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수들이 코치하는 ‘설 이후 재테크’

재테크 시장에 다시 한 번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바로 ‘정책 리스크’ 때문이다.작년 유례없는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단결’을 외쳤던 세계 각국이 올해부터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개전투’에 나서고 있는 것. 그 결과 전 세계 자산시장은 각국 정부의 말 한마디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그러면 국내 자산가들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어떤 묘수를 제시할까.강남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은행·증권·보험 PB 5인의 생각을 들어봤다.먼저 강남 자산가들의 재테크를 책임지고 있는 5인의 PB들 대다수가 올해 주목해야 할 금융 상품으로 주식 관련 상품을 꼽았다. 금리가 아직 낮은 편이기 때문에 예금의 메리트가 없고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채권을 통한 자금 운용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제 여건과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주식형 펀드 같은 주식 관련 상품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이 팀장이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지수는 1400~1900선. 이 팀장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상승이 예상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꺾이는 시점과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예상되는 3분기까지는 약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윤석헌 대우증권 갤러리아 PB클래스 2센터장은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금융 투자 선진국인 미국에서와 같이 안정성이 높고 수수료도 저렴한 ETF에 대한 투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750선을 중심으로 공방 속에 한 해가 마감될 것이라는 예상”이라며 “2011년에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기에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광다이오드(LED) 부품이나 스마트폰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코스닥 종목들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김동욱 삼성생명 강남FP센터 자산관리사(FP) 역시 ETF를 추천 상품으로 지목했다. 특히 변동성이 높아 보이는 올해 주식시장에서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분할 매수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 FP는 또 중국 관련 적립식 펀드와 스팩(SPAC) 상품을 올해 유망 상품으로 봤다. 그는 “중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아직도 높지만 고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거치식 투자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적립식을 특히 권한다”고 말했다. 스팩은 개인이 기업 인수 목적 회사(PEF)에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2월부터 공모를 시작한다.김 FP가 예상하는 코스피 밴드는 1450~1850이다. 한국 시장의 과거 20년간 선행 주가순자산배율(PBR) 평균은 1.1배 정도인데 현재 코스피지수 기준으로는 1550 정도라는 게 그 이유다. 김 FP는 “특히 금융 지주사를 포함한 은행 업종과 정보기술(IT) 및 철강의 시장 선도 기업을 눈여겨볼 것”이라며 “선도 기업의 경우 환율이 부담스럽지만 선진국 수요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주 신한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원금 보장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상품이나 스텝다운 주가연계증권(ELS)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오 팀장은 “출구전략의 그림자만 비치면 시장이 어김없이 주춤한다”며 “제한적인 하락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의 주가 연계 상품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하지만 한덕수 삼성증권 삼성타운 마스터 PB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바로 금이나 광물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를 가장 유망하게 내다본 것. “아직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더딜 뿐더러 올해에도 경기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는 강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고속 성장과 내수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중국 본토에 대한 펀드 투자도 유망하게 내다봤다.부동산 시장은 5인의 PB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리는 편이었다. 이흥두 팀장은 긍정론에 무게를 뒀다. 그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이고 양도세 등 부동산에 대한 혜택이 올해까지 유효하므로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 후 상승 폭이 낮았던 부동산 시장이 금융시장에 비해 유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토지 보상금 40조 원이 올해 풀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자들의 특징 중 하나인 부동산 부자는 부동산으로 재투자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것”이라고 분석했다.그가 추천하는 부동산 상품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오피스텔과 상가, 토지 보상 지역 주변에 있는 토지, 그리고 강남 지역 아파트 등이다. 반면 수도권 및 지방 아파트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밝혔다.김동욱 FP 역시 부동산 시장 회복 기조를 예상했다. 그는 “많은 개발 허가와 시공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의 회복이 늦다”며 “이런 수급 불균형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역 간의 가격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며 본격적인 수요 회복은 아직 어려워 매매는 4%대, 전세는 6%대의 상승을 점쳤다. 눈여겨볼만한 상품으로는 오피스텔이나 원룸형 주택(도시생활형 주택) 같은 소형 평형 주택을 제시했다. 특히 도심 업무 단지나 대학 캠퍼스 근처, 그리고 역세권 내 소형 주택의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오경주 팀장 또한 경기 회복에 따른 구매력 상승, 토지 보상금의 향방, 지방선거 영향, 전세가격 급등 등으로 2009년 하반기보다 부동산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팀장은 특히 ‘용산지역 재개발’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재개발 지분 가격에 거품이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적당한 매수 시기를 살피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조언했다.한덕수 마스터 PB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평가하고 “이에 따라 건설 경기 부양은 어려워 보이며 앞으로 단행될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은 더욱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잠실 등 일부 강남권 재건축 물량에서 저평가된 곳에 대한 투자를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윤석헌 센터장 역시 부동산 투자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향후 부동산이 과거의 투기적 성향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며 정부의 정책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투자할 만한 상품이 있다면 ‘소형 오피스텔’이라고 지목했다.그렇다면 최근 강남의 자산가들은 최근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고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가질까. 김동욱 FP는 특히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금 자산 보유가 많고 주식은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한 후 분할 매수하거나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양도성예금증서(CD)나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 유동성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며 위험관리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히 부동산 매각과 주식 및 환매 자금 중 일부를 비과세 연금보험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그는 “위험관리를 위해 유동성 비중이 높아지게 돼 이자소득 또한 늘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노출된 염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오경주 팀장은 부동산에서는 “용산·한남동·성수동 근처로의 자금 이동이 감지됐다”고 귀띔했다. 또 금융 상품에서는 사모 형식으로 판매되는 ELS나 파생결합증권(DLS)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월드 사태, 중국 지급준비율 인상 등 이벤트 발생 시마다 조정을 보이고 있어 시장 상승 시 수익이 나는 구조보다 제한적인 하락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ELS 등의 상품과 이자율·통화·실물의 가격에 연계해 수익이 결정되는 원금 보존형 DLS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이흥두 팀장은 “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은 작년 한 해 높은 수익을 거뒀고 예금 금리는 너무 낮기 때문이라는 게 이 팀장의 분석이다. 또 부동산은 시장의 유동성이 아직 풍부하고 상승 폭이 낮았다며 특히 “강남대로·테헤란로 일대의 안정적 임대 수익이 가능한 100억 원대의 오피스 건물 또는 상가 건물에 대한 매입 의뢰가 많다”고 전했다.이 팀장은 금융 상품으로는 ‘단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매입 보장 등의 안전장치가 돼 있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같은 채권형 신탁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기간은 3~6개월 정도에 금리 수준은 예금 금리의 1.5배인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한덕수 마스터 PB는 많은 강남 지역 자산가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의 경우 최소한 2분기 내에 금리 하락을 대비한 이익 실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안화 절상과 함께 내수시장 팽창에 대한 전망 때문인지 중국 내수 소비재 투자 펀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올해 큰 공모 시장이 생겨 공모주 펀드에도 관심이 많다”며 “달러 약세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금을 포함한 원자재 투자도 유망하다”고 강조했다.윤석헌 센터장은 “천연자원에 대한 대안 투자, 다양한 채권 매입 및 프리보드 시장, ETF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강남의 자산가들은 다양하게 투자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PB와 상담한 뒤 이를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수동적인 투자 방식이었다면 요즘에는 스스로 여러 상품에 대해 세밀히 공부한 후 PB의 의견을 참고하는 적극적 투자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 지역의 자산가들이 보다 다양한 재테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이들 강남 PB 5인은 모두 ‘올해는 리스크 관리의 해’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 한 해 주요 금융 상품이 예상외의 높은 성과를 실현한 반면 올해는 각국 정부의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기대 수익에 대한 수치를 절대적으로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흥두 팀장은 “투자 전에 반드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 수익이 달성되면 환매 등을 통한 이익 실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덕수 마스터 PB는 “주식은 가격 밴드를 반드시 정하고 투자해야 하며 펀드는 적립 형태 혹은 분할 형태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채권은 금리 상승 전 현금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