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 미주레일 대표

김형일 미주레일 대표는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장녀인 박용언 씨의 아들이다. 지난 2006년까지 의류 사업에 전념해 왔던 그는 같은 해 말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을 생산하는 미주레일을 인수, 제조업체 대표로 변신했다.“게스와 폴로 등 옷 장사를 하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타격을 받아 사업을 접었죠. 옷 장사는 백화점 마진, 인력비, 재고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속옷 회사 태창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아는 선배로부터 미주레일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어요. 작은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기술력이 뛰어났고 유통 구조도 간편해 선뜻 인수했죠.”미주레일은 안정감과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설치하는 엘리베이터 부품 중 하나인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을 제조·생산하는 업체다. 국내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시장 중 미주레일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약 50%. 자체 개발한 분당 200~400m급의 30K 초고속용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도림 테크노마트(41층), 송도 포스코센터(64층), 송도 동북아무역센터(NEATT, 63층), 동탄 메타폴리스(40층), 건국대 스타시티(58층), 부산 센텀시티(43층) 등의 초고층 건물 엘리베이터에, 해외에서는 파나마 오션타워, 비트리 타워 등 70층 이상 초고층 빌딩에 설치·운행되고 있다.미주레일의 특징은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을 제조하기 위한 T자형 열간압연(熱間壓延·hot rolling) 형강(形鋼)의 제조 공정에서부터 완성품까지 전 공정을 생산함으로써 각 공정별 품질관리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열간압연 소재인 빌릿(BILLET)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제조사의 검사성적서와 미주레일의 자체 화학 성분 분석기를 이용해 소재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 2005년에는 기존에 사람의 손으로 작업해야 했던 디버링(튀어나온 부분을 다듬는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레일 디버링 장치의 특허를 출원했고 정면·측면 가공 디버링 장치 실용신안을 등록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ISO-14001(환경 경영 시스템) 인증을 받기도 했다.이와 함께 미주레일은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5m 레일의 직진도와 비틀림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레이저 측정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의 품질은 직진도와 비틀림을 가지고 측정한다. 이에 따라 생산하는 가이드 레일의 품질 항목에 대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수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2007년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후지텍 관계자들이 검사 시설을 보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간급 레일을 만드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유럽과 일본 등 선진 회사와 견줘도 모자라지 않는다’며 기술력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미주레일은 현재 연간 10만5000톤의 압연 생산 능력을 갖춘 인천 도화 제 1, 2공장에서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GI BEAM, 채널 등 압연 형강 제품을 생산·가공하고 있으며 연간 2만3000톤의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가공 생산능력을 갖추고 인천 남동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또 최근에는 현대제철이 유일하게 생산해 왔던 37K 보통 레일(1m의 중량이 37kg인 레일)을 개발, 생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37K 보통 레일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과 일본에서 크레인과 화차용 레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그동안 37K 보통 레일 개발이 압연기의 용량 문제로 지연됐었는데 임직원들의 강력한 의지와 미주레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에 성공할 수 있었죠. 이번 37K 보통 레일 개발로 9K부터 37K까지 다양한 규격의 레일을 일괄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미주레일은 37K 보통 레일의 상용화를 시작으로 이미 대만에 150톤(15만 달러)을 수주한 상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브라질 등에 수출 계약도 진행하고 있다.주요 거래처는 오티스·미쓰비시 등으로 주로 초고층 건물이 많은 브라질 일본 싱가포르·대만 등에 직접 수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시장이 제일 크다는 중국에는 2006년 하반기부터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에 준공식을 추진할 예정이며 10월부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중국 선양(瀋陽)에 연간 1만2000톤 규모의 가이드 레일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계획이 가시화되면 매출 규모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이처럼 미주레일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의 경영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결코 하나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았다.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그가 태양광발전 전문 업체인 이지씨엔에스(EG CNS)를 인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인 태양광 관련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설계·시공·운영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구축하며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인수했다. 미주레일은 이미 제주도에 200kWp급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완료했으며 서울 마포구 한강 난지지구와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지구 내 매점에 국내 최초 천창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스템)를 시공하고 있다.“요즘엔 녹색 성장이 화두잖습니까. 태양광발전 전문 업체 이지씨엔에스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싶었죠. 태양광발전소에 트래커가 들어갈 때 철 구조물이 들어가는데, 그때 미주레일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이지씨엔에스를 통해 태양광 전지판 지지대인 트래커(Tracker) 사업에 진출한 미주레일은 미국 태양광 업체와 트래커 공급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중국 태양광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김 대표는 직원들 하나하나 모두 귀하게 여겼다. 직원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는 집으로 케이크와 축하 카드를 배달해 준다. 회사의 운명은 종업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끝까지 가야 할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노사 화합을 위해 부부 동반으로 시흥 농장을 찾아가 밤도 따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는 등 각종 행사를 다이내믹하게 진행하고 있죠.”인터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김 대표는 또 하나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부인과 함께 지난 1월 고려대 발전기금 5억 원을 선뜻 기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작년 겨울, 제가 다니고 있는 성당의 신부님으로부터 알게 된 충청도 서산의 한 중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체 학생 130명 중 제대로 된 가정의 학생이 30%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부모가 없어 할머니나 삼촌에 얹혀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고구마 3개로 세 끼를 때우는 가정이 많았고 거의 쓰러져갈 정도의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들을 위해 집을 새로 지어 주고 세탁이나 빨래·설거지를 해줌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어요. 적어도 1년에 5명 정도 생활을 개선해 줄 예정입니다.”<> : 1974년 4월 :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88-19 미주레일 :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 광산 라이트 레일 등 제조·생산 : 2008년 398억 원, 2009년 354억 원, 2010년 목표 360억 원 : 84명<> : 엘리베이터에는 카고(cargo)용 가이드 레일 2개 라인과 웨이트(추)용 가이드 레일 2개 라인 총 4개의 라인이 사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은 사람이 타는 카고와 웨이트의 안정감과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엘리베이터 부품 중 하나다. : 1958년생. 82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86년 뉴욕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87년 두산산업 과장. 89년 일경물산 대표이사. 2001년 키슨스(주)대표. 2005년 (주)태창 대표. 2006년 미주레일(주) 대표(현). 2009년 이지씨엔에스(EG-CNS) 대표(현).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