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스포츠 중계 시장을 잡아라

지난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0’에서 3D(3차원 입체 영상) TV가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스마트폰’에 이어 전자 업체들은 3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에 돌입했다.애플의 ‘아이폰’이 콘텐츠를 누구나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 나갔듯이 ‘3D TV’ 시장의 애플이 되기 위한 업체들의 치열한 마케팅 활동이 올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최근에 발간된 스포츠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13.25%가 3D TV 시청이 가능하다. 앞으로 성장하느냐 못하느냐는 올해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3D TV의 ‘앱스토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중계 시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업계는 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소니다. 소니는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을 등에 업고 공략에 나섰다. ESPN은 오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경기 개막전부터 3D 중계를 시작한다. 올해는 월드컵 축구 25개 경기를 포함해 대학농구 및 미식축구, 자동차 경주 등 85개 경기를 3D로 중계할 예정이다.ESPN은 소니의 ‘프로페셔널 HD카메라’를 후원받아 제작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소니는 ‘ESPN 3D’를 적극 후원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대학 미식축구 결승전 ‘BCS 내셔널 챔피언십’과 13개의 정규 경기, X게임 등을 중계할 계획이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소니는 PGA투어 팀 핀첨 커미셔너를 지난해 가을 도쿄 본사로 초빙해 3D 제작 기술을 보여줬다고 한다. 소니는 이런 공을 들인 덕에 PGA 투어 내 고화질(HD) TV 독점 제조업자인 미쓰비시전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년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 오픈을 3D로 중계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소니는 아예 오늘 2월 캘리포니아 쿨버시티에 3D 기술과 장비를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소니 3D 기술 센터’를 세워 각종 3D 제작을 지원할 예정이다.파나소닉은 위성방송 사업자로 HD TV 시장을 선도해 온 다이렉트TV와 전략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다. 미국 내에서만 18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렉트TV는 오는 6월부터 스포츠와 영화 등을 집중 방송하는 ‘3D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다이렉트TV와 폭스채널은 오는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기를 3D로 중계할 예정이다.이번 전시회에 초박형 3D TV를 선보인 삼성은 미식축구(NFL)의 공식 HDTV 제조업자라는 이점을 활용해 3D TV를 알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스포츠 중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공식 HDTV 제조업자인 샤프는 하반기에 3D TV를 론칭할 계획이다. 프로 리그들도 3D TV를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활용할 방안이다.메이저 방송사들은 NFL, NBA, 메이저리그 등과 ‘3D 권리(rights)’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NFL은 지난해 말 뉴욕과 보스턴, LA 지역 영화관에서 샌디에이고와 오클랜드 경기를 3D 중계로 테스트해 봤다. NBA는 지난 2007년부터 올스타 게임에 3D 중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올스타 게임을 미 전역 80개 영화관에서 3D로 상영한 바 있다. 그러나 3D TV가 ‘스마트폰’처럼 대박을 터뜨릴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3D 중계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HD 카메라가 2배 필요하다. 한 카메라는 왼쪽 눈,한쪽은 오른쪽 눈을 위한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제작비 상승이 뻔하다. 또한 현재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카메라들의 위치가 수년간 고정돼 왔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중계 수준보다 기대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