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즐기는’ 신지애

‘골프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이 라이프’
“갤러리가 많을수록, 중계 카메라가 나를 비출수록 경기가 더 잘 풀려요.”

스물한 살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역사를 새로 쓰며 한국 여성 골퍼의 저력을 보여준 신지애. 신지애는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될수록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긴장되는 순간을 즐기며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어떠한 순간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늘 미소를 짓는 신지애를 두고 사람들은 “심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외국 선수나 스태프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신지애는 G세대의 거침없는 모습을 잘 상징하고 있다.

신지애가 초등학교 5학년 골프채를 처음으로 잡는 순간부터 그를 지도해 왔고 국제 대회에도 늘 동행하는 아버지 신제섭(50) 씨도 그의 당당함에 가끔씩은 놀란다. 2007년 신지애가 고교 3년생일 때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했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신지애를 비롯한 한국의 G세대 골퍼들에게 ‘해외 대회 공포증’이 전혀 없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톱 선수들은 해외 대회에 나가면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골프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이 라이프’
정신적 승부라고 할 수 있는 골프에서 경쟁자와 주위 환경에 흔들려서는 결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G세대 골퍼들은 시작부터 국내 정상이 아닌 세계무대에서의 활약을 목표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지훈련이나 아마추어 대회 출전을 통해 해외의 분위기나 코스를 다양하게 경험한 것이 해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배경이다.

신지애는 웬만한 인터뷰에서 영어로 답한다. 신지애가 지난 2008년 LPGA 투어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최연소로 우승했을 때 그가 영어로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회고했다.

시합이 없는 비시즌에 2개월 정도 영어 과외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할 수 있을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신 씨는 신지애에게 “영어 인터뷰는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신지애는 “다소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난 한국인이니까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후 신지애는 LPGA 시합 중에는 협회가 제공하는 영어 교육을 신청해 경기 중에도 매일 1~2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신지애의 영어 교육을 맡은 강사는 영어를 배우는 비영어권 선수 중에 신지애가 가장 열심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가 제공하는 일본어 수업도 챙겨 듣고 있다.

시합에서 늘 마주치는 또래의 선수들과 경쟁을 떠나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독실한 기독교인인 신지애는 시합 중 LPGA가 마련한 예배에 빠지지 않고 나가고 거기에서 친해진 외국 선수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우승했을 때 친한 외국인 선수들이 그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외국인 선수와 서먹해 하던 한국인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다.

한편 신지애의 팬층은 대부분 40대 이상 아저씨들이다. 팬미팅 때는 아저씨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개인적으로 연락하기도 하는 등 스스럼없이 지낸다.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형성하는데 국적·나이·성별 등을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도 G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내가 골프로 집안을 일으키겠다’

“나는 한국에서 온 스물한 살의 신지애다. 내 이름의 ‘지’는 지혜를, ‘애’는 사랑을 의미한다. 어머니가 사고로 몇 년 전 돌아가신 아픈 기억이 있다. 힘든 기간이었지만 그 일이 나를 더욱 정신적으로 강하게 했고 골프에 더 전념하게 했다. 지금은 매우 행복하다.”
<YONHAP PHOTO-0317> 신지애/

신지애가 2009년 6월 11일 미국 메릴랜드주(州) 아브르 드 그라스의 불록 골프 코스에서 벌어진 맥도널즈 LPGA 챔피언십 1라운드중 18번째 홀에서 자신의 2번째 샷을 치고 있다(AFP=연합뉴스).(hcs). (paulohan@naver.com).

HAVRE DE GRACE, MD - JUNE 11: Jiyai Shin of South Korea hits her second shot on the 18th hole during the first round of the McDonald's LPGA Championship at Bulle Rock Golf Course on June 11, 2009 in Havre de Grace, Maryland.   Drew Hallowell/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9-06-12 07:32:05/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지애/ 신지애가 2009년 6월 11일 미국 메릴랜드주(州) 아브르 드 그라스의 불록 골프 코스에서 벌어진 맥도널즈 LPGA 챔피언십 1라운드중 18번째 홀에서 자신의 2번째 샷을 치고 있다(AFP=연합뉴스).(hcs). (paulohan@naver.com). HAVRE DE GRACE, MD - JUNE 11: Jiyai Shin of South Korea hits her second shot on the 18th hole during the first round of the McDonald's LPGA Championship at Bulle Rock Golf Course on June 11, 2009 in Havre de Grace, Maryland. Drew Hallowell/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9-06-12 07:32:05/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해 LPGA의 ‘올해의 신인왕’에 선정된 후 공식 인터뷰에서 신지애가 영어로 답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신지애가 음반을 낸 것에 대해 묻자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영어로 노래도 불렀다.

신지애는 지난해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리메이크해 싱글 음반을 내기로 했다. 이 노래는 세상을 떠난 신지애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곡으로 음반 제작을 제안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지애의 어머니는 그가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가족의 품을 떠났다. 그 뒤부터 2명의 동생들을 챙기며 엄마 노릇까지 하고 있다고 신 씨는 말한다. 신지애는 “골프로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다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신 씨는 “지애가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마냥 어린 행동과 말투를 보이는 반면, 골프할 때나 가족들과 있을 때는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생각이 깊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신지애는 해외 경기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행사 관계자에게 가서 당당히 따진다. 그리고 아버지의 꾸중에도 자기 잘못이 없거나 부당하다고 느낄 때는 굽히지 않아 신 씨가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필드에서나 가족들에게는 의젓하고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성실히 이뤄가는 신지애지만, 그 외의 모습은 여느 20대 초반의 여학생과 다르지 않다.

여유가 있을 때는 친구들과 모여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노래방에서 최신 가요를 막힘없이 부른다.

신지애가 좋아하는 취미는 자기 차를 몰고 나가 음악을 크게 틀고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연습 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혹독한 연습과 훈련을 해나가면서도 틈틈이 자기 생활을 영위하며 즐기는 것이다.

신 씨는 “지애가 최근까지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헤어졌고 유명해진 까닭에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신지애의 미니홈피를 보면 전지현 등 유명 연예인과 라운딩을 같이하며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

‘골프는 10년만 더 하겠다’

신지애는 골프 선수 생활을 앞으로 10년만 더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자주 말한다. 신 씨가 왜냐고 묻자 자기 인생을 골프에 다 바치기에는 아깝다는 것이다.

10년 후 어느 정도 골프계에서 자리를 잡으면 골프와 관련 없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 신지애의 생각이다. 그리고 올해부터 성인으로서 진정한 홀로 서기에 나선다.

신 씨는 “이제까지 지애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며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게 했지만 지금부터는 혼자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도 신 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미 LPGA에서 상금왕과 신인왕을 받을 때 지애와 이야기했습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목표의 90%는 달성했다고. 이제 ‘올해의 선수’와 ‘명예의 전당’에만 오르면 되는데, 명예의 전당은 LPGA 입성 후 10년을 자격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까지 이뤄낸다면 모든 꿈을 이루는 것이죠. 이제 저는 멀리서 조언과 응원만 해 줄 겁니다.”

신지애 프로필
생년월일
: 1988년 4월 28일
출생지 : 전라남도 영광군
신장 : 156cm
혈액형 : A형
학력 :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재학 중
취미 : 드라이브

수상경력 : 2006·2007·2008년 KLPGA 다승왕, 상금왕, 최저타수상, 대상.(※ 3년연속 4관왕 최초, KLPGA 역대 최저타수 기록보유, KLPGA 한해 최다승(9승) 기록 보유, KLPGA 한해 최다 상금액 기록 보유 2008년 KLPGA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 -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2008년 비회원으로 LPGA 대회 3회 우승 - 세계 최초. 2009년 세계 4대 투어(LPGA, JLPGA, KLPGA, 유러피안투어)의 대회를 한해에 모두 우승, 세계최초. 2009년 LPGA 신인상, 상금왕, 다승왕. 2008년, 2009년 2년 연속 골프 선수중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선수.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