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채권형 펀드 투자 전략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각국 정부들의 유동성 공급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민간 기업들은 예상을 상회하는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회복세를 보였다.

물론 이러한 민간의 회복세가 자생적인 것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심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에는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은 많은 전문가들의 경제 및 기업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들을 뛰어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민간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공급한 대규모의 자금이 고스란히 정부의 부채로 남아 정부가 빚에 허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이해관계에 따라 공조해 왔던 국가들이 경기 회복세와 함께 이해관계가 달라지면서 누가 먼저 공조를 깨뜨리고 자국의 이해를 취할지도 관건이다.



그리고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으로 덮어져 있던 민간의 부실이 정부 지원을 거둬들이면서 예상보다 큰 후폭풍이 야기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즉, 정부 유동성 여파로 기업 부실이 드러나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일단 연초의 이러한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빠른 회복세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과 각종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 부실을 정부가 빠르게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와 공기업들은 민간의 부실을 흡수하고 경기 부양책들을 수행하기 위해 대규모의 국채와 공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곧 정부와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국가별 부도 리스크 커져…구조조정 ‘시동’

작년 말 두바이 사태는 국영기업인 두바이 월드의 과도한 부채로 촉발됐고 이후 금융 위기는 그리스로 옮겨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가 2008년 99.2%에서 2009년 112.6%로 급등했다. 그리스는 현재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로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결국 유로 지역 전역의 경기 회복 지연, 유로화 약세 등으로 이어져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선진국들은 출구전략 돌입과 보호무역 장벽을 둘러싸고 패권 다툼을 시작했다. 특히 상업은행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인 미국과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중국 등 G2 국가의 정책 변수에 세계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재정 건전성과 유동성 회수 이후의 후폭풍은 우리나라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국가들과 같이 그동안 감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그리고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해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내년 국가 채무가 407조 원(중앙정부 395조 원, 지방정부 13조 원)으로 GDP 대비 36.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는 확장적 경제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상반기 예산의 60%를 조기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나 2003년 카드 사태를 돌이켜 보면 위기 후 첫해는 기업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경제와 기업이 기초 체력을 회복한 후에는 문제의 근원인 부실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앞서 거듭 강조했듯 2010년은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는 지금, 고수익보다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시점에 채권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출구전략 따른 금리 인상, 채권값에 이미 반영

올해 채권 투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채권시장 전망은 지난해만큼 좋지 않아 기대 수익률이 기대치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은 이미 채권 가격에 서서히 반영돼 있어 채권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작다. 유럽발 악재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 6.47%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형 펀드는 1.16%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리테일 창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이 채권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매매 단위도 크고, 채권 발행 회사의 원금 상환 능력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결국 펀드를 통한 투자가 일반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더 적합해 보인다. 안정성이 높은 만큼 채권형 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은행 예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는 고수익도 노릴 수 있다.

하이일드(High-Yield) 채권은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채권을 의미한다. 하이일드 채권은 높은 위험 때문에 비싼 이자를 제공하지만 발행 기업의 부도 위험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살려주기’ 구조조정이 끝나고 ‘골라내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하다. 펀드를 통한 하이일드 채권 투자는 위험을 분산하면서 채권과 주식의 장점을 고루 취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다만, 상품에 따라 원금 보장 및 중도 환매가 어려운 점 등은 유의해야 한다.

고수익을 원한다면 이머징 국가 채권형 펀드도 고려해 볼만하다. 2009년 해외 채권형 펀드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금융 위기로 신흥시장 채권의 가격이 급락했다가 작년 상반기 크게 회복한데 따른 것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는 채권 가격 상승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높은 실질금리를 바탕으로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일부 국가들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개선을 바탕으로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 경제 펀더멘털과 금리 및 통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변동성은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흥미로운 투자 기회를 많이 제공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불확실성이 산재한 2010년 금융시장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을 고려한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이하정 SK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hajeong@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