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부산 아파트 투자

서울발 전세 값 상승세가 부산·대전으로 옮겨 갈 전망이다. 그동안 전세 값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국한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산·대전 등 지방 대도시 등도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수요·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서민 주거의 바로미터인 전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 부산·대전 전세 값 상승 서울 제쳐 = 지금까지 지방 대도시 주택 시장은 안정되다 못해 침체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매매가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하지만 전세 시장 만큼은 상황이 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민은행의 월별 전국 전세 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 해운대구가 한 달간 1.4%가량 상승했다. 북구도 신규 공급 물량 감소에 따라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값이 1.0%나 뛴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값이 0.3%, 서울이 0.4%씩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상승 폭은 의미가 있다. 참고로 지난 1월 서울 강남 11개 구 평균 전세 값 상승률은 0.6%였다.


지역별 전세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상승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1월 부산은 105.7을 기록해 2009년 12월(105.3)보다 약간 올랐다. 대전 역시 1월 전세가격지수는 10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지역(108.6)보다 되레 높다. 이 두 지역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전세가격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 두 지역은 지난해 2월 지수 100을 돌파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다른 광역시인 대구·광주·울산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수가 100 아래에 머물러 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이 두 지역의 전세 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전세가격지수는 2008년 12월을 지수 100으로 놓고 지역별 전세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역별 전세가격 차이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다.

◇ 재개발·재건축 사업 증가 =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수도권에 비해 전세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전세 값 상승 원인으로 ‘가격 저평가’를 꼽는다. 그러나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다.

최근 두 지역의 전세 값 상승 원인으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재건축·재개발 추진 사업장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0년 1월 현재 부산 지역 재개발 사업은 255개이며 이 중 올해 10곳 4700가구가 이주 철거에 들어간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2000여 가구가 철거된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1~2년 이내 부산에서 재개발과 관련해 철거되는 집이 3만3800여 가구인 것을 감안할 때 전세 값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전 역시 상황은 부산과 비슷하다.

올 1월 현재 대전시 내 재개발 사업장은 137개이며 재건축은 4개 단지다. 이 가운데 올해 재개발 지구 3곳 1900여 가구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앞으로 1~2년 내 재개발로 이주 철거가 예상되는 가구 수는 대락 3500여 가구로 추산된다. 재건축까지 합치면 약 5000여 가구가 이주 철거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변수다. 출마자 상당수가 해당 지역 주택 재개발·재건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서울 강북 지역 재개발 단지들이 한꺼번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주·철거로 없어지는 주택 수만큼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대전·부산은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파급력은 다소 약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인구 유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증가는 지역 전세 시장으로 볼 때 불안 요소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 부산 해운대·대전 둔산동 ‘최고’ = 현재 이 두 지역의 전세 값 상승은 중형 평형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올 2월 12일 현재 부산에서는 100~132㎡(구 31~41평)대 아파트의 전세 값이 1.19% 올라 다른 평형대보다 상승률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도 이 평형대 아파트 전세 값 상승률이 2.19%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2월 16일 기준 지난 한 달 간 대전에서 전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역시 중형대인 유성구 반석동 삼부르네상스 1차 112㎡(구 34평)였다. 이 아파트의 전세 값은 지난 1월 1억450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8000만 원으로 3500만 원이나 값이 뛰었다.

부산에서도 북구 화명동 롯데낙천대 86㎡(구 26평)의 전세 값이 지난 1월 1억1500만 원에서 지금은 1억3500만 원으로 2000만 원 올랐다. 서울 수도권에서 한 달 사이 전세 값이 2000만~3000만 원씩 오르는 것은 일반적일지 몰라도 지방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역 내 미분양 아파트가 소형 평형이나 대형 평형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중형 평형의 강세를 예고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두 지역의 인구 유출입 통계를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은 도시 내로 들어오는 수보다 서울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수가 많은데 비해 그 이상 중년층은 반대로 유입 수가 많다.

이 때문에 이 두 지역에서는 임대 사업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 무엇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 이럴 경우 전세를 끼고 집을 장만하기 유리하다. 국민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부산의 지난 1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6.6%였고 대전은 64.7%였다. 같은 달 서울은 40.7%, 인천은 43.5%로 20%가량 차이가 난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전세 끼고 자기 자본으로 1억~1억5000만 원만 있으면 충분히 매입할 수 있다.

최근 전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한 곳인 부산 해운대구 좌동 대림3차 105㎡(구 32평)만 하더라도 매매가는 2억3000만~2억5500만 원이며 전세 값은 1억4500만~1억5000만 원이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데 필요한 자기자본은 9000만~1억 원 선이다. 그나마 해운대구 좌동·우동은 지역 내에서도 매매 값이 비싼 곳이다. 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매매 값과 전세 값 차이가 7000만~8000만 원대다.

투자 유망 지역은 중심지다. 부산에서는 센텀시티와 인접한 해운대구 좌동·우동이 유망 지역으로 분류된다. 대전에서는 제2정부종합청사 인근 둔산동·월평동·탄방동 일대가 매매·임대 수요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학군 수요가 높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전 반석동 삼부마을공인 김상곤 중개사는 “이사철인 2월까지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서울 투자자들도 눈에 띈다”면서 “매매 값 상승세도 대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기 때문에 투자 매력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서울 수도권 내에 이미 1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부산·대구에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세금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령 1주택 소유자가 지방 광역시 내 기준 시가 3억 원 미만의 주택을 구입하면 일반 세율을 적용받는다. 2년 이상 보유하면 금액에 따라 일반 세율 6~35%를 적용받으며 장기공제특별세율의 혜택도 주어진다.

3억 원 이상은 해당되지 않으며 2주택 소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 3주택이 되면 중과세된다. 또 정부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연장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도 예의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종옥 베스트하우스 대표는 “지방은 땅값이 서울 수도권에 비해 싸기 때문에 도심재생사업 영향으로 인구 유입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하며 월세 등 소형 주택 임대 사업을 벌일 경우 세전 수익 기준 연 8~9% 정도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