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게 듣는 창업 노하우-‘플젠’ 가산디지털단지점 호윤철 사장

맥주 전문점은 수요층이 넓은 데다 조리 등 특별한 운영 노하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업종 중 하나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든 대표적인 레드오션 업종이기도 하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자연 냉각 크림 생맥주 전문점 ‘플젠(www.plzen.co.kr)’을 운영하고 있는 호윤철(38) 사장은 순수 얼음만을 이용해 맥주를 냉각하고 그 위에 소복이 쌓인 눈처럼 부드러운 크림을 얹은 차별화된 생맥주를 내세워 성공적인 창업을 일구어냈다.

대중적 생맥주의 차별화 노려

호 사장은 8년간 중견 정보기술(IT) 업체의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다가 자기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업종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생맥주 전문점으로 정했다. 맥주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메뉴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장 생활 대신 선택한 창업이었고 별다른 경험도 없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아이템인지 여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죠.”

그러나 막상 맥주 전문점을 하려고 알아보니 시중에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과 다른 특색 있는 브랜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시중에 나와 있는 맥주 전문점을 찾아다니며 맛을 봤고 메뉴 구성이나 인테리어 분위기 등도 살폈다. 심지어 친구들과의 약속도 무조건 생맥줏집으로 정했다.

4개월 정도 직접 발품을 팔고 다니며 시장조사를 거친 끝에 최종 선택한 브랜드가 바로 ‘플젠’. 자연 냉각 방식의 크림 생맥주라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내세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직장인들은 퇴근 후 회사 근처 아무 맥줏집에나 들어가 ‘생맥주 한잔’을 외치지 않죠. 맥주 한잔을 마시더라도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플젠을 선택했습니다.”

점포 입지를 선정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썼다. “아무리 업종이 좋더라도 점포 입지와의 궁합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상권이나 고객층 등을 고려해 맥주 전문점을 하기에 적당한 입지를 찾았죠.”

호 사장은 자신이 근무했던 가산디지털단지를 점포 입지로 정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곳이라 주변 상권을 잘 알고 있던 데다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을 이루고 있어 이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종과 점포 입지 선택을 모두 끝낸 그는 지난 2008년 3월 112㎡ 규모의 점포 임차비를 포함해 총 1억9000만 원을 들여 매장을 열었다.

“맥줏집은 맥주가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맥주 맛으로 승부하고 맥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야죠. 플젠의 생맥주는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차별화된 상품이라고 자부합니다.”

호 사장이 자랑하는 이곳 맥주 맛의 비결은 바로 ‘자연 냉각’이다. 생맥주 통을 전용 냉장고에서 2~3일 숙성한 뒤 순수 얼음만을 이용한 자연냉각기를 통해 맥주를 뽑아낸다. 황금빛 오크통 모양의 냉각기는 100여m에 달하는 생맥주 추출 노즐 주위에 얼음을 가득 채워 맥주가 이곳을 통과하면서 섭씨 0.5도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기를 이용한 급속 냉각이 아니라 얼음으로 냉각된 관을 통과하며 서서히 자연적으로 냉각되기 때문에 생맥주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얼음냉각기는 이동이 자유로워 매장 내 이동식 바(Bar)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고객에게 최단 거리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게다가 수북이 쌓인 얼음덩이는 보는 재미는 물론 시각적인 효과가 커 자연스러운 홍보도 가능하죠.”

이곳 맥주 맛의 또 다른 비결은 바로 ‘크림’이다. 이곳에서는 생맥주가 나오는 노즐을 미세하게 만들어 생맥주 크림을 만든 뒤 이 크림을 맥주 위에 부어 준다. 일종의 데커레이션이지만 그저 장식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크림은 맥주의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탄산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해 맥주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신선한 맛을 유지해 준다.

호 사장은 “맥주의 상쾌함을 살리면서도 마치 카푸치노 커피처럼 감미로운 맛을 느끼게 해 주는 크림 생맥주는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입소문이 가장 큰 홍보

적극적인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손님들에게 남다른 맥주 맛을 알리기 위해 가게를 열고 한 달 정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직장인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회를 열었다.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자연 냉각 방식의 크림 생맥주 맛을 본 손님들은 퇴근 후 다시 점포를 찾았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손님이 하나 둘 늘어났다.

“맥주 맛을 좀 아는 남성들은 확실히 맛이 다르다고 얘기하고 여성들은 부드러운 크림 생맥주를 마시고 싶어 또 왔다고 하더군요. 제 선택이 옳았구나 생각했죠.”

품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튀김 요리가 많은 맥주 안주를 고려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현미유를 사용한다. 직장인이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볶음밥·돈가스 등과 같은 메뉴를 갖추고 점심식사 수요도 흡수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좀 더 일찍 점포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영업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점심시간 매출만으로 점포 임차료를 해결할 만큼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본사가 대부분의 식자재를 완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공급해 주기 때문에 음식 조리 또한 수월하다. 조리가 간편해 주방 인력에 부담이 없고 식자재 손실률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도 높다. 점포 문을 연 지 이제 2년째를 맞는 요즘 월평균 3800만 원 매출에 120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

돋보기맥주 전문점 창업을 위한 Tip



맥주 전문점은 큰 부담 없는 가격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에게 좋은 휴식처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다른 주류 전문점에 비해 유행에 덜 민감하고 조리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고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 동네 상권의 소규모 호프집에서부터 도심 대형 상권의 브랜드 맥주 전문점까지 다양한 형태의 맥주 전문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생존하기 힘든 대표적인 ‘다산다사(多産多死)형’ 아이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요즘 맥주 전문점 창업 시장의 화두는 차별화다. 비슷한 맥주와 안주로는 다양해진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크림 생맥주와 같이 맥주 자체를 색다르게 만들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수입 맥주와 하우스 맥주를 활용한 브랜드들도 젊은 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안주는 상권과 고객 특성에 맞게 차별화하는 것이 좋고 경우에 따라서는 점심식사 메뉴 등 낮 시간대 매출을 늘리기 위한 시스템이 구비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목표 고객은 20대 이상의 직장인과 남녀 대학생이며 최적의 입지로는 역세권, 대학가, 오피스가, 유흥 밀집지역, 중심 상업지역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맥주 전문점은 고객의 1차 모임 장소이기보다는 2차 또는 3차의 개념이 강해 고객들의 술자리 이동 동선을 고려한 입지 선택이 중요하다.

초보 창업자라면 이른 봄에 매장을 내고 점포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대비하면 좋다. 개점 초기에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면 초기 투자비 회수가 수월해지는 장점도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kb0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