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끄는 금융권 신상품

재테크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금리연동투자신탁(MMF:Money Market Fund) 잔액이 줄어드는 등 부동 자금의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결정하기는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도 밖에서 보기에는 조용한 모습이다.

특히 올 들어 달라진 재테크 관련 제도도 꽤 많아 눈을 크게 뜨고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시류에 맞게 출시된 금융 신상품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테크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다.

올 들어 금융가의 ‘핫 이슈’ 상품은 아마도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이하 스팩)일 것이다. 지난해 말 도입된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라는 이름 그대로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이 같은 페이퍼컴퍼니사가 일반 투자자들의 금융 상품으로 눈길을 끌 수 있는 이유는 스팩이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팩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다음 비상장 기업 등을 찾아 합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스팩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매각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거액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인수·합병(M&A) 투자에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상 외부 예치 기관에 신탁된 금액의 100분의 80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들을 합병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모 후 36개월 안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투자 자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3일 국내 증시에 첫 상장된 ‘대우증권그린코리아기업인수목적회사’는 일반 배정 물량인 750만 주를 두고 최종 경쟁률 86.98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많은 증권사들이 스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스팩을 설립한 증권사는 대우증권을 비롯해 동양종금증권·미래에셋증권·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교보증권-KTB투자증권(공동)·하나대투증권·대신증권이다.
개인도 M&A 투자…위안화 ‘베팅’도 가능
원만한 상속·절세 두 마리 토끼 잡다

‘유언신탁’ 역시 올 초 첫선을 보인 따끈따끈한 금융 신상품이다. 유언신탁이란 유언 및 상속 문제에 대한 재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인 고객의 자산 관리 업무인 프라이빗 뱅킹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상품이다. 유언장의 작성에서 보관, 사후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대행해 준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자필·공정증서·비밀증서 등 민법에서 효력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전문 변호사와 세무사들이 도와준다. 이후 고객이 사망할 경우 유언에 따라 상속 자산을 운용해 자녀에게 수익을 준다.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투자 자금 운용 수익의 일부를 이자 형태로 받아 노후 생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올 초 산업은행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후 은행권 처음으로 유언신탁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외환은행·삼성증권 등이 뒤이어 출시했다. 은행권에서는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1월부터 유언신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저 가입 한도는 산업은행 5억 원 이상, 외환은행은 1억 원 이상이다. 증권사로는 삼성증권이 2월 첫 출시했으며 최저 가입 한도는 1억 원이다.

손경석 산업은행 신탁부장은 “유언신탁은 고령 거액 자산가들의 원만한 재산 이전과 절세 수요에 부응한 상품”이라며 “상속 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미리 방지하고 사회 공헌을 위해 기부할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재산을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동향에 따른 신종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바로 중국의 위안화 조기 평가절상 전망이 높아지면서 나온 ‘위안화 투자 상품’이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환 총재가 최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기자회견을 통해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도 이에 대해 언급하는 등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산은자산운용이 개발하고 대우증권이 지난 2월 말부터 판매 중인 ‘산은위안화오퍼튜니티 채권형’ 펀드는 이 같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금융 상품이다. 이 펀드는 대부분의 자산을 ‘AAA’급 국내 우량 채권 등에 투자하고 일부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만기는 1년으로 투자 수익에 대한 원·달러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원·달러 환율이 변동하지 않고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약 3.5% 이상 절상되면 이익이 발생하며 5% 절상 시 3.5%, 10% 절상 시 15% 수익으로 최종 확정된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이 펀드와 관련해 “우량 채권 투자를 통해 원금 92%를 보존하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 하락률(평가절상률)의 2.3배 수익이 발생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2배 수익 얻는 ETF 첫선

수수료 부담이 적고 환매가 쉬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그동안 코스피지수나 섹터별로 상품이 개발돼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국내 최초로 ‘레버리지 EFT’가 상장됐다. 레버리지 ETF는 단순히 기초지수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파생상품 운용을 통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국내 증시에 첫 상장된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삼성 KODEX 레버리지 ETF’가 바로 그것으로 수익률의 2배로 움직이도록 개발됐다.

즉, 기초지수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레버리지 ETF의 누적수익률은 일별 수익률의 복리 효과로 동일 기간 코스피200 누적 수익률의 2배를 초과하는 수익 추구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지속적으로 지수가 하락할 때에는 코스피200 누적 수익률의 2배보다 큰 폭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레버리지 ETF와 함께 코스피지수와 반대로 수익을 얻는 ‘리버스 ETF’도 인기다. 리버스 ETF는 말 그대로 주가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ETF다. 즉,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할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청개구리 ETF’다. 삼성투신운용이 상장한 ‘KODEX 인버스’가 바로 그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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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금감원 선정 2009년 우수 금융 상품

금리혼합대출 자전거 보험 '눈에 띄네'
개인도 M&A 투자…위안화 ‘베팅’도 가능
지난해 금융업계를 빛낸 신상품은 무엇일까. 매년 금융감독원은 은행 상호금융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6개 권역별로 독창성과 판매 규모 및 금융 산업 발전 기여도를 고려해 매년 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선정된 상품들은 연초 새로운 투자를 원하는 금융 소비자라면 꼭 한번 고려해 볼 만한 상품들이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최우수 금융 신상품으로 신한은행의 금리혼합대출과 더블유저축은행의 피노키오론, 현대증권의 초이스&케어 서비스, NH-CA자산운용의 1.5배 레버리지인덱스펀드, 푸르덴셜생명의 위시플러스특약(생명보험)과 삼성화재의 삼성명품자전거보험(손해보험) 등이 선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신상품 개발 의욕을 높여주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우수 신상품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