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기반 기업에서 인터내셔널 기업으로, 더욱이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은 자사 가치관이나 신조, 행동 규범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것은 운전자의 문제’라고 한 도요타 간부의 발언은 글로벌 기업에 맞지 않는 자사 중심주의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인간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는다(프랜시스 베이컨)’는 과신과 착각이 있다. 더욱이 이런 기업 체질은 과도한 관리 발상, 폐쇄적인 조직 구조를 낳는 결과가 되었다.
체격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체질은 도메스틱(국내용) 기업이다. 여기에 리콜 문제의 공통 원인이 있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세 가지 영역에서 글로벌 기준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품질 패러다임 전환이다. 자동차는 ‘원죄’를 갖고 있다. 교통사고,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석유자원 고갈 등에 대해 사회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동차의 설계가 고도로 복잡해지고 있다.
전자제어 시스템은 하드웨어 부품이 3만 점이 넘고 소프트웨어는 1000만 개가 넘는다. 여러 기술을 조합해 제품화되는 과정에서 예견 불가능한 사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원인과 결과를 한 가지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시장이나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자사 책임’이라는 높은 윤리적 품질 패러다임이 기본이다.
둘째, 양과 질의 최적화 패러다임 전환이다. 양이란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매출 규모나 판매 대수 등이고 질은 내부에서 예측하는 인재력과 관리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양과 질은 트레이드오프(trade off: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에 있고 매출이나 판매 대수 등의 양적 확대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 저화를 가져온다.
품질관리나 판매관리, 예측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공급이 규모 확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액셀러레이터의 페달 문제도 미국 부품 회사의 설계 제품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없는 기술자의 부재가 배경이 됐다. 현장에서 한 발, 한 발 착실하게 품질을 향상해 가는 것이 도요타의 본래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와 경쟁하면서 언젠가 이 가치관을 잊어버렸다. ‘양을 달성한 후 질을 보완한다’는 패러다임이 만연했다. 한 번 더 ‘질을 높여 양을 달성한다’는 패러다임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셋째, 집중과 분산의 매니지먼트 패러다임 전환이다. 1997년 도요타의 90% PV(프로포지션 밸브)를 공급하던 부품 회사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5만 대가 감소됐다. 이 사건에서 도요타는 집중 생산이 리스크를 가져온다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다.
이번 리콜 대응이 늦어진 배경에도 ‘본사 집중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다. 화재 사고와 리콜이라는 다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하나’라는 과도한 수직 통합 패러다임이 두 가지 사건의 근저에 있다.
나는 렉서스의 일본 내 판매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고급 브랜드에 맞게 점포 오퍼레이션을 확립한 컨설테이션이었다. 그때 렉서스 브랜드 콘셉트인 ‘이율쌍생(二律雙生)’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베이직과 프리미엄 감각 등 상반하는 요소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성립시키기 위해 개발팀이 중요시했던 개념이다.
복잡화를 전제로 한 안전 품질의 확립, 양의 확대와 질적 충실함, 집권과 분권의 패러다임 매니지먼트다. 이런 글로벌 기업이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어려운 과제를 이율배반으로 간단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이율쌍생해 가는지가 상처받은 도요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왕도다.
데츠카 슈이치 휴가닉컨설팅재팬 대표 컨설턴트
약력 : 1950년생. 호세이대 대학원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 연구과 MBA. 호세이대 대학원 정책창조연구과 겸임강사. 호세이대 CSR연구소 객원 연구원. 휴가닉컨설팅재팬 대표 컨설턴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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