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지갑과 휴대전화, 노트북 PC, MP3 플레이어를 함께 챙겨든다. 출근 시간이라 지하철은 만원이지만 곳곳에서 사람들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으로 아침 뉴스를 보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정작 IT 제품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IT가 특정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정신적 부담을 느끼는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증후군’이 새로운 부작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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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달이 심리적 불안감으로 번져

테크노스트레스는 PC 및 IT 제품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중년 또는 장년층 샐러리맨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다한 업무량 때문에 새 기술을 배울 시간이 없고, 결국에는 IT가 업무를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 문제가 심해지면 신경정신과를 찾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 40대 이상 대기업 부장급 이상 세대는 적극적으로 IT 기기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제품과 프로그램 등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30대 전후 대기업 대리급 이하 사원들은 학창 시절부터 PC 등을 통해 IT 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또 업무가 바뀌어도 관련된 IT 기기와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능력이 중·장년층에 비해 빠르다. 최근에는 직장 내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테크노스트레스 발생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대로 IT 기기나 서비스에 너무 의존해 발생하는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집착으로 바뀌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다. 게임 중독이 대표적이며 과도한 블로그(미니홈피) 집착, 정보검색 등도 테크노스트레스의 일종이다.

지난 2월 잡코리아(대표 김화수)가 직장인 857명을 대상으로 ‘테크노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해 조사한 결과 564명(65.8%)이 테크노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급은 과장급으로 응답자 중 80.2%가, 대리급은 68.9%, 사원급 63.4%, 부장급은 52.5%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유형은 ‘IT 제품이나 기술이 익숙하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36.5%로, 이 가운데 부장급이 52.8%로 가장 많았다.

반면 최신 IT 기기에 의존하게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63.8%로 주로 사원급(62.6%)·대리급(67.4%)·과장급(63.9%)에서 나타났다.

‘테크노 의존형’들은 휴대전화·PMP·컴퓨터 등 기기를 지참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64.2%), 기기 사용에 너무 의존하게 된다(37.6%)고 말했다. 또 새로운 기기 및 기술이 출시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관련 정보를 찾아보거나(25.1%), 새로운 기기 및 기술 사용법을 빨리 익혀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낀다(24.3%)는 결과도 나타났다.

‘테크노 불안형’은 새로운 기기 사용법이 능숙한 사람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고(42.8%), 사내에서는 노트북·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장려하지만 그를 따라가지 못해 자신감이 결여된다(28.4%)고 답했다.

PC·휴대전화·TV 등 정보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간 관계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 IT 기기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 소아 청소년 의학지(Archives of Pediatrics and Adolescent Medicine)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TV 시청이나 PC 사용으로 인해 가족의 유대 관계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기술 과시하는 개발 업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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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000여 명의 14~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TV나 PC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부모와 친밀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는 TV 시청시간이 한 시간 더 늘어나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가 4%가량 낮아지며 PC 사용 시에는 5%까지 낮아진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게임 중독은 가족 구성원 간에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게임은 세계 각국 사용자들과 어울려 24시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게임 중독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테크노스트레스는 IT 기기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정보 격차로 발생하기도 한다. 정보 격차(Digital Divide)는 교육·소득수준·성별·지역(도시 대 농어촌) 등의 차이에 따라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차별되고 그 결과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직업이나 연령에 따라 인터넷 사용자의 비율에서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농촌 지역이나 산촌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등의 정보 습득 매체의 낙후성 때문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학력과 소득 격차 외에 정보 격차 문제가 테크노스트레스를 만들고 있으며 이런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돼 사회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예전의 정보 격차 현상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 또는 연령 차이, 인터넷이나 PC를 사용하기 위한 초기 비용 유무의 차이로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 활용 정도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테크노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해 불안감을 갖지 말고 배워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수학 문제를 풀 듯 기초부터 배워 원리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크노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익숙해지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앞으로 IT 환경은 더 확산될 예정이기 때문에 직접 부딪쳐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테크노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제조사들이 고객들을 고려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를 설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 IT 제품 및 서비스는 디지털에 익숙한 이공계 엔지니어 및 프로그래머가 디자인하기 때문에 정보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해 테크노스트레스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실제 IT 대기업들도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기능 및 디자인 전문가들만 확보하고 있어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부문을 연구하는 사용자 입출력 부문은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에는 사용자 환경을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전무하다. 같은 회사라도 제품과 서비스마다 어렵고 일관되지 않은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테크노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IT 업계 관계자들은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노인이라고 할지라도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IT 제품이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사람들도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사용해 봐야 한다.

IT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착하는 사람도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IT를 비롯해 세상 모든 것은 사람이 편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용어 설명

Techno-stress / Technophobia : ‘테크노스트레스’ 또는 ‘테크노포비아’로 불리는 이 현상은 새로운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의미한다.

테크노스트레스는 1983년 미국 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Craig Brod)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새로운 기술 유행에 따라가지 못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우울증에 빠지는 증세다.

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