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20090621/청와대사진기자단/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석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천성관 검사장, 공정거래위원회 백용호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90621/청와대사진기자단/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석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천성관 검사장, 공정거래위원회 백용호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휴일이었던 지난 2월 28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일부 출입 기자들이 산행을 마치고 오찬을 하던 중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은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 다소 민감한 얘기를 꺼냈다.

이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때가 되면 세종시와 관련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세종시 발전안이 되는 방향으로,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찬을 하면서 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오프(비보도)’하던 관례를 깨고 이 수석은 자신의 발언을 기사로 써도 된다고 했다.

이 발언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 알려지자 비상이 걸렸다. 기자들은 발언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일제히 취재에 들어갔다. 결론은 ‘국민투표’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수석의 실명 대신 ‘핵심 관계자’로 썼다. 보통 본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엔 비실명 보도를 하는 게 청와대의 관례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정치권 논의가 흐지부지되면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는 해석을 곁들여 회사에 보고했고 3월 1일자 조간에 큼지막하게 보도됐다. 파장이 인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일 하루 종일 청와대에서 별다른 해명이 없자 기자들은 진전된 기사들을 쏟아냈다. 언제 실시할 것이라는 등 국민투표를 완전히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정치권에도 논란의 불이 붙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친박근혜 측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친이명박 측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반대 발언들이 쏟아졌다.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각 언론사 사설은 “협의, 타협이 우선”이라며 국민투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게 주류를 이뤘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 수석이 3월 2일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았다. 요지는 발언의 진위가 왜곡됐다는 것이었다. 이 수석은 “내 말의 취지는 논의가 정파에 따라 무조건 찬성, 아니면 반대로 가서 대의정치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현재로서는 국민투표를 분명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민투표의 ‘국’자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 결단’의 의미에 대해 “협박이나 압박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뜻이 아니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4월까지 처리 안 되면 결국 승부수

청와대는 총체적 방어에 나섰다. 박선규 대변인은 지방선거 전 국민투표 실시 보도에 대해 “지난 2월 이 대통령에 대한 정 총리의 주례 보고가 두 차례(2일, 23일) 있었는데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누군가 지극히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청와대는 관련 보도와 관련해 철저하게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침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3월 2일 오후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한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세종시 수정 문제는) 당에 위임한 상태인 만큼 당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은) 책임 정당으로서 그 정도는 해내야 한다. 청와대에서도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며 “비록 아직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며칠 동안 연속 토론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부인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 결단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 여러 설들이 있다. 과연 이 수석의 독단적 결정에 따른 것이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국민투표와 관련해 참모들 간 깊은 논의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과도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이 수석이 총대를 메고 당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게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있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오찬 발언을 “써도 된다”고 한 점이 근거다. 논란이 불거진 1일 일절 해명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보면 여론 떠보기가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기 천기누설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국민투표가 완전히 꺼진 불씨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4월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투표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관측이다.

홍영식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