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에세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무려 26만여 개가 줄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28만여 개, ‘솥뚜껑 시위(한국음식업중앙회가 2004년 1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개최한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전국 음식업주 궐기대회)’가 있었던 2004년의 14만여 개와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다. 올해는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론에도 찬물을 끼얹는 통계이고 서민들의 삶, 특히 자영업자의 생활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읽게 해 주는 대목이다.실제로 개인 자영업자들의 컨설팅 의뢰를 받고 창업 현장을 나가보면 컨설팅비를 받기가 민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몇 달간 적자가 누적돼 있고 재투자할 여력조차 없는 그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다.지난 한 해 사업을 정리한 자영업 수가 26만 개에 달하지만 사실 아직 문을 닫지도 못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도 어려워 적자인 상태로 사업을 유지하는 숫자까지 고려한다면 자영업자에 대한 경쟁력 강화 문제는 심각한 국가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자영업 몰락의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서민 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과열 경쟁을 꼽을 수밖에 없지만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개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개별 점포들의 생존 전략은 결국 소비 욕구나 트렌드 변화를 읽고 고객의 기대를 능가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들어 성공한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한 개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점포를 늘려가는 것, 또 단순한 점포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쟁 역량을 강화하면 살아남을 방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들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략은 스마트화다. 기존의 사업을 좀 더 진화시켜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스마트화 전략의 핵심이다.요즘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이 화제다. 지하철을 타보면 휴대전화를 활용해 인터넷 소설도 읽고, 정보도 검색하고, 영화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하는 젊은이들이 적지않다. 단순한 전화 용도로 사용됐던 휴대전화가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사업도 휴대전화의 변신처럼 스마트화가 가능할까. 인테리어나 점포 분위기의 개선을 통한 쾌적성 강화나 상식적인 상품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개선하는 방법,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 스마트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에 인기를 얻는 아이템 중에 떡볶이가 있는데 ‘요런떡볶이(www.yodduk.co. kr)’라는 브랜드는 상품과 인테리어의 스마트화를 통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사례다. 스마트화의 핵심은 떡볶이 전문점을 감성으로 덧칠해 새로운 모델로 스마트화한 것이다. 이 회사의 사업 안내 리플릿은 패션 화보집 같다. 점포 인테리어 역시 그 속에서 일하는 창업자들의 품격은 물론 고객들의 안락함과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콘셉트다.떡볶이의 핵심인 떡볶이 떡의 종류도 단순한 흰떡 중심에서 탈피, 단호박·백련초 등 기능성을 각춘 다양한 구색을 겸비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떡 뽑는 기계에 5억 원을 투자할 정도로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이곳에서는 김밥을 판매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위생적인 매장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칫 김밥을 추가했다가 위생에 구멍이 날까 우려해서다. 우리나라 김밥이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온에서 워낙 다양한 재료를 관리해야 하는데다 일일이 손을 대서 싸야 하므로 위생 문제가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외국에서 쉽게 확산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역시 위생을 고려해 커다란 떡볶이 판을 사용하지 않고 1~3인분씩 원팩으로 데워서 떡볶이 요리를 공급한다.이 회사의 강지원(41) 사장은 호텔 경영을 전공했고 스위스에 유학까지 갖다왔다. 또 국내의 굵직한 외국계 레스토랑 프로젝트 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경력의 소유자다.호텔 레스토랑 업계에서는 인재라고 할 수 있는데 동료들과 힘을 모아 일부러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를 찾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마트화한 것이다. 각별한 열정 덕분인지 사업을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4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스마트화 전략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각종 정보기술(IT) 장치를 활용한 과학적 운영 방안이다.특히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 대상 판촉을 전개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스마트화 전략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프레시 푸드를 지향하는 레스토랑 타입 호프 전문점 ‘치어스(www.cheerskorea.com)’는 지난해 전 매장을 대상으로 소원 적어 내기 이벤트를 벌였다. 그 이벤트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고객 정보는 수십만에 달했다. 디지털카메라·컴퓨터 등과 같은 상품을 내건 이 이벤트를 통해 해당 브랜드에서는 고객의 연령층과 성별, 고객의 욕구, 고객의 직업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는 회사의 메뉴 개발에 반영된 것은 물론 다음해의 판촉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데도 활용됐다.최근 들어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매출이 몇 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더라도 인건비 및 원재료비가 올라가고 카드 수수료, 부가세, 종업원 복지에 따른 비용 지출 등이 늘어나 이전에는 30~15%에 해당하던 순수익이 최근에는 20~7%대로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이 때문에 틈새 수익을 찾아낼 수 있는 운영의 효율을 위한 스마트화 역시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형 음식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중앙 식자재 처리 방식 도입은 물론 맞춤형 첨단 주방 시스템을 통해 인건비를 대폭 절약하고 있다. 중앙 공급식 식재료 공급, 식기 세척기나 파 절단기 자동 믹스기 등 하이테크 조리기를 활용해 수작업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최근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인력 채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인건비는 갈수록 올라가지만 근무 환경이나 임금 조건은 여전히 열악해 우수한 인력을 장기 근속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외국의 경우 팁 문화가 발달돼 있어 자영업소에 근무하는 종업원들도 서비스의 질 개선을 통해 추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진달래 꽃처럼’이라는 주점은 종업원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으며 계산대 옆에 각 종업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명기된 투명 아크릴 통이 있어 손님들이 서비스에 만족했을 경우 팁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푼 종업원들이 고객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비즈니스의 스마트화는 일종의 가치 창출이다. 고객에게 제안하는 가치를 높임으로써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휴대전화는 물론이고 가전제품·가구, 심지어 의류까지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입고 있으면 열이 발생하는 가벼운 속옷이나 점퍼도 등장하고 있다.녹색 성장이 메가 트렌드인 것처럼 스마트화도 전 산업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트렌드다. 자영업에서도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스마트화 전략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ksb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