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듣는 창업 노하우 - ‘에코미스트’ 양재수 사장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직장을 떠나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창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생활비나 자녀들의 교육비 등을 위해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지만 재취업 등 다른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은 퇴직자들에게 창업이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
경기도 일산에서 향기 마케팅 사업 ‘에코미스트(www.ecomist.co.kr)’를 운영하고 있는 양재수(48) 사장. 퇴직 후 1000만 원을 투자해 시작한 무점포 사업으로 요즘 연간 70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수익성이나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템을 골라 자신의 직장 경력을 잘 접목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성공 비결이다. 직장 생활 경험에서 창업 아이템 찾아
의류 등의 원단을 취급하는 중소 섬유 관련 회사에서 근무했던 양 사장은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퇴직이라는 고민과 맞닥뜨리게 됐다. “중국으로 주문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원단 시장이 어려워졌어요.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생존 자체가 힘들 정도였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그는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재취업도 생각해 봤지만 업황이 나빠지면서 사람을 뽑는 곳이 줄어든 데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남들처럼 음식점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별다른 솜씨도 없고 가게 하나 차리는데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더군요.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생각하고 일찌감치 접었죠.”
마음은 급한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양 사장은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 창업 박람회나 창업 설명회 등에도 찾아가 보고,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이런저런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던 중 그에 눈에 들어온 것이 천연향을 통해 실내 환경을 관리해 주는 ‘에코미스트’ 사업이었다.
“평소 거래처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의류 매장을 다니면서 새 옷 냄새 때문에 매장 분위기가 쾌적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향기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맹 본부를 찾아가 상담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의 접목이 가능한지 다각도로 검토했다. 뉴질랜드에 있는 에코미스트 본사를 방문해 제품 라인업도 살펴보고 생산 공장도 견학했다.
“단순한 방향제가 아니라 탈취·항균 기능을 갖춘 천연향 제품이기 때문에 의류 매장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점포에 돈 들일 일이 없어 창업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양 사장은 2006년 6월 1000만 원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영업을 하려고 매장을 찾아갔더니 방향제 외판원 정도로 취급해 상대하려고 하지도 않더군요. 사실 당시만 해도 향기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던 터라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는 소비자들이 향기에 대한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각 의류 매장에 가장 적합한 향기를 선별해 냈다.
“의류의 경우 상품에 따라 소비층이 분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상품이나 매장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를 선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가령 남성복 매장에는 무스크향, 여성복 매장에는 장미향, 유아복 매장에는 파우더향이 적합하죠.”
여기에 보다 효과적인 향기 마케팅을 위해 맞춤 향을 더욱 세분화하는 작업을 가미했다. 여성복의 경우 20대 미혼, 30~40대, 50대 이상 매장으로 나누고, 남성복도 정장과 캐주얼 매장 등으로 구분했다.
가맹 본사에서 제공하는 120여 가지 향을 토대로 최적의 맞춤 향을 조합해 후보를 선별했고 직장 인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전문가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일반 소비자에 대한 평가도 들었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최적의 맞춤 향을 들고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매장에 향기를 분사해 주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매장에는 한 달간 무료 서비스를 실시했다. 열흘씩 세 가지 향을 번갈아 실험하며 고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도 했다.
“솔직히 힘들었죠. 초기 6~7개월 정도는 수입이 많지 않아 겨우 생활비 정도만 벌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끈기 있게 밀어붙였습니다.”
월매출 1300만 원…절반 이상이 수익
이후 사업 성과가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향기 마케팅 효과를 본 매장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고정 거래처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브랜드 의류 매장의 경우 한 곳에서 효과를 보면 인근 다른 매장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연락이 올 정도였다.
“보통 의류 매장들은 한곳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소문이 나니까 이곳저곳에서 서비스 요청이 밀려들더군요.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는 실적이 있으니까 신규 거래처를 대상으로 영업하기도 훨씬 수월해졌고요.”
특히 한 번 향기 분사기를 설치하면 보통 한 달을 주기로 계속 리필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반 향 기준으로 1회 리필 비용은 2만 원 선. 점포 규모가 큰 의류 매장에는 분사기가 15개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1개 매장에서 한 달 3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
양 사장은 현재 의류 매장·음식점·사무실 등 50여 곳의 거래처를 관리하고 있으며 한 달 평균 1200만~13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진율도 상당히 높은 편. 제품 원가를 빼면 차량 유지비 정도만이 비용으로 지출된다. 자신의 인건비와 기타 경비를 제하더라도 보통 매출의 50% 이상은 수익으로 남는다.
업무 시간이나 스케줄 조정이 쉽다는 것도 장점. 거래처를 지역별로 나눠 한 번 나갈 때 해당 지역의 매장들을 다 돌아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요즘은 고정적인 거래처를 대상으로 일하는 시간만 따지면 한 달 15일 정도 됩니다. 대신 나머지 시간은 영업 자료를 만들고 신규 거래처를 뚫는 데 할애하죠.”
주말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사실 이것도 영업 전략 중의 하나다. “의류 매장은 주말이 가장 바쁘죠. 바쁠 때 찾아가서 리필한다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거래처 영업에 방해되지 않고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자연스럽게 윈-윈 전략이 되는 거죠.”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kbo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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