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줄기는 전립선 건강의 척도

50세 이상 되면 정기검진 받아야
철없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소변 세기 경쟁이 붙어 담벼락을 넘기는 내기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담벼락을 향해 아랫배에 힘을 힘껏 주었던 기억이 있는데, 담장을 넘기지 못했던 친구들은 좀 뚱뚱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광고 이미지를 보면 연령이 지극한 남성이 소방용 호스를 들고 나와 물줄기를 세차게 뿜어내는 모습을 하고 있거나 덩치 큰 코끼리의 코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사진을 볼 수 있다.

배뇨 장애가 있는 남성이라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곧장 비뇨기과로 향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배뇨 장애 개선 효과가 있다는 건강보조식품도 홈쇼핑에 연일 방송되고 신문에도 전면 광고가 나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남성 배뇨 장애와 관련된 치료제와 건강보조식품이 다량 출시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그만큼 소변줄기가 약한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남성들의 소변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전립선이다.

전립선은 보통 잘 익은 밤알 크기인 약 18~ 20g 정도이고 가로 4.4cm, 세로 3.5cm 정도가 정상이다. 나이가 들면 전립선은 점차 비대해지고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이 중앙을 통과하고 있는 요도관을 압박하면서 배뇨 장애가 나타난다.

압박을 당하는 요도관의 길이는 전립선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4~5cm 정도로 전체 요도 길이의 4분의 1 정도인데 이 요도관을 넓히기 위한 비뇨기과 의사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전립선 요도관이 압박되면 소변줄기가 가늘어지는 증상과 함께 배뇨 시 중간에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잔뇨감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와 야간뇨 증상으로 삶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심한 경우 급성요폐(급성요정체)와 같은 증상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성기능에도 악영향

또한 전립선비대증은 배뇨 장애뿐만 아니라 성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 건설 회사에 근무하는 52세 김모 부장은 얼마 전 배뇨 장애를 동반한 발기부전 증상과 심한 회음부 통증으로 2년을 넘게 치료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직장을 사직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같이 남성들에게 전립선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사소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립선비대증을 포함해 전립선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이 비대해지는 증상은 피할 수 없지만 평소 식습관을 통해 비대해지는 정도를 줄이고 전립선의 면역 기능을 증가시켜 염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전립선 구조는 정낭을 포함하고 있는데, 자연에서 볼 때 사자와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은 정낭을 가지지 않고 정낭과 전립선을 모두 가진 유일한 동물은 소·유인원·코끼리와 같은 초식동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낭과 전립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육식이 아닌 채식을 해야 건강한 전립선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선한 야채나 과일 위주의 식습관으로 전립선의 면역 기능을 높이고 전립선이 비대하게 변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원활한 배뇨가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지만 배뇨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요즘에는 배뇨 곤란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잘 치료해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모습을 보면 비뇨기과 의사로서 새삼 보람을 느낀다. 50세 이상이라면 전립선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약력 : 비뇨기과 전문의. 대한비뇨기과학회 정회원. 미국비뇨기과학회 정회원.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 과장. 연세대 비뇨기과학 외래교수. 대한 남성과학회 정회원(현).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