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거장이 만든 묵직한 반전 드라마
영화가 시작되면 거대한 비밀을 암시하듯 섬의 풍광이 압도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곧장 섬의 비밀 속으로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가는데, 젊은 감독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련된 파워다.

시작부터 ‘셔터 아일랜드’가 향후 펼쳐나갈 상황이 헤어 나오기 힘든 운명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이후 증언해 줘야 할 사람들은 계속 꾸며서 얘기하는 것 같고, 테디 대니얼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혼란은 더해 간다. 단서가 던져질 때마다 사건은 오히려 더욱 깊숙이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뼈대를 짜고 사소한 대사까지 충실하게 담아냈는데, 그가 본격 스릴러에 도전한 건 꽤 드문 일이다. 마지막 반전에 이르기까지 능수능란한 장인의 솜씨를 펼쳐 보인다.

테디 대니얼스는 동료 척(마크 러팔로 분)과 함께 대서양에 고립된 셔터 아일랜드로 간다. 무려 자신의 세 자녀를 죽이고 들어온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실종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대니얼스는 이를 수사하기 위해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속 시원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폭풍우로 길을 잃은 대니얼스는 사라졌다는 환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렇게 스콜세지 감독과 디카프리오가 정신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갱스 오브 뉴욕(2002)’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2004)’와 ‘디파티드(2006)’를 거쳐 ‘셔터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단순한 영화적 파트너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가령 디카프리오는 실제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는 언제나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소년으로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 관객들은 그의 유부남 연기를 어딘가 어색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셔터 아일랜드에 고립돼 방황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그의 모습은 ‘비치(2000)’ 때 만큼이나 힘겨워 보인다. 물론 그것이 이 영화의 충격적 반전과 함께 관객이 느끼는 절대적 재미이긴 하지만. 다소 러닝타임이 길다는 것(138분)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셔터 아일랜드’는 모처럼 느껴보는 정통 스릴러이자 묵직한 반전 드라마다.


육혈포 강도단
거장이 만든 묵직한 반전 드라마
8년간 힘들게 모은 하와이 여행 자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긴 세 명의 할머니(나문희·김수미·김해옥 분)는 은행을 털기로 결심하고 전문 은행 강도(임창정 분)를 협박해 비법을 전수받는다.

평균나이 65세 할머니들의 기상천외한 은행 강도 특공 훈련이 시작되고 드디어 권총을 든 복면강도로 변신한 그들은 인질극까지 벌이며 은행을 점거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은행을 털고 837만 원을 훔쳐 하와이로 떠날 수 있을까.


언 에듀케이션
거장이 만든 묵직한 반전 드라마
17세 우등생 소녀 제니(캐리 멀리건 분)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하지만 보수적인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와 고리타분한 학교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그녀에게 세상은 그저 지루하기만 하다.

어느 비 오는 하굣길, 데이비드(피터 사스가드 분)는 비에 젖은 그녀를 차에 태워준다. 위트와 배려심, 경제적 능력까지 갖춘 그는 호기심 가득한 제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소개하고, 제니는 달콤한 유혹에 점차 빠져든다.


경계도시2
거장이 만든 묵직한 반전 드라마
2002년의 ‘경계도시’가 간첩 혐의를 받으며 35년간 입국 금지 상태였던 재독 철학자 송두율이 재차 귀국을 시도하다 좌절되는 과정을 인물 중심으로 풀어냈다면, 그로부터 7년 뒤 만들어진 ‘경계도시2’는 마침내 37년 만에 귀국하게 된 송두율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한민국 이데올로기의 광풍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그가 북한 간첩 김철수인지 여부를 두고 진보와 보수 간, 그리고 진보 진영 내부에서 격렬한 다툼이 오간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