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고용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취업 애로 계층이 연초부터 200만 명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이 힘든 계층을 포함한 취업 애로 계층은 200만 명 초반대로 추정됐다.

취업 애로 계층은 정부가 고용 실상을 점검하기 위해 실업자뿐만 아니라 실업자 수치에 들어가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나 능력이 있는 사람, 주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로 추가적인 취업 희망자를 선별해 만든 체감 지표다. 예를 들어 취업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은 실업자 통계에 들어가지 않아 실질적인 취업 애로 계층 파악이 힘들다는 지적에서 나온 개념이다.

취업 애로 계층이 평균 182만 명을 크게 뛰어넘어 200만 명 선을 돌파한 경우는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고용 정책 목표에서 취업 애로 계층을 188만 명 수준에서 묶겠다고 자신했지만 연초부터 목표를 이루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수치에 대해 ‘계절적인 이유’를 들어 애써 자위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뽑아보지는 않았지만 실업자 증가 등을 고려할 때 1월 고용 지표 악화로 취업 애로 계층이 200만 명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2월부터는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민간 기업이 살아날 때까지 공공부문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1일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이 같은 고용 창출 관련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용을 창출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고용증대세액공제를 지난 2004년 1인당 100만 원의 3배인 3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직전 연도에 비해 상시 근로자를 늘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인당 300만 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기업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을 포함한 33개 중소기업 업종이며 시한은 내년 6월 말까지다.

정부 전략 실효성에 의문 많아

이와 함께 장기 실업자의 근로 의욕을 창출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장기 실업자는 취업일 현재 최종 학력 졸업·중퇴 후 3년 이상 경과하거나 취업일 이전 3년 동안 미취업 상태인 사람으로 구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 이들 장기 실업자가 취업했을 때는 취업 후 3년간 월 100만 원의 소득공제를 해 줄 방침이다. 이 같은 소득공제는 매달 약 10만 원의 추가 임금을 받는 것과 같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전략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고용·세제 연계 정책이 1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단기 처방전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의 고용 회복 정책에 대한 회의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로 인한 불안한 대외 환경과 더딘 내수 회복 등이 지속되고 있어 경제성장률 5% 달성을 전제로 잡은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 ‘25만명+α’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수나 일자리 등 당초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부분들에 대해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가가 예전처럼 정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대기업의 수익구조가 조선·섬유 등과 같은 노동집약적 품목보다 반도체·자동차 등 자본집약적 품목 위주로 변화하면서 금융 위기가 아니었더라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현실에서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제조업보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업을 키우는 데에 재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이런 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지난해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문제로 보건복지부와 신경전을 거듭하던 재정부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 한 수 접어야 했다. 올 들어 다시 군불을 지피려고 했지만 세종시 문제로 가뜩이나 복잡한 정국에 자칫 ‘부자 병원-서민 소외’ 논쟁으로 전선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것도 고민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이미 거의 모든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구상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