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고객은 왕’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만큼 ‘고객중심주의’를 이야기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고객은 망한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잘나가던 기업을 망하게도 한다.

요즘 아이폰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 부활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과거 고객보다 기술을 맹신했던 애플은 PC 시장의 주도권을 IBM에 내주었으나 오늘날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세계적 리콜 사태로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도요타의 교훈 역시 ‘고객만족의 중요성’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경기도시공사는 신용 등급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AAA’를 획득했다. 경기도시공사의 신뢰도가 최고 수준임을 외부의 신용 평가사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동안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LH공사·한전·삼성전자·포스코 등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지방 공기업으로서는 경기도시공사가 두 번째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경기 도시공사가 이번에 ‘AAA’등급을 받은 데에는 △광교 신도시 등 대형 정책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에 따른 리스크 해소 △자금의 선순환 구조 정책에 따른 채무 상환 능력 향상 △공사의 미래 발전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성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경기도시공사가 최근 몇 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고객중심 경영’이다. 기업의 신뢰와 신용은 결국 고객에게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도시공사의 신용 등급 ‘AAA’ 획득의 숨은 ‘1등 공신’은 ‘고객 중심 경영’일 것이다.

경기도시공사는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입주지원반을 만들어 가구별 하자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고 주부 프로슈머를 운영하며 동선이나 마감재 하나까지 소비자 선호드를 반영, 더 나은 주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 사랑의 쌀, 사랑의 헌혈 등 나눔 행사와 임대 아파트 주민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는 타운사업지구 내 독거노인 지원·공부방 운영·위기 가정에 대한 무한 돌봄 사업 기부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고객과 함께 호흡했다.

뉴타운 사업을 하면서 일방적 추진을 지양하고 ‘찾아가는 뉴타운 시민대학’, ‘참여하는 뉴타운 시민대학’ 등을 운영해 고객들이 원하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무료 세무·법무 상담을 통해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췄고 뉴타운 지역 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창출 포럼’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공사 직원들이 직접 저소득층이 입주한 전세 임대주택을 방문, 일일이 보일러나 수도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고객 중심 서비스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고객 중심 경영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찾아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이 만족하고 고객이 감동할 때 그 결과가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바로 고객 중심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도시 공사의 신용 등급 ‘AAA’ 획득은 고객 중심 경영의 성과이자 기업의 신뢰는 결국 고객에서 나온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중심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슬로건과 캠페인으로 끝나버리는 것도 바로 고객중심주의가 기업의 경영 철학으로 체화되지 못하고 고객을 단지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기업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라는 확신을 가지고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고객이 먼저 알고 신뢰를 보내줄 것이다. 애플의 부활과 도요타의 추락 사이에 ‘고객’이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일이다.

애플 부활과 도요타 추락 사이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

약력 : 1951년생.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홍익대 도시계획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2008년 경기도시공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