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 ‘월드스팀지니’

치킨 페스티벌, 떡볶이 페스티벌…. 전시회장마다 업종별 페스티벌이나 박람회가 줄을 잇고 있다. 입장료만 내면 무제한 음식 제공이란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전시장을 찾으면 그야말로 그 업종에 관련된 국내의 모든 브랜드를 거의 다 보고 올 수 있는 덤도 있다. 대신 무료 시식을 위해 부스별로 길게 줄을 서야 한다는 건 좀 피곤한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호객하기 좋은 것이 무료 시식이다 보니 요식업 창업들은 각 박람회와 축제에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들은 상대적으로 가려진다. 창업자들은 스스로가 이용 고객인 업종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먹어본 음식’ 이나 ‘이용해 본’ 형태의 창업 종목을 더 선호한다.

골프광인 사람이 스크린 골프점 창업에 관심을 보인다거나 아이가 있는 주부가 유아 용품점 창업에 뛰어든다면 그만큼 관심 분야이기 때문에 고객과 소통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인력이 기본, 늘 똑같은 결과 나와야 전문가
남이 안 하는 ‘블루오션’을 찾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관심 분야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많고 특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늘 치열한 업종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대개의 사람들이 그런 일이 있는 줄 관심도 쓰지 않는 생소한 분야지만 꾸준히 일감이 생기는 새로운 분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려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월드스팀지니’는 국내에서 스팀을 이용한 바닥 세척으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세척 전문점이다.

사무실 바닥은 청소 아주머니가 닦아주는 게 당연하던 시절, 스팀 기계로 바닥 대리석을 닦고 카펫을 클리닝한다는 얘기를 장인복 사장은 1990년대에 호주에 이민 중인 후배에게 처음 들었다.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청소 얘기지만 장 사장은 “전망이 밝다”며 권유하는 후배의 말에 미국의 청소 방식과 기기들을 수소문해 보았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200만 원가량이었는데 미국의 클리닝 장비는 무려 당시 시가로도 5000만 원에 달했다.

스팀 세척 기계는 고온으로 순간 세척을 하므로 살균 소독은 물론이요, 먼지를 흡입하는 마력이 2마력 수준인 국내 기기에 비해 64마력으로 비교가 되지 않게 대단했다. 그리고 청소 후 카펫의 건조 시간이 겨우 2시간으로 24시간 말려야 하는 국내의 습식 방식에 비해 대단히 짧았던 것이다.

전문화된 장비에 놀란 장 사장은 ‘남들보다 먼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서 성공해 보자’는 마음으로 1997년 클리닝 업체를 창업했다. 물론 장비만 들여와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애틀랜타의 한 교포가 운영하는 클리닝 업체에서 전문 인력도 3명 스카우트해 왔다.

그러나 장비도 인력도 처음 시작했으니 당연히 국내에 스팀 클리닝이라는 인식이 전무할 수밖에 없었다. 세척력 차이가 현격하다지만 고객이 그 효과와 필요성을 알기 전엔 서비스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첫 고객은 국내 고객이 아닌 미8군 사무실이었다고 한다. 1, 2년 미8군의 사무실을 클리닝하면서 국내 기업이 드디어 작업을 요청했다. 바로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파이낸스 빌딩이 첫 국내 고객이 된 것이다. 그 후 삼성 서초사옥과 제일은행 390개 지점 등 국내 상장 기업들의 바닥 클리닝 주문이 쇄도했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만큼 일거리는 늘어났지만 인력을 기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작업량을 상품 찍듯이 척척 찍어댈 수 없었다. 4인을 기본으로 클리닝 1팀이 구성되는데 하루에 1653~2644㎡(구 500~800평)의 카펫을 청소하는 것이 보통 작업량이기 때문에 무조건 주문을 더 받는다고 해서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존의 용역 인부들을 고용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결국 선진 클리닝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결국 해결책은 전문 인력을 직접 키우는 것뿐이었다. 장 사장은 “아예 경험이 없는 사람이 새로 배우는 것이 낫다”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판단했다고 한다.

지금 월드스팀지니는 20여 명의 전문 현장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평균나이 32세에 대졸자들이다. 사무직도 아닌 현장직에 대졸 젊은이들을 채용하고 ‘현장직 최하 연봉이 3000만 원’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장 사장은 “그 대신 기존 근무시간 관념을 가진 사람은 우리 회사에 없다”고 말한다.

보통 회사들이 분기에 1회 정도로 클리닝을 의뢰해 오는데 영업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근무시간 체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삼성 서초사옥 42층 전체의 클리닝 작업을 맡았을 때 전 층의 카펫 면적만 무려 6만6100㎡(구 2만 평)였지만 5일 동안 30명의 인력을 투입해 모두 끝냈다.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하고, 또 그 다음날 아침에 작업을 가야 하는 때도 있어요. 그걸 견디지 못하면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장 사장은 지금도 현장에 나가 작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도 늘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장 일을 함께하지 않지만 결과를 평가하고 잘 되면 술값을 쥐어주며 꼭 치하하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시간이 걸려도 다시 하게 한다. 인력 관리가 이렇게 철저해야 어느 작업이든 기본적으로 결과물이 일정 수준에 반드시 이르게 된다. 작업자들이 스스로 시스템화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 찾고 만들어가는 일감
남이 안 하는 ‘블루오션’을 찾다
기업 고객들의 일이 꾸준해지자 다음에 발생한 문제는 평일과 주말의 작업 할당량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오피스 근무시간을 피해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의 대부분이 주말에 몰려 거의 평일과 1 대 5 정도로 차이가 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장처럼 생산량을 조절할 수도 없고 인력을 관리하는 데 당장 어려움이 생겼다. 작업자들을 평일에는 놀리고 주말에는 더 찾아야 하는 인력 병목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장 사장은 ‘평일의 일감을 더 찾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바닥에 대리석과 카펫을 사용하고 깔끔함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넓히니 골프장의 클럽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클럽하우스는 주말이 최대 성황이니 당연히 평일이 작업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눈을 돌려 찾아낸 것이 바로 주말에 붐비는 극장들이었다. 그 결과 서울과 경기권의 골프 클럽하우스들과 롯데 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극장들이 고객이 됐고 평일에도 작업량이 늘어 주말에 몰린 일감 병목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일감을 새로 만들 듯, 모든 것을 찾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장 사장은 이제 “늘어난 일감만큼 전문 인력을 더 뽑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말한다.

교육받지 않은 용역으로 일처리를 해서는 어렵게 만든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교육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 건설 회사의 모델하우스로 쓰이던 양평의 661㎡(구 200평) 규모의 부지를 용도 변경해 교육장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교육장은 6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팀을 양산해 지점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영업 지역을 넓히겠다는 것이 다음 도전이다.

청소는 허드렛일이라는 개념을 깨버리고 전문 영역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장 사장은 “위생은 문명 발달과 함께 니즈가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죠. 그러니 제가 몸담고 있는 이 시장이야말로 계속 커지는 시장이 아니겠어요?”라고 말한다. 창업 시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한정된 업종에 몰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궁금해 하는 사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낸 사람들은 끊임없이 성공을 학습하고 또 다른 성공을 찾아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남이 안 하는 ‘블루오션’을 찾다
약력 :
덕성여대 심리학과 졸업. 한국광고연구원(KADI) AE.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컨설턴트. 김앤리컨설팅 대표로 각종 언론에 창업 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