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처절하게 매혹적인 걸작 느와르
“이젠 소년원이 아니라 감옥이야. 어른들과 함께 있는 거지.” 19세 소년 말리크(타하 라힘 분)는 6년형을 선고 받는다.

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 지식도 없다. 말리크는 우연한 기회에 감옥 내 코르시카계 갱과 아랍계 갱 사이의 세력 다툼에 휘말린다.

코르시카계 갱의 거물 세자르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럽 분)는 말리크에게 살인을 강요하고, 그는 살아남기 위해 아랍인 레예브를 죽인다. 이제 말리크는 세자르 밑에서 하나씩 일을 배워 나간다. 감옥은 그에게 학교가 되고, 선생이 되고, 친구와 가족이 된다.

자크 오디아르라는 낯선 연출자, 혹은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2010년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라는 타이틀 때문에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칸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을 당시 ‘타임스’로부터 “현대판 ‘대부’”라는 찬사를 받은 것처럼, 프랑스 영화 ‘예언자’는 세계 각국의 남자들이 무척 잘 알고 있는 정서와 법칙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리가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 혹은 1980년대부터 열광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들에서 보았던 세계와 무척 닮아 있다.

한마디로 남자들의 세계, 모호한 윤리 의식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이뤄진 폭력의 세계. 자크 오디아르는 이 어둡고 격렬한 이야기를 종종 환상과 뒤섞으며 참혹한 리얼리티와의 강렬한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아랍계, 코르시카계, 순수 프랑스계 등 온갖 민족이 뒤섞여 있는 영화 속 감옥은 현대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서 남자들은 정신적인 스승 혹은 우상을 만나고, 그의 밑에서 그를 닮아가려 하다가 결국은 존경과 증오가 뒤섞인 마음으로 스승의 뒤통수를 치는 아이러니에 종종 맞닥뜨린다.

말리크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범죄의 세계에서 그 자신만을 믿은 채 생존의 법칙을 깨우쳐 나간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건 말리크가 죽였던 첫 희생자 레예브다.

레예브의 환영을 통해 말리크는 어렴풋이 삶을 어떤 식으로 스스로 컨트롤하고 꾸려가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넌 뭐하는 놈이야, 예언자야?” 등장인물 중 하나는 경악한 채 말리크에게 질문한다. 그것은 신비로운 기적이 아니다.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을 꿰뚫게 된 남자의 지혜일 것이다.


프롬 파리 위드 러브
처절하게 매혹적인 걸작 느와르
자살 폭탄 테러 조직의 협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밀 특수 요원 왁스(존 트라볼타 분)는 미국 정부 인사를 보호하기 위해 파리로 온다.

하지만 그의 막무가내 성격 때문에 파리공항 입국 심사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주프랑스 미대사관 직원 제임스(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분)가 왁스의 파트너로 배치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은 혹독한 미션 앞에서 파란만장한 모험을 겪게 된다.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을 연출한 피에르 모렐의 최신작.


인 디 에어

처절하게 매혹적인 걸작 느와르
최고의 베테랑 ‘해고 전문가’ 라이언(조지 클루니 분)은 연간 322일 미국 전역을 누빈다.

그만큼 ‘우아한 해고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많다는 뜻. 그의 특기는 완벽한 비행기 여행을 위해 짐을 제대로 꾸리기,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이다.

그의 인생에 두 여자가 등장한다. 라이언의 지위를 위협하는 당돌한 신입 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 분), 그리고 라이언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인 알렉스(베라 파미가 분). 라이언은 처음으로 인간 대 인간의 진실한 관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대병소장
처절하게 매혹적인 걸작 느와르
기원전 227년. 양나라와 위나라의 치열한 전투가 밤새 벌어지고 전장에는 오로지 둘만이 살아남는다.

양나라의 백전 노병(청룽 분)은 위나라의 장군(왕리홍 분)을 포로로 잡은 채 보상금을 받기 위해 양나라로 향한다.

한편 위나라의 왕자이자 장군의 동생 문공자(유승준 분)는 형을 제거해 왕위를 차지할 욕심으로 둘의 뒤를 쫓는다. 청룽의 사극 코믹 액션, 유승준의 본격적인 복귀작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o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