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CES를 통해 살펴본 올해 IT계 화두
지난 1월 7일(현지 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전 세계 가전제품쇼(2010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는 향후 정보기술(IT) 업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다. 경기 침체로 참가 업체 및 관람객이 줄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CES는 각 기업들이 그동안 준비한 신제품을 대거 공개해 예전의 분위기를 회복했다.그동안 CES는 각 사들의 경쟁사에 비해 기술적 우월함을 강조할 수 있는 기술 선도적 제품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 CES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들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지난해 금융 위기로 한차례 힘든 시기를 겪은 IT 기업들이 과시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실속을 위한 제품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업체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IT 부문에서 상대 업체에 기술 노출을 의식한 것으로도 분석된다.CES에 등장한 신제품 및 기술을 통해 올해 IT 업계를 이끌어갈 주요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소니·샤프·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3D TV를 대거 출품했다. 지난해 개봉한 3D 영화 ‘아바타’ 이후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업체들이 3D TV를 출품한 것은 올해 TV 시장에서 3D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3D는 TV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DVD와 블루레이 디스크 등 콘텐츠 제작 및 유통과 관련해 새로운 기술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큰 수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특히 이번 CES에서 소니나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발광다이오드(LED) 또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한 부문에서만 3D TV를 선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PDP·LED 등 모든 부문에 걸쳐 풀HD 화질을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PC 업체들도 3D를 전면에 앞세웠다. 게임 등은 영상물과 달리 콘텐츠 자체가 3D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수년 전부터 콘텐츠 부문에서는 3D 대응에 대한 준비가 끝난 상태다. 그래픽 칩셋 업체 엔비디아(nVidia)는 특수 안경을 쓰고 3D로 게임 또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PC용 3D 모니터를 출시한 상황이며, 굵직한 게임 제작사들이 차기 게임들을 3D로 출시할 예정이다.3D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시장을 만들 것인지 여부다. TV 및 모니터 업체들, 게임 제작사, 영화사들은 3D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정작 3D TV 확산에 중요한 방송국들은 3D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직접적인 수익원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V 업체들은 방송사 및 콘텐츠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TV 업체들은 유니버설과 디즈니 등 메이저 영화사와 협력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소니처럼 콘텐츠 부문을 소유해 직접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3D TV 콘텐츠를 엮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쓸 수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한편 3D의 콘텐츠 제작 및 전송과 관련된 국제적 표준이 없어 이 부문도 빨리 해결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했던 중국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높은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대만이 아닌 본토 기업들이 대형 부스를 마련해 전략 제품을 내놨다. 하이얼·하이센스 등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 주위를 둘러싸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을 바짝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중국 업체들은 LED TV 등 평판 TV를 전면에 앞세웠으며, 하이센스는 3D TV도 공개해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회에 나온 제품들을 살펴보면 아직 국내 업체들에 비해 디자인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해에 비해 발전된 모습이어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하이센스(海信) 저우허우젠(週厚健) 최고경영자(CEO)는 CES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가전 사업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는 넷북에서부터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 기업용 노트북 등 다양한 PC를 선보였으며 아수스와 MSI 등 대만 기업들도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일체형 PC와 게이밍 PC 등을 공개했다. = 자동차에 IT를 접목하는 카트로닉스(Cartronics) 부문도 이번 CES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전시회장 어디를 가든 최신 자동차를 살펴볼 수 있었으며 각 업체들은 차량 내 IT 기술을 공개해 자동차와 IT의 결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엔비디아는 아우디에 자사 차세대 테크라 칩셋이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을 공개했다. 아우디 대표 차종인 A4, A8 등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이 내비게이션은 구글 지도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래픽 성능을 높여 럭셔리 브랜드 아우디 이미지에 맞게 비주얼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음악 앨범 커버 플로 기능 등을 제공한다.기아자동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유보 파워드 바이 마이크로소프트(UVO powered by Microsoft, 이하 유보)’를 공개했다.유보는 기아차가 MS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OS)로 휴대전화와 아이팟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차량 간에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공한다. 유보는 ‘당신의 목소리(your voice)’의 약자로 운전자의 음성으로 오디오와 미디어 기기가 작동되는 특징을 반영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음성인식 제어 엔진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쏘렌토R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에 판매되는 차량에 순차적으로 유보를 장착하며 국내를 포함한 다른 해외시장 차량에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이 밖에 기아자동차는 스티어링 휠에 햅틱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술, 휴대 인터넷을 이용해 페이스북 등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 지난해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이 내놓은 인터넷 TV는 TV에 인터넷선을 연결해 채널을 돌리는 것처럼 뉴스·날씨·금융 정보를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올해는 더 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TV로 즐길 수 있게 업그레이드된 제품들이 늘어났다.TV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사진을 넣어서 보는 전자액자(디지털 포토프레임) 부문에서도 인터넷과 결합한 제품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인터넷과 연결해 날씨 및 뉴스를 볼 수 있고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제품도 출시했다. 또한 소니는 뉴스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과 연동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자 액자를 선보였다.한편 이번 CES에서는 우리나라 싸이월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트위터·링크드인 등을 적용한 제품들이 특히 많아졌다.세계 최대 IT 전시회답게 참관객들의 스마트폰 사용 비율도 높아 아이폰과 블랙베리로 바로 e메일을 확인하거나 전시 관련 정보를 얻는 모습도 보였다. 주최 측인 CEA는 아이폰용 CES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전시회장 지도와 콘퍼런스, 업체 정보를 제공해 첨단 전시회 이미지를 보여줬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CES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조연설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CES 기조연설은 향후 IT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당대 최고의 IT 기업 대표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기조연설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CEO, 인텔의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CEO, 포드의 앨런 멀랠리(Alan Mulally), 노키아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Pekka Kallasvuo) CEO, 퀄컴의 폴 제이콥스(Paul E. Jacobs) CEO 등이 진행했다.CES에서 가장 큰 부스, 많은 제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는 꼭 국내 기업의 기조연설자가 등장하길 바란다.이형근 디지털타임스 기자 bruprin@gmail.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