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주식형 펀드 투자 전략

기업 이익·외국인 수급 ‘굿’…환매‘No’
4월 국내 주식시장(코스피 기준)은 2.88% 상승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도 4.12%를 기록하며 시장 대비 아웃퍼폼(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내외 기업들의 2010년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오히려 확대됐다. 3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1조8555억 원(ETF 제외)을 기록했지만 4월 들어서는 3조9768억 원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되며 월간 최대 유출액을 경신했다. 그렇다면 5월에도 이러한 환매 행렬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어지는 환매 행렬 언제까지

먼저 5월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걱정되는 것은 기업 실적 발표의 모멘텀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2010년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Fn가이드 컨센서스).

이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순이익도 78조 원으로 사상 최대이며 이에 근거한 주가수익률(PER)은 10.5배다. 역사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밸류에이션은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정한 수준으로 보인다. 절대 수준(레벨)으로 본 기업이익은 올해 주가를 지지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향후 1~2개월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레벨보다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이익의 모멘텀을 전 분기 대비 증가율(QoQ%)로 정의한다면 1분기가 연간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영업이익과 2분기 영업이익은 둘 다 22조20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4분기와 비교해 1분기 이익이 47% 증가한 것에 비해 2분기는 제자리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이익 추정치는 향후 거시 환경 또는 업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2분기 이익 추정치가 1분기에 비해 제자리걸음이 된 가장 큰 이유는 4월 어닝 시즌 과정에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가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자동차 판매량, 정제마진, 유화 제품 가격, 철강재 가격 등 국내 핵심 산업의 이익지표가 앞으로도 꾸준히 호조를 보인다면 2분기 이익 전망은 더 상향될 것이고 주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틀릴 것이다.

하지만 매크로 측면에서도 이번 1분기가 경기 모멘텀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나을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어닝 시즌 과정에서 낙관적 이익 전망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5월 이후에는 재료 공백과 차익 실현 압력이 더 부각될 수 있는 시점이다.

다음으로 5월 이후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는 신흥국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국 긴축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상기 요인들이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어닝 시즌 열기가 식고 나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는 연초부터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인도에 이어 브라질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브릭스(BRICs) 중 2개 국가가 긴축으로 전환했다. 물론 이러한 긴축정책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들이 글로벌 실물경제는 이끄는 국가이거나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하는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경제의 수요가 부진한 국면에서 중국 경제는 글로벌 수요를 대체했던 거의 유일한 시장이었다. 중국이 긴축으로 전환한다면 원자재 시장 및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긴축정책은 이미 미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5월 2일 인민은행은 “5월 10일부터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종전 16.5%에서 17%로, 중소형 은행은 14.5%에서 1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준율 인상만 올 들어 세 번째다. 물론 겉으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속내는 이미 긴축에 대한 시그널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이후 긴축정책은 기준금리인 1년 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물가 상승이 빠르거나 부동산 과열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사용할 것이고 수출 회복이 본격화되거나 수입 물가가 올라간다면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다. 또는 상황에 따라 두 개의 수단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기업 이익·외국인 수급 ‘굿’…환매‘No’
물론 어떤 방법이든 긴축의 목표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적절하게 통제돼야 하고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 경제는 적절한 긴축을 필요로 하지만 긴축이 과도할 경우 경착륙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긴축정책이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인지 판단하기 위한 핵심 변수는 물가와 부동산 시장이다.

먼저 물가의 경우 과잉 긴축이 우려될 정도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평균을 그대로 대입한 결과 2010년 물가상승률은 6~7월에 3%를 상회해 4%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통화량과 곡물가격이다. 2009년 신규 대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 30%에 이를 정도로 사상 최대의 자금이 풀렸기 때문에 실제 물가상승률은 여기서 추산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제한한 올해 초 이후 월 신규 대출이 6000억 위안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2배 이상 많다.

‘코스트 애버리징’ 기대하라

곡물가격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바스켓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품 물가에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식품 물가는 전체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었다. 글로벌 곡물가격도 풍작에 따른 공급 초과로 비철금속이나 에너지 가격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만약 신규 대출이 꾸준히 축소되고 곡물가격도 안정을 보인다면 한두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중국 경제에 큰 위험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 상승 압력의 크기를 예단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긴축으로 전환하는 초기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긴축정책의 다른 핵심 변수인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물가 상황보다 급박하다. 중국 주택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부동산 개발 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은 제조업 투자 자금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부동산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과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부동산 억제 정책은 부동산 매입에 대한 신용 규제 또는 레버리지 축소와 같은 행정 지도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미시적 행정 규제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정책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긴축의 타깃이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올해 초 이후 국내 주가는 실적 호조와 경기 사이클 회복을 반영하며 전고점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작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5월 이후에는 이익 모멘텀 둔화와 중국 긴축 부담에 따라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환매 적기일까. 2007년에 거치식으로 가입했다면 지금쯤 아주 조금이나마 수익을 냈을지도 모르니 환매의 유혹에 당연히 끌리게 된다.

그러나 기업 이익, 경제 펀더멘털, 외국인 수급에 대한 좋은 뉴스를 연일 마주치고 있다. 이는 시장의 급락을 방어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지금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다.

또한 적립식으로 투자 중이라면 불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조정 때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향후 더 큰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외국인 수급 ‘굿’…환매‘No’
안정균 애널리스트


1979년생.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7년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현). 펀드 판매 전문인력 자격증, 투자상담사 자격증, 선물거래상담사 자격증 보유.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