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에 무슨 일이?

지난 1월 13일 법원 경매시장은 이날 보도된 초대형 물건 하나로 시끄러웠다. 이날 한 경매 정보 업체가 공개한 이 물건은 운영권 다툼으로 수년째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육영재단 소유의 부동산이었다.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두 필지(18번지 42호, 18번지 43호)로 감정가만 1275억 원, 규모는 1만5937㎡(구 4820평)에 이르는 초대형 물건이다. 필지별로 살펴보면 능동 18번지 42호는 2648㎡(구 801평)로 감정가가 79억4400만 원이고 18번지 43호는 1만3289㎡(구 4020평)로 감정가가 1196억100만 원에 달한다. 땅 위의 조경수도 경매 물건에 포함돼 있다.육영재단은 지난 1969년 어린이 복지사업을 위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에 의해 설립됐지만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아들 박지만 씨와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간 갈등으로 수년째 파행 운영되고 있다.한때 국내 최고 어린이 교육기관으로 이름을 날리던 육영재단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육영재단이 내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 차녀 박근령 씨가 이사장직을 맡은 후부터다. ‘공익 재단은 수익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 관할 성동교육청이 박 씨의 이사장직 해임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육영재단의 문제가 불거졌다. 그사이 재단 운영이 적자로 치달았다는 것이 육영재단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에 박 전 이사장 반대세력이 박 전 이사장 우호세력을 강제로 해임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지금도 자신들의 해임에 박지만 씨 등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두 필지를 경매 신청한 것도 당시 강제 해임된 재단 직원들이다. 허모 씨 등 채권자 9명은 지난해 서울동부지법의 강제 경매 개시 결정에 따라 8월 17일 이 두 필지를 경매 신청했다. 이에 육영재단 측은 9월 2일, 10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경매 이의 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경매가 시작됐다. “대상지 압류를 막을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현재 채권자들의 청구액은 4억4400여 만 원으로 감정가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금액이다.하지만 실제로 경매가 집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주변 역세권의 노른자위 땅이지만 교육청으로부터 개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용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고 채권자 청구액과 경매 물건 감정가의 차이가 워낙 커 취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9월에도 연회장·사무실·교육실·극장·육영수여사 추모회실로 구성된 어린이회관 과학관·문화관 건물 2개 동 1만9565㎡(구 5918평)가 채권자 조모 씨에 의해 경매 신청돼 감정가 121억4500만 원에 나왔지만 이듬해 6월 취하가 결정돼 경매가 취소된 바 있다. 이 물건은 당시 두 번 유찰되면서 입찰가가 97억170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 나와 낙찰 후 별도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이유로 낙찰자들의 외면을 받았다.이번 경매 신청에 대해 육영재단 관계자는 “부당 해고 등 모든 문제는 박 전 이사장 재직 시절 발생됐던 일이다. 당시 해임자들이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내 현재 항고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9명 중 4명과는 합의를 봤고 나머지 5명과도 빨리 합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육영재단은 관계자 간 갈등으로 10여 년간 부채가 누적된 상태”라면서 “육영재단이 합법적으로 어린이회관에서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당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육영재단과 관련된 소송은 현재 박지만 씨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주원이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주원은 서 변호사 외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과 황정규 전 동부지법 수석 부장판사가 함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