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 ②

전번에 이어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의 차이는 변동성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식시장의 경우 상승기에는 수익률이 부동산 시장보다 높지만 하락기에는 손실이 훨씬 크다.

한국은행 통계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코스피지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07년 10월로 2004.6이었다. 그랬던 것이 국제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에는 코스피지수가 1074.0까지 떨어졌다. 불과 1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하락 폭이 46%에 이르렀다. 거의 반 토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느긋한 투자자라면 ‘부동산’이 제격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개념으로 국민은행이 만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 지수를 보면 지수가 가장 높았던 2008년 9월이 101.5였던데 비해 금융 위기 이후 최저점이었던 2009년 3월이 98.8로 불과 2.7%밖에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락률이 0%로 잡히는 통계상의 문제 때문에 체감 하락률과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강남 3구 아파트 시장만을 대상으로 집계해 보자.

이 경우 전고점은 2008년 9월이 아니라 2007년 1월이 되며 강남 3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9.7이 된다. 한편 그 이후 최저점은 2009년 3월로서 98.3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하더라도 하락 폭은 11.4%에 불과하다. 주식 하락 폭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가 주식 투자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승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2010년 2월의 월평균 코스피지수는 1599.0으로 전저점이었던 2008년 11월에 비해 49%나 올랐다.

이에 비해 강남 3구 아파트 시장은 2010년 2월에 106.4를 기록해 전저점이던 2009년 3월의 98.3에 비해 8.1%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상승 폭의 6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주식 투자는 ‘정보의 싸움’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회전율이 낮기 때문에 체감지수와 통계지수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 일정 기간 동안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상승률은 무려 100%가 된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특정 지역이 폭등하고 있다고 보도된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지역의 아파트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지역의 상승률은 0%가 되는 것이며, 전체 시장의 상승률은 가중평균치가 될 것이다.

가령 전자가 10채이고 후자가 90채라고 하면 전체 시장의 상승률은 10%가 되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폭등과는 거리가 있는 통계 수치다.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지역의 하락세만을 놓고 전체 주택 시장이 하락하는 것처럼 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주식시장에서 한두 종목이 폭락했다고 전체 시장이 하락했다고 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점 외에도 부동산 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적은 이유가 또 있다. 바로 투자 심리다.

주식시장은 정보에 아주 민감하다. 공시나 확인된 언론 보도는 물론 시장에 떠도는 풍문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어느 시장이든 매수세와 매도세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시세라는 것이 형성된다. 세상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주가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것이 정상이다. 현재의 시세라는 것은 현재의 투자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계속 바뀌는 이유는 미래의 투자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투자자의 믿음 때문이다. 악재 때문에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주식을 파는 것이고, 호재 때문에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식 투자에서 게임의 룰은 수급을 포함한 미래의 투자 환경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이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정보의 싸움’인 것이다. 누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빨리 알아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인가가 승부의 관건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별 가치가 없는 작은 정보나 심지어는 왜곡된 정보에 의해서도 시장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식시장은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악재든 호재든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투자자는 빠른 결정을 강요받는다. 본인이 아무리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해도 정보를 접한 다른 사람들이 먼저 팔거나 먼저 사므로 시간의 지체는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부동산 시장은 정보에 대해 민감하지도 않으며, 확산 속도도 상당히 늦은 편이다.

예를 들어 올해 말까지 구입한 주택의 경우 다주택자라도 2년 이상 보유하면 일반 과세해 주는 양도세 특례 조항이 있다. 이 규정이 실행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이 조항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부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경우고, 처음 들어보았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러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은 투자가라고 볼 수 없고, 그냥 집 한 채 있는 분들 아니냐?” 그 지적이 맞다. 주식시장의 경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소유자 중에는 지난달에 자신의 집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한마디로 정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둔감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변동성이 작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큰 투자·거래비용이 변동성 낮춰

이렇게 정보에 대해 둔감하게 만드는 요소에는 거래비용도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시세의 변동 폭이 거래 비용(거래세 및 매매 수수료)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경우 거래비용(양도세, 취·등록세, 거래 수수료)이 시세의 등락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서 작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거래했다가는 손실만 키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 결과 한번 보유하면 평균 10년 정도 보유하는 것이고, 그 안의 수많은 투자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작은 것이다.

투자 규모에서도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차이가 난다.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액, 부동산 투자는 상대적으로 고액을 투자한다.

부동산은 거래 단위가 크고 주식은 몇 만 원만 가져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도 나지만, 변동성의 차이도 투자 규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된다. 누군가 당신에게 500원을 주려고 하는데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기면 그 두 배인 1000원을 주고 지면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가위 바위 보에서 지더라도 입을 손실의 폭은 500원밖에 되지 않으므로 가위 바위 보에 응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남기려고 하는데 그냥 받으면 50억 원이 자신의 몫으로 떨어지고 형제끼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100억 원을 가져가고 대신 지면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했을 때 가위 바위 보에 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마디로 변동 폭이 크면 클수록 고액의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는 특성이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본인의 특성을 먼저 알고, 본인의 특성과 맞는 투자 상품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올리는 길이다. 이른 시일 안에 승부를 보려는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사람은 주식 투자가 맞는 것이고,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려는 사람은 부동산 투자가 맞는 것이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느긋한 투자자라면 ‘부동산’이 제격
아기곰은 …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8년말 금융 위기 때는 주택 시장의 바닥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비타민’등 부동산 전문서를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등에서 재테크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