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F 3.0 디젤엔진

중후하고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한 재규어가 속도감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스포츠 세단 XF 3.0D. 예전의 고풍스러움을 강조하던 재규어 시리즈의 모습을 다소 벗어났다.

우선 외관을 보면 재규어만의 전통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헤드램프로 연결되는 근육 같은 울룩불룩한 보디가 다소 평평해졌다. 보닛의 재규어가 튀어 오르는 모습의 ‘리퍼’도 없다.

하지만 앞부분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특유의 격자모양 전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재규어 문양은 입체적으로 반짝거려 ‘나는 변함없이 재규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2008년부터 판매된 XF는 신세대 재규어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심을 쾌속 질주하는 ‘맹수’의 본능
신세대 재규어의 역동성

스포츠 세단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여전히 클래식한 명품의 느낌이 살아 있다. 부드러운 가죽과 정교한 스티치로 마무리한 대시보드는 직선형으로 돌출돼 있다.

이 때문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차에 탈 때 대시보드 하단부에 무릎을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다. 대시보드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 터널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돼 있고 오디오와 에어컨 등 각종 기능 버튼들이 간결하게 정리돼 있었다.

센터 터널 앞부분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손안으로 다이얼식 드라이브 셀렉터가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에어컨을 작동하자 대시보드에 있는 4개의 송풍구가 그 덮개를 천천히 열었다.

다이얼식 드라이브 셀렉터와 자동개폐형 송풍구는 자칫하면 조잡스러워 보일 수 있었지만 세련된 움직임이 그러한 걱정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차의 심장박동과 맥박에 귀를 기울여 봤다.

내부에 조용히 전달되는 엔진 소리와 진동은 이 차가 디젤엔진이라는 것을 잠시 잊게 했다. 그리고 천천히 시내 주행을 시작했지만, 그 정숙함은 여전했다.
도심을 쾌속 질주하는 ‘맹수’의 본능
고속 주행 때 디젤엔진의 소음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꾹 눌러 RPM을 높여봤지만 소음 수준은 가솔린엔진의 고급 승용차만큼 정숙했다. 하지만 디젤엔진이 주는 혜택인 높은 연비(리터당 13km) 덕분에 한 번 주유로 9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속 주행 때 XF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고성능 디젤엔진을 장착한 XF는 동급 3.0리터 디젤엔진 경쟁 차량 중 최고 성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0~100km/h 가속 시간은 6.4초, 일상적인 고속 주행 속도인 80~113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불과 3.2초여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와 함께 고속 주행 중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앞으로 전혀 쏠리지 않았고, 차로를 급하게 바꾸거나 인터체인지를 돌아 나올 때도 몸이 한쪽으로 쏠려서 느끼는 불안감도 전혀 없었다.

동승한 여성은 그 정도의 속도와 코너링이라면 공포감을 느꼈을 법한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수다를 계속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XF는 한마디로 도심에서는 재규어가 주는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즐기고 고속도로에서는 질주 본능의 야수 이미지를 만끽할 수 있는 차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XF는 아직 국내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시승을 마치고 며칠 후 찾은 홍콩의 도로에서 맹수 본능을 살짝 감추고 도심을 조용히 달리고 있는 XF가 눈에 많이 띄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