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100배 즐기기

이번 설에 친척들이 모이면 모처럼 가족 안부를 더 많이 물어볼 듯하다.4대강, 행정도시, 이·박 신경전도 지겨워질 때가 됐고, 경제 이슈도 특별히 얘기할 거리들이 없기 때문이다.혜안을 가진 사람은 현재의 이슈보다 미래를 위한 전략을 고민한다. 지금 씨를 뿌린 사람은 부동산과 주식이 활황일 때 열매를 따 먹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겨울이 코앞에 닥쳐야 비로소 밭을 갈기 시작한다.가족·친지들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에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 앞날을 헤쳐 나갈지 함께 머리를 맞대 보자. = 명절이면 빠지지 않는 게 중국의 대작 영화다. 과거 감독 이름은 기억할 것도 없이 ‘청룽(성룡)이 출연한 영화는 무조건!’이라는 트렌드로부터 시작했다면 이제는 무협 대작 블록버스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황후화’, ‘적벽대전2’같은 작품들이 과거 설에 찾아 왔다면 올해는 바로 저우룬파(주윤발) 주연의 ‘공자’다. 현재 중국에서 막 개봉한 ‘공자’는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는 ‘아바타’와 치열한 흥행 전쟁을 벌이고 있다.여러 나라가 경쟁하던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왕은 당대 최고의 책략가 공자(저우룬파 분)를 등용해 무너져가는 왕권의 부활을 노린다. 뛰어난 지략과 카리스마로 공자는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지만 그를 시기하는 무리로 결국 노나라를 등지고 떠돌이 신세를 자청한다.기존 중화권 블록버스터처럼 액션 신을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공자 개인의 인품과 여정을 그대로 따르는 전기 영화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간의 지루함과 계몽적 성격에도 이야기를 빛내는 건 결국 저우룬파다. 저우룬파가 공자를 연기하기에 설득당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가 아니고서 누가 공자를 연기할 수 있을까.감독 호메이/출연 저우룬파, 저우쉰/2월 11일 개봉/108분/12세 관람가 = 설 개봉작 중 유일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판타지 어드벤처를 표방한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이다. 미국 역시 ‘아바타’의 위세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그 어떤 영화도 그에 견줘 시시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지만, 그래도 주목해야 할 것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을 시작으로 2편까지 연달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기 기반을 다져 놓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고대 그리스 신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현대도시, 그 속에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각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데미갓(Demi-God)’들이 존재한다. 어느 날 제우스의 번개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포세이돈의 아들인 퍼시 잭슨(로건 러먼 분)이 도둑으로 지명된다. 이 때문에 신들은 인간세계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큰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릭 라이던의 판타지 소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은 현대 도시에 공존하는 그리스 신들이라는 기발한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신화 속 여러 괴물들과의 대결은 물론 웅장한 올림푸스산의 재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화 속 신들의 이름 정도는 외우고 관람하면 더 나을 듯.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출연 로건 러먼,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2월 11일 개봉/118분/12세 관람가 =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애니메이션이다. 정말 하늘에서 음식이 비처럼 쏟아진다. 먹을 것이라고는 정어리밖에 없는 작은 섬을 위해 과학자 플린트가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슈퍼 음식 복제기’를 발명했기 때문. 하지만 실험 도중 기계는 하늘로 날아가고,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한 순간 마을에는 맛있는 ‘햄버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로 올라간 ‘슈퍼 음식 복제기’가 작동을 시작한 것.설정부터 아동을 겨냥한 휘황찬란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진지한 교훈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이내 작은 음식들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시장은 이를 이용해 섬을 수익성 높은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한다. 결국 이 영화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필연적으로 가져다줄 공허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서 기계와 벌이는 싸움은 3D 애니메이션 특유의 현란한 시각 효과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의 맹주 ‘픽사’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소니’로서는 가장 뛰어난 결과물이라고 할만하다.감독 크리스 밀러, 필 로드/목소리 출연 앤디 샘버그, 안나 패리스, 빌 헤더/2월 11일 개봉/ 90분/전체 관람가 = 누군가의 운명이 지금 나에게 반복된다는 ‘평행이론’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전도유망한 판사 석현(지진희 분)은 그의 아내 윤경(윤세아 분)을 끔찍한 사고로 잃고 만다. 석현의 법대 동기이자 윤경을 짝사랑해 왔던 강성(이종혁 분)은 사건을 자진해 맡고 석현의 판결에 불만을 품어 온 장수영(하정우 분)을 살해범으로 검거해 사건을 종결짓는다. 한편 석현은 사건 담당 기자로부터 자신이 과거의 인물인 한상준 판사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평행이론에 휘말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결국 ‘평행이론’의 재미란 예정된 운명 혹은 스케줄과 맞닥뜨린 개인의 사투다. 석현은 딸이 살해될 것을 알고 있고, 한상준의 삶을 파헤쳐 나가면서 자신과 모든 것이 일치함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그 운명을 바꿔나가는 비틀기의 묘미다. 무엇보다 지진희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기가 팽팽하게 경쟁한다. 마치 ‘미드’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은 언뜻 김윤진 주연의 ‘세븐 데이즈’를 떠올리게 하고, 지진희는 ‘수’ 만큼이나 강도 높은 연기를 소화했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눈에 띄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추천 리스트에 올려둘만한 작품이다.감독 권호영/출연 지진희, 이종혁, 윤세아, 하정우/2월 18일 개봉/110분/15세 관람가 = ‘이웃집 좀비’는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심사위원특별상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젊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화제작이다. ‘한국형 B무비’를 지향하며 불과 2000만 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좀비를 괴물이나 파괴자가 아닌 이웃으로 설정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전 세계적으로 퍼지던 ‘좀비 바이러스’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자 정부는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좀비 감염자를 찾아 제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들이 제거 대상이기 전에 우리의 애인이자 엄마이고 이웃이기 때문에 감염될 위험도 무릅쓰고 그들을 숨겨주고, 먹여주며, 오직 함께 살아남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이웃집 좀비’는 ‘틈사이’ ‘도망가자’ 등 4명의 감독이 만든 6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각기 감독들의 개성과 스타일이 다른 만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좀비 ‘호러’ 영화라기보다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주는 풍자와 해학이 작품의 핵심이다. 2010년에는 이처럼 밝고 기발한 독립영화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감독 홍영근, 오영두, 류훈, 장윤정/출연 홍영근, 배용근, 박영서, 이한솔/2월 18일 개봉/86분/15세 관람가 = 영화 ‘아마데우스’로 익숙한 모차르트는 잠시 잊어두는 게 좋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는 광기에 사로잡힌 천재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의 모습에 더 가깝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물과 다르게 레게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을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왜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나요”라고 슬퍼하는 그의 영혼은 아름다운 그의 음악만큼이나 애틋하게 마음을 울린다.‘모차르트!’는 500여 벌의 무대의상과 소품으로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18세기의 풍경을 생생히 재연한다. 28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에 맞춘 격조 높은 음악과 서범석·윤형령·정선아·이경미·신영숙 등 조연들의 막강한 가창력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갖춘 ‘모차르트!’에서 역시나 가장 주목할 지점은 바로 캐스팅. 이번 ‘모차르트!’에는 네 명의 배우가 모차르트 역으로 출연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으로 첫 공연의 포문을 연 임태경과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겠다는 각오의 박건형,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인정받은 박은태, 자신의 출연 분 전회를 매진시킨 김준수가 각기 다른 색깔의 모차르트를 연기한다.2월 21일까지/세종문화회관 대극장/2만~12만 원/(02)6391-6333 = 아련한 첫사랑을 무대 위에서 만난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영화의 감동을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공연은 배우 오만석이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다.한적한 시골학교에 총각 선생님 강동수가 부임해 오고, 열여섯 살 초등학생 최홍연(정운선 분)은 자신을 처음으로 “아가씨”라고 불러준 동수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나보고 아가씨래!”라며 팔짝 뛰어오르는 정운선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 전도연이 보여준 풋풋함을 뛰어 넘는다.시즌 2에 이어 연달아 출연하는 이지훈과 ‘김종욱 찾기’ ‘쓰릴 미’ ‘씨 왓 아이 워너씨’에서 호연한 강필석은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끈다. ‘내 마음의 풍금’은 소풍에서 운동회까지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첫사랑의 아련함이 묻어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한 두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좀 더 어른이 되고 성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연출의 말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한층 성숙해지는 기분이 드는 작품.2월 21일까지/예술의전당 토월극장/3만~6만 원/(02)744-2588 =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슬로건을 내세운 뮤지컬 ‘메노포즈’는 ‘폐경’을 겪고 있는 갱년기 아줌마들이 주인공이다.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네 명의 아줌마가 레이스 브래지어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걸쭉한 수다가 이어지는 것. 기억력 감퇴, 성형수술, 주름살 등 자신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고백하던 아줌마들은 ‘폐경’이란 공통된 고민을 이야기하게 된다.그렇다고 우울하고 쓸쓸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메노포즈’는 1960~1980년대 올드 팝을 기본으로 한 익숙한 멜로디에 웃음이 빵빵 터지는 대사가 더해지면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 속에서 서로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고 ‘폐경’이 절망으로 가득 찬 인생의 막다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네 배우의 호흡이 관건인 만큼 ‘메노포즈’는 무엇보다 캐스팅이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이영자·혜은이·홍지민·김숙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네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는 안녕이다.4월 4일까지/두산아트센터 연강홀/4만~6만 원/(02)744-4334 =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무대로 옮겨간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연극에서도 자식들은 엄마를 잃어버린다. “조용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엄마”라며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라”고 자식들을 위로하지만, 엄마를 잃어버린 자식들에겐 이미 상처가 크다. ‘엄마를 부탁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들의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는 가족이 아닌 타인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러니까 ‘엄마를 부탁해’는 가족 안에서의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서의 엄마를 주인공으로 한다.이번 ‘엄마를 부탁해’의 무대를 든든히 하는 건 관록의 연기력을 과시하는 배우들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자주 만났던 정혜선·심양홍·길용우가 각각 엄마와 아버지, 장남 영철을 맡았고 연극계의 서이숙이 장녀 지연을, 노장 백성희가 외할머니 역을 맡아 신경숙 특유의 세밀한 문체로 그려진 내면 묘사를 완벽히 소화해 낸다. ‘엄마를 부탁해’는 단순히 모정에 대한 동조에 그치지 않는다. ‘엄마’라는 존재에 근원을 두고 치유와 소통이 그려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3월 23일까지/세종M씨어터/4만~6만 원/(02)1544-1555 = 아직도 못 봤다면 곤란하다. ‘늘근도둑 이야기’는 20여 년 동안 시들지 않은 촌철살인의 시사 코미디의 정수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분’의 집에서 수십~수억 원의 미술품들을 눈앞에 두고도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는 두 늙은 도둑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쉴 틈 없이 뼈 있는 웃음을 선사한다. 단순한 우스움의 수준을 넘어서 삶이 녹아든 풍자와 해학을 바탕에 두어 정치판의 비리를 쉴 새 없이 고발하는 것이다.‘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은 이전의 레퍼토리와 또 다른 좀 더 따뜻하고 순박한 웃음을 연출했다. 세월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작품이 전달하는 고유한 메시지는 조금도 늙지 않고 펄펄하게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쉰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사의 끈끈한 맛과 정치인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소시민들의 순박함이 묻어나는 무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통쾌한 웃음은 퍽퍽한 일상에 큰 위로가 된다.2007년 ‘연극열전2’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으며 1년 넘게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게 뻔하다. 이번 달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니 부지런히 챙기자.2월 28일까지/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코엑스아트홀, 구로 프라임 아트홀/2만~3만5000원/(02)766-6007 = 주식 초보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몰빵 투자’ 때문이 아닐까. 주식을 사놓고 오르기만 기다리지만 속절없이 떨어질 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최소 다섯 종목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항상 현금 비중을 30%가량 두면서 내린 종목은 저가 매입, 오른 종목은 차익 실현하는 것이다. 현금은 변화하는 주식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여유를 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꼼꼼히 분석해 종목을 선택하는 일이다. 주인공 ‘주신(주식의 신)’ 할아버지는 된장녀 ‘나성실’에게 “주식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어려운 지식을 과시하는 책들과 달리 증권 계좌 개설부터 차트 보는 법,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종목 선정의 노하우까지 초보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조금의 모자람이나 넘침 없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된장녀’로 불리는 젊은 여성이 주인공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완전 초보에게도 쉽게 읽히는 것도 장점. 투자 철학을 확립하지 못하고 주먹구구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중급자들이 봐도 좋을 책이다.허형 지음/미디어윌/400쪽/1만5000원/난이도: 하 = 웬만큼 주식 투자를 한 사람도 선물·옵션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마련이다. 내용도 복잡하거니와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기본예탁금(1500만 원)이 많고 손실률이 엄청나 접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물·옵션은 개인보다 자산운용사 등 큰손들의 리스크 관리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물시장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는 선물·옵션을 모르고서는 주식시장의 절반만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예를 들어 선물과 현물의 균형 상태가 일시적으로 깨져 선물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때, 차익 거래(선물 매도, 현물 매수)가 이뤄지고(프로그램 매매), 현물 매수세의 결과로 현물 주식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만기일에는 이렇게 매수한 현물(이른바 차익 거래 매물)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선물에 크게 베팅한 세력들은 현물의 장 마감 때 엄청난 물량을 매매해 종가를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여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추세 전환으로 오해할 경우 잘못된 투자를 할 수도 있다.이 책은 핵심 개념만을 짧고 명확하게 101장으로 나눠 설명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충실한 내용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눈에 띄는 오타는 옥에 티다.최규찬 지음/국일증권경제연구소/427쪽/1만7000원/난이도: 상 = “1992년도에 현대 계동 사옥에 편의상 300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하면 현대 임직원들의 평균 재산은 얼마쯤 되겠습니까?(본문 중에서)” 1992년의 현금 가치를 감안해도 대개의 답안은 1억~2억 원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평균은 ‘적어도 10억 원 이상’이다. 여기서 ‘역시 대기업이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한다면 ‘평균’에 속은 것이 된다. 당시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밝힌 재산이 3조 원이었다. 정 회장 외의 2999명이 재산이 한 푼도 없어도 평균 재산은 10억 원이 나오는 것이다.‘평균’은 때로 사실과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여기서 우리는 평균 외에도 자료의 퍼진 정도를 나타내는 ‘산포’를 항상 살펴야 한다. 내가 다니는 기업의 평균 연봉이 신문에 날 때면 친구들이 부러워하며 술을 사라고 하지만 나 자신은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생활 곳곳에서 우리가 흔히 속고 있는 ‘통계의 장난’에 속지 않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통계 자료 하나만 제대로 볼 줄 알면 적어도 거짓 주장에 속지는 않을 것이다.최제호 지음/동아시아/305쪽/1만3000원/난이도: 중 = 아마 이 책은 권태로운 밥벌이를 하고 있는 이 땅의 중년 남성들의 로망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흔넷의 나이에 돌연 모든 일상사를 뒤로하고 혈혈단신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100일 동안 남미를 종주하는 꿈. 설레는 출발의 순간부터 오토바이가 진흙탕에 고꾸라지고 브레이크가 파손돼 죽도록 ‘개고생’한 얘기와 극지방의 얼음 밭을 달리는 황홀한 순간, 여행에서 만난 낯선 친구들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필(代筆)이 불가능해 보이는 시시콜콜한 무용담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재미가 있다.고독한 레이스를 통해 주인공은 마치 ‘어린왕자’가 된 양 “이 별의 주인은 나다!”라며 잃어버린 생명력을 찾는다. 다시 원점으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주인공은 예전의 무기력한 자신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충만해진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이것이 이 여행의 목적일 터.세계 일주 도전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바이크인 BMW R1200GS가 2500만 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작가가 세코중공업 회장이라는 것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라고 체념할 수도 있지만 꼭 남미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달리는 황홀감을 맛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허민 지음/랜덤하우스/327쪽/1만2000원/난이도: 하 = 상갓집의 부의금은 누구 소유일까. 대개는 누구의 문상객에게 얼마가 들어왔는지 파악한 후 해당 유족에게 나눠주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경우가 있고,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자식이 없는 젊은 부인에게 고인의 회사에서 거액의 부의금을 전달한다면 시댁과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법원은 ‘부의금은 유족이 상속 비율대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마찬가지로 결혼 축의금은 ‘혼주인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주는 것이므로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런 정황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축의·부의금을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센스(?)’를 발휘할 것이다.생활 속의 소소한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는 이런 책은 살면서 집에 두고 필요할 때 참고할 만하다. 비슷한 종류의 책이 많기는 하지만 대개 현란한 법률 지식으로 나열돼 있거나 편집이 조잡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활용도가 높은 사례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을 때는 소송보다 우체국의 내용증명 하나만으로도 소송에 맞먹는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팁(tip)을 제시한다.김용국 지음/위즈더하우스/392쪽/1만5000원/난이도: 하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이유진 무비위크 기자 illenne@movieweek.co.kr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