있는 중이다.
2010 베스트 금융 CEO
전년 대비 성장률이 제일 큰 ‘기준’

생명보험 부문에서 베스트 CEO에 오른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생명보험 업계의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다. 바로 2009년 10월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이끈 게 바로 박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총자산 규모가 2010년 3월 기준 상장 전보다 21.41%나 성장한 11조976억 원으로 덩치를 불리며 업계 리딩 컴퍼니로 거듭날 태세다. 2006년 취임한 박 부회장의 강점은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금융통’이라는 데 있다.

증권을 시작으로 종합금융 생명보험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경력을 쌓은 그는 동양생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손해보험의 베스트 금융 CEO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이 차지했다. 그는 금융 업계 최고의 공직 출신 CEO로 평가 받는다. 박 사장이 1998년 ‘대한재보험주식회사(현 코리안리)’를 처음 맡았을 때는 당기순손실 2800억 원이 예상될 정도로 파산 상태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37억 원의 흑자로 전환시키는 ‘마법’을 펼쳤다.

박 사장은 아직도 그 마법을 이어가고 있다. 코리안리가 박 사장의 리더십 아래 1999년 이후 11년 동안 당기순이익 누계 5972억 원으로 과거 36년(1963~1998년) 동안의 당기순이익 누계 827억 원에 비해 7.2배나 많은 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것.

현대카드를 이끌고 있는 정태영 사장은 카드 업계의 베스트 CEO를 차지했다. 그는 2003년 취임 후 약 9000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을 2년 만인 2005년 4500억 원의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킨 경영의 달인이다.

특히 정 사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2003년 당시 점유율도 3%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을 2009년 말 기준 업계 2위인 16.9%를 끌어올리며 현대카드의 시대를 열었다.

자산운용 부문 베스트 CEO인 한동직 동부자산운용 사장은 28년간 여의도 금융가를 지켜온 베테랑이다. 특히 대형 운용사를 이끌며 쌓아온 노하우를 그대로 동부자산운용에 접목하며 엄청난 폭의 성장을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동부자산운용의 수탁액은 한 사장 취임 전 2조4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조900억 원에 달한다. 무려 250%나 늘어난 수치로 시장 대비 2배에 달하는 성장세다. 또한 운용 성과 역시 뛰어나 3년 동안 연속으로 상위 30%에 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부문의 베스트 CEO는 정일대 경기솔로몬저축은행 행장이 차지했다. 출범 2년을 맞이한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은 옛 한진저축은행 시절에 비해 자산 규모와 자기자본이 모두 4배 이상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영업이익도 2009 회계연도 기준 1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급성장의 중심에는 정일대 행장이 있다는 평가다. 정 행장은 제2금융권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CEO의 자리에 오른 그야말로 저축은행 역사의 산증인이자 업계의 마당발이다.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