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 김윤수 전남대 총장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지난 3월 9일 총장실에서 가진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과 ‘혁신’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말문을 열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가진 본래 의미는 ‘초기 정신인 나눔과 섬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그는 대학이 왜 만들어졌는지 본질에 접근해야 개혁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들이 건물을 새로 짓고 과를 통폐합하는 것이 진정한 대학 개혁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그는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고 이를 위해 교수와 학생이 모인 곳인데 그것을 망각하고 대학이 경제·비즈니스 마인드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는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기에 적절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력 끄집어내 자긍심 갖게 할 것’
대학들이 특성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남대의 특성화 분야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학 중 진정으로 특성화된 곳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특성화를 이룬 대학이 국내에 있습니까. 최상위권 대학은 모든 부문에서 1등을 하려고 하고 한 대학이 특성화를 이루면 다른 대학들이 똑같이 따라가는 추세입니다. 이런 점에서 반성할 게 많습니다. 한 분야에만 특화된 대학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특성화가 반드시 내세워야 할 가치인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굳이 특성화를 이야기하자면 우리 대학이 비교 우위에 있거나 강점 분야에 있는 분야는 의생명·광산업·바이오에너지·미래해양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대 쪽에서는 민주인권과 호남학입니다.

다만 글로벌 수준에서 ‘이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전남대로 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특성화된 것이 아니라 부끄럽습니다.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해 진행하되 세계적으로 특성화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 할 게 많습니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 역량과 학생들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학교를 운영할 때는 자원을 생각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 전남대 학생은 국내 최상급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교육을 의미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의 어원은 ‘끄집어내다’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고교 졸업 성적이 최고 수준은 아닐지라도 대학에서 어떻게 잠재력을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다른 성과를 냅니다. 전남대에서 지난해 사법고시에 26명이 합격해 전국 대학 중 8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입학 때 수능이 1, 2등급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서울의 대학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까닭 없는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데, 이를 ‘이유 있는 자긍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학년이 되면 단순한 교양 강좌가 아니라 올해 새로 개원한 기초교육원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탐구하는 문학·사학·철학을 자연과학계 학생까지도 공부하게 합니다.

교수 연구력도 결코 여느 대학에 뒤지지 않습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게재 논문의 질적 평가에서 전국 6위, 논문 영향도지수에서도 5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학별 연구비 규모에서도 전국 8위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도 전국 10위권 안에 들며 알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앞 다퉈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어려움은 없는지요.

국제화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면 우리 대학은 학생들을 내보내는 국제화가 아니라 외국 학생을 들여오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 국제화되고 전체 분위기가 바뀝니다.

현재 우리 대학에 1000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지만 중국인과 동남아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스펙트럼은 좁은 편입니다. 영어 강의 등 외국인 학생을 교육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국제협력본부를 만들어 외국인 교수도 많이 영입했습니다. 세계 수준의 석학과 입학사정관을 포함해 약 60명의 외국인 교수가 우리 대학에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로서 대학과 지역을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상생 협력하고 있는지요.

10년 전부터 광주의 선도 산업인 광산업·농업·바이오 등 연구·개발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 인재를 키우지만 지역사회에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들의 70%가 졸업 후에 서울이나 부산에 갑니다. 광주·전남은 지역적인 산업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지역 내 산업의 한계 때문에 많은 인재가 이 지역에 머무르지 못하고 서울로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졸업 후 학생들의 취업률이 대학의 경쟁력으로 평가됩니다. 전남대 졸업생의 취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큰 어려움은 없다고 봅니다. 지난해 경제가 좋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취업률이 60%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주요 공기업 취업자 배출 전국 7위, 한국토지공사 합격생 수 전국 1위, 수자원공사 합격자 수 전국 2위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특정 과의 취업률은 높지만 인문·사회·법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20~30%로 낮아 양극화돼 있습니다. 전공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취업률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산업계에서 전남대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저항정신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죠. 이러한 선입견을 없애는 일도 우리의 일입니다.

이와 함께 여학생의 취업 문제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전남대는 55%가 여학생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구조상 여성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여학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커리어우먼스쿨’, ‘알파우먼 프로젝트’ 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산업계에서 여성 취업에 대해 아이디어를 좀 주길 바랍니다.

지방 국립대 통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요.

대학 구성원들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는 2016년부터 고교 졸업생 수는 국내 모든 대학의 정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학 정원 3000명인 대학 15개가 없어져야 겨우 수를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대학부터 폐교해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봄에 꽃피는 순서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광주·전남은 노령화가 심각합니다.

비유적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다음 세대에도 우물 안의 대장을 할 수 있을지 다시 반성할 때입니다. 서울과 다르게 이런 문제를 지방 대학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전남대는 이미 여수대와 통합했고 오늘(3월 9일) 목포해양대학과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습니다.

국립대의 법인화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교육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국립대의 공공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국립대 경영 차원에서 비판받을 점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법인화를 통해서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부는 국립대의 설립 취지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법인화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다면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의 공립대 법인화 모델에 맞추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주립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공립대의 존재 가치가 분명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립대지만 재정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재정관리본부를 만들었습니다. 효율적으로 돈을 관리해 보자는 맥락이었죠.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데릭 복(Derek Bok) 총장이 “대학 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한 말이 감명 깊었습니다.

돈 뒤에 숨겨진 무엇을 교수와 구성원들에게 끄집어내는 것이 대학 총장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봅니다. 돈으로 대학이 발전한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났으면 합니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세계 1등은 분명 돈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김윤수 총장은…

1949년생. 71년 전남대 농대 졸업. 76년 전남대 대학원 농학석사. 83년 오스트리아 빈대학 농학박사. 83년 오스트리아 연방정부 임업연구원 연구원. 84년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2005년 전남대 대학원장. 2006년 한국목재공학회 회장. 2008년 제18대 전남대 총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 정리=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