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마케팅에 새바람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누릴까 고심하는 기업들에는 소셜 네트워크의 확대가 반가운 소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를수록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앉아서 거의 공짜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블로그·트위터 등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는 최근 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가장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온·오프라인 홍보 전문 매체 ‘더 PR’가 국내 200개 주요 기업 홍보 담당 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기업 3개 중 하나(31.0%)는 이미 홍보실이나 특정 부서에 소셜 네트워크 등 뉴미디어를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홍보 담당자 46%, SNS 홍보 ‘효과적’
최근 영향력이 가장 많이 증가한 매체로 ‘소셜 네트워크’를 꼽은 응답자(복수 응답)가 전체의 51.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또 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46.0%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PR 수단으로 소셜 네트워크의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는 ‘효과적이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48.1%에 달해 소셜 네트워크를 긍정적인 PR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기업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홍보 방법은 기업의 서비스와 그 목적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고객 상담형’이다. 통신사 KT는 올레KT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고객 대응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약 5명의 홍보팀 직원이 트위터를 통해 각종 민원에 성실하게 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아이폰 개통과 관련해 아이폰이 발매되기 전에 개인 개통을 원하는 사용자의 불만이 올라오자 바로 온라인으로 개통이 가능하도록 시정했고 아이폰과 관련된 수많은 질의에 응답해 아이폰 관련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게 됐다.
다음으로 ‘정보 제공형’이다. 그동안 광고나 전단지로는 전달하고 싶은 상품·서비스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막대한 양의 홍보 내용을 고객들에게 전할 수 있어 유용하다. 이와 함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의 속보성은 어떤 미디어보다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트위터의 @KoreanAir_KE를 통해 실시간 항공기 운항 정보에서부터 노선별 서비스 내용, 유튜브 동영상을 통한 각종 TV 광고, 각종 수상 내역, 여행 정보 등을 전하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재 영향으로 유럽 노선이 마비되자 실시간으로 인천공항 종합통제센터로부터의 운항 취소 정보를 트위터에 올렸고, 국내 여행객들은 공항에 가기 전에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발이 묶인 유럽 여행객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 것에 대해 대한항공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고마웠다”는 메시지가 속속 올라왔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고객 친화형’은 그동안 권위적이고 다소 부정적이었던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데 소셜 네트워크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홈쇼핑 업체 GS샵은 기업 블로그 ‘리얼쇼핑스토리’를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고 있고 현재까지 2만 6000명 이상의 블로거가 방문했다.
‘리얼쇼핑스토리’는 GS샵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에서 홈쇼핑에 방송되는 상품을 개발한 머천다이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쇼핑에 대한 리얼한 이야기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에 대한 평이나 사용 후기를 작성하면 이를 소개하는 ‘리얼GS샵토크’ 코너도 기업과 고객이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이벤트형’은 기존의 인터넷 이벤트가 주요 홍보 수단으로 등장한 이후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국내 단문형 블로그인 ‘미투데이’를 통해 신차 ‘스포티지R’와 ‘K5’에 대해 여러 마케팅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차에 대한 퀴즈와 설문 조사, 사다리타기 등을 통해 당첨된 이들에게는 카메라와 상품권 등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아 타이거즈와 연계한 이벤트는 야구와 차에 관심이 많은 누리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100여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에 힘을 쓰고 있는 기업들은 서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위해 ‘기업트위터연대’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현재 트위터에서 실질적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인 KT·이마트·MBC·이마트·대한항공·동원참치·기업은행·팬택스카이·산돌커뮤니케이션·매일유업 등 9개사가 뭉쳐 공동으로 프로모션과 이벤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회 공헌 및 기업 트위터 포털 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 트위터 데이’를 매월 첫째 주 금요일로 정하고 기업 간 릴레이 홍보 이벤트를 전개하며 홍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 고객에 더 많은 메시지 전달
기업 홍보에서 기존의 일방향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나아가 고객들과 양방향으로 직접 소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즉, 기업이 고객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아직도 소셜 네트워크의 공식 계정에서 일방적인 메시지만 쏟아내고 있지만 이럴 경우 ‘팔로워(follower)’를 신청하는 고객 수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업보다 많지 않다.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팀의 임진희 대리는 “현재 소셜 네트워크 담당으로 홍보팀·마케팅팀에서 각각 1명씩 총 2명이 관할하고 있지만 일일이 고객들에게 대응해야 하고 부서 간 피드백도 받아야 하므로 인력 구성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월부터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상품 정보와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모 유통업체의 담당자는 “고객과 친밀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기업의 공식 목소리인 만큼 너무 친구처럼 고객을 대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히려 트위터상에서 질문에 전담 직원이 빠르게 응대하지 않으면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의 속도성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왁자지껄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단지 계정을 열고 “좋은 물건 있습니다”, “싸게 팔아요”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환영받기 위해서는 단지 홍보성 글을 대량으로 토해내기보다 진정성을 갖고 친구처럼 고객의 고민과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피어 애널리틱스는 트위터 메시지 2000건을 임의로 추출해 △뉴스 △스팸 △자기 홍보 △쓸데없는 얘기 △일상적 대화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메시지 등 6가지로 분류했다. 그 결과 쓸데없는 얘기가 40.55%, 일상적 대화 37.55%, 자기 홍보 5.85%, 스팸은 3.75%로 조사됐다. 그리고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메시지는 8.7%에 그쳤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기업들의 참여가 스팸이나 쓸데없는 이야기 등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충성도를 보여 신뢰를 얻어 내야 한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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