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현실’ 3D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Avatar)’ 성공이 정보기술(IT)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아바타는 국내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개봉 3개월이 넘은 지금도 3D 아이맥스 상영관은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아바타의 성공으로 IT 업체들은 3D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3D는 그동안 기술 장벽에 가로막혀 성장이 둔화됐던 IT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꼽히고 있다.3D는 선과 면으로 이뤄진 평면에 깊이를 더해 입체감을 살린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건물들이 마치 실제로 보는 것처럼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3D는 우선 콘텐츠 제작·유통·소비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 모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드라마·광고·게임 등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3D로 제작 비중을 늘리고 있다. 3D는 기존 2차원 콘텐츠에 비해 데이터 용량이 크기 때문에 고성능 PC, 더 넓은 대역폭의 통신망,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새로운 칩셋이 필요하다. 3D 콘텐츠를 재생해야 하는 디스플레이와 3D 전용 안경, 3D 휴대전화 등 부가 제품까지 생각하면 그 영역은 끝도 없다.최근 3D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관련 업체들이 ‘수익성’이라는 돌파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로 급속히 성장한 IT는 효율성·경제성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반도체를 보면 단위면적당 집적도를 매년 두 배가량 높이는 방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기술 상향 평준화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시장의 반응은 이전보다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3D는 기존과 전혀 다른 장비와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해 왔던 IT 업체들이 다시 처음부터 출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3D 콘텐츠로 기존 콘텐츠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었다.주요 기업들은 3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소니·샤프·파나소닉 등도 3D TV를 선보였다. 인텔·엔비디아 등 PC 관련 업체들은 3D 기술 관련 칩셋을 선보였고 주요 게임 업체들도 3D 대작 게임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특히 그래픽 칩셋 업체 엔비디아는 PC에서 3D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고 PC 모니터 업체, 게임 업체들과 협력을 모색 중이다. 엔비디아는 모바일상에서 3D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테그라2’ 칩셋을 개발하고 휴대전화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 3D는 어제오늘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3D 역사는 영사기가 발명된 1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지속적으로 공포영화나 공상과학영화를 중심으로 3D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하지만 아바타는 기존 3D 영상물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높은 수준의 생동감을 자아내 3D 영상물을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었다. 3D 특성상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연령을 막론하고 3D 신드롬을 낳고 있는 것이다.아바타가 성공한 요인은 단순한 3D 기술이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와 특수 효과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월 3일 영화 제작·투자·배급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3D 입체영화 토론회’ 참석자들은 생동감 있고 편안한 3D, 현실감 있는 시각 효과 기술이 아바타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국내에서도 3D 영화가 상영된 바 있지만 제작비 및 인프라 등의 문제로 아직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은 없다. 하지만 영화 업계에서도 갈수록 낮아지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3D 기술을 적용한 대작 영화 제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Consumer Electric Show)’ 삼성전자 부스에는 3D TV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해 TV 시장 화두가 발광다이오드(LED)였다면 올해는 ‘3D(3차원)’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파나소닉·소니·도시바, 그리고 하이얼·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까지 3D TV를 부스 중앙에 배치하고 참관객들 주목을 받았다.지난해 LED TV로 TV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3D TV를 주력 제품군으로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LE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등 3가지 종류로 3D TV를 출시할 계획이다.3D TV는 이르면 3월부터 국내에 등장할 전망이다. 3D TV 관련 기술력은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3D TV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TV는 평소에는 일반 TV처럼 사용하다가 3D 콘텐츠를 볼 때 3D 기능을 활성화해 시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용 안경이 필요하며 아직 전용 안경 가격은 100~200달러 수준으로 고가이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TV 업체들은 3D TV 시장에 대비해 콘텐츠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소니엔터테인먼트와 소니픽처스 등 영화와 게임 등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소니는 3D 콘텐츠 분야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TV 업체들은 올해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이 3D TV 확산에 불을 댕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2010 FIFA 월드컵 3D 영상화 권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FIFA 월드컵을 3D로 전송할 계획이다.휴대전화 업체들도 디스플레이를 3D로 바꿀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주요 업체들도 3D를 지원하는 휴대전화를 출시할 계획이다. = 콘텐츠 부문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3D 콘텐츠 제작·전송·표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D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3D TV 추진단을 만들어 주요 TV 업체들, 방송사들과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 방통위는 차세대 방송 표준 포럼과 함께 향후 3D TV 실험 방송 추진 사항 점검 및 국내 3D 방송 촉진, 매체별 3D TV 방식 표준화에 대한 사항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사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방송사·가전사와 협력해 3D 방송 시스템 구축 및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3D 콘텐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게임이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게임을 3D로 제작하고 있으며 전용 안경과 모니터를 사용하면 기존 출시된 게임 중 상당수를 3D로 즐길 수 있다.영화 부문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3D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봉된 애니메이션 ‘에어리언VS몬스터’는 3D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영화다. 이후 ‘업(UP)’, ‘크리스마스 선물’ 등이 등장했으며 올해 디즈니와 드림웍스 등이 제작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3D로 만들어진다. 아바타가 3D 영화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등장인물에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했기 때문에 완전한 실사 영화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3D를 적용한 실사 영화가 대거 출시될 예정이다.인터넷 분야도 3D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도 앞으로는 3D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 3D 버전에서 지원될 ‘유튜브 3D’는 유튜브 콘텐츠를 3D 안경(비전 글래스)을 착용하고 3D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3D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한 뒤 유튜브에 올리면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들은 동영상을 3D로 볼 수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3D는 단순한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아니라 IT 산업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새롭게 떠오르는 3D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