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개인 개발자들의 성공 스토리

스마트폰은 제조업체와 통신사에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에게도 또 하나의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개인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개인끼리 거래가 되는 것이다.벌써 대박을 터뜨린 개인들의 성공 스토리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TV CF에도 등장한 ‘베이비폰’의 개발자는 6000만 원,‘지하철알리미’를 개발한 대학생은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울버스’를 개발한 고교 2학년생은 서울시와 경기도 공무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괴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자본과 인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내다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베이비폰’, ‘지하철알리미’, ‘서울버스’의 공통점은 실생활에서 얻은 작은 아이디어가 제품화됐다는 것이다. 세 살배기 아기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릴 때 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휴대전화기를 빼앗으면 아기는 울 것이다. 전원을 끄면 신통하게도 다시 켠다. 아기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놀 때 ‘오작동되지 않도록 만들 수 없을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해보지 않았을까.그렇지만 생각만으로 그칠 뿐 현실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의 모습이다. 휴대전화기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거대 기업의 연구소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연구원들이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들이 호소하는 불편함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돈이 되는 수익 모델을 찾게 마련이다. 필요는 하지만 제조 업체가 만들어 주기 전에는 쓸 수 없었던 것이다.이러한 것을 개인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애플의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Apple App-Store)가 제공하는 10만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필요에 따라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PC에서 워드나 엑셀처럼 필요한 프로그램을 소비자가 선택해 깔듯이 스마트폰에서도 필요한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반쪽 스마트폰밖에 되지 않는다.결국 스마트폰의 핵심은 고성능의 하드웨어나 통화 품질이 아닌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다. 애플 아이폰의 아성에 도전하는 국내 제조 업체와 통신사들은 이를 뒤늦게 깨닫고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한 ‘T스토어’, ‘쇼앱스토어’ 등을 만들어 개인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09년 9월 T스토어를 시작했고 KT도 지난해 12월 쇼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앱스토어는 T스토어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들어가 있다.10만 개라는 프로그램은 기업이 만들어 제공할 수 없는 수치다. SK텔레콤은 2009년 2월부터 12월까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1000명 가까운 교육생들이 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이 과정 졸업생들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시상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개발자용 도구들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그렇지만 여전히 개인이 앱스토어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일단 성공을 거둔 일반인들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SK텔레콤의 TV CF에도 출연한 유재현 씨. 실제로 그는 ‘베이비폰’을 개발한 일반인으로, TV 출연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가 개발한 베이비폰은 1회 다운로드에 2900원인 유료 콘텐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SK텔레콤의 T스토어 유료 콘텐츠 분야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유 씨는 현재 직원 30명 규모의 벤처기업인 팜미디어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팜미디어는 이동통신사의 통화 품질을 측정하는 솔루션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다. 이렇게 말하면 그를 순수한 일반인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기존 회사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분야다.SK텔레콤은 T스토어의 매출을 개발자와 3 대 7로 나누고 있다(개발자가 70%). 안타깝게도 유 씨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재직하고 있는 회사 명의로 판매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본인의 것이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회사 디자이너의 솜씨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베이비폰은 아기가 누르는 번호에 따라 다양한 동물 그림과 소리가 나는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정한 사진과 음성이 나오도록 할 수도 있다. 정해진 암호를 입력해야 비로소 해제된다. 업무 시간을 활용하고 회사 인력을 동원했기 때문에 T스토어에 올릴 때 회사 명의로 한 것이다. 유 씨가 좀더 야심이 있었다면 디자이너에게 밥이나 선물을 사주고 개인 명의로 올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씨는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며 소탈한 반응을 보였다.내친김에 회사는 베이비폰2를 기획하고 있다. 동물 그림뿐만 아니라 악기·동요 등 다양한 유아용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영어 알파벳, 기초 한자 등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유 씨는 이 개발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회사로서는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돈 되는’ 블루오션에 도전하는 셈이다. 비록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수익을 직접 받지는 못하지만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되어 간접적인 보상을 받은 셈이다.여전히 언론 인터뷰가 어색한 유 씨는 “처음 TV에 나왔을 때 아는 사람들이 무심코 TV를 보다가 ‘어디서 많이 본 놈인데’라며 신기해하더라. 한 친구는 자신의 아내에게 ‘당신은 뭐 하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며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당시 SK텔레콤은 공모전에 입상한 10개의 프로그램 중 4개의 개발자가 직접 출연하는 광고를 방영했었다.추운 겨울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린 기억이 있다면, 버스 위치와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애플 아이폰 전용 ‘서울버스’가 꼭 필요할 것이다. 이를 개발한 것은 현재 경기고 2학년인 유주완 군. 서울버스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버스 안내 시스템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가져온 뒤 GPS 기능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바일 버스 위치 안내는 정류소 고유번호(예: 02-207)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GPS를 통해 이를 해소했다.‘서울버스’는 2009년 12월 3일 올린 뒤 하루 1만 명이 다운로드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서울시의 정보를 이용했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경기도와 서울시는 “GPS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자가 이를 활용했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공무원들의 일을 대신 해 줬는데,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막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 “공무원스럽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서비스를 재개하도록 했다.유 군의 작품은 서울버스뿐만 아니라 한글 초성 검색을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아이폰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초성 검색 기능인 ‘콘택츠’를 0.99달러에 올려 5000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도 30%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유 군은 2008년 정보보호올림피아드 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도 서울시교육청 주최 ‘정보의 바다 탐구대회’에서 교육감상을 받았다. 현재 카이스트(KAIST) 전자전산학부 진학을 꿈꾸고 있다.유 군의 경우도 개인의 특출한 능력 때문에 유명세를 탄 것이었지만 앱스토어가 없었더라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들고 개발 업체를 찾아다니며 팔아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업체는 또 통신사를 찾아가 납품을 요청하는 경로를 거쳐야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 군의 아이디어는 묻혀버릴 가능성도 크다.‘지하철알리미’는 미리 도착역을 입력해 놓으면 열차 안에서 졸더라도 내릴 역이 되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애플OS나 윈도 모바일이 아닌 ‘위피C’ 기반으로 만들어져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로도 사용할 수 있다. 유료(1900원)이지만 2009년 12월 말 2만5000건을 넘어섰다. 화장실 유무와 위치, 보관함, 자전거 보관대, 연계 버스나 주변 지역 정보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들도 담았다.개발자인 이민석 씨는 대학생이다. SK텔레콤이 2009년 9월 9일 T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실시한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지하철알리미로 1등을 차지했다. 현재 이 씨는 유럽 배낭 여행으로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지하철알리미는 서울버스와 달리 GPS 기능 대신 역마다 설치된 중계기의 신호를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등과 갈등의 소지가 전혀 없다. 이 씨는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도권 500여 개의 역을 모두 답사하는 발품을 팔았다.앱스토어에 오른 모든 프로그램들이 다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공을 꿈꿀 수 있다는 매력도 존재하고 있다. 우주로켓인 나로호를 쏘아 올리는 게임 ‘나로고고’로 T스토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서현철 씨는 대학생이면서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프로그래머다. 서 씨 역시 T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SK텔레콤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매주 토요일 7시간씩 한 달(4회)간의 교육을 수료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 경력자인 서 씨는 “예전엔 경력이 있어도 독립적으로 만들고 올리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개인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좋다. 그전엔 아이디어가 좋아도 회사를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며 앱스토어의 장점을 얘기했다.서 씨는 나로호 발사 장면을 보면서 게임으로 만들기로 한 뒤 대전 과학기술원에 내려가 로켓과 인공위성 등을 보며 작동 원리를 조사했다. 게임이기 때문에 용량이 커서 3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이 들었다. 게임을 짤 만한 실력을 가진 대학생을 주위에서 모았다. 인건비가 없는 대신 공동 개발로 하고 입상하면 수입을 나눠 갖기로 했다. 1차 공모전에서는 ‘나로고고’로 장려상을, 2차에서는 ‘스나이퍼’로 장려상을 받았다.나로고고는 T스토어에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서 씨는 수정·보완을 거쳐 올해 나로호 2차 발사 시기에 맞춰 2탄을 내놓을 계획이다.서 씨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T스토어가 제도적으로는 훨씬 매력적이라고 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연간 10만 원을 등록비로 내야 하고, 영어로 되어 있고, 프로그램 검증 기간도 4주가 걸려 문제가 생겨 수정하고 다시 올리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T스토어는 한글로 되어 있고, 검증 시스템이 자동화돼 프로그램을 올리면 1주일 만에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서 씨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개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만나 협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게임의 경우 시나리오·그래픽·사운드·기획 등 많은 인력이 들어 개인이 개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개발자 챌린지 2009’에서 공동대상을 수상한 신석현 형아소프트 대표의 ‘옴파스 월드 시티’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이용한 정보 제공 시스템이다. 지자기 센서와 GPS를 결합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비추면 주요 위치 정보가 화면에 뜬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들고 특정 방향을 가리키면 비치는 영상 방향으로 어떤 건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뜬다. 길을 헤맬 때 휴대전화를 들고 360도 돌면 그중에 내가 찾는 건물 이름이 나오는 방향으로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삼성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신 대표는 서울시 2030 청년 창업센터 지원을 통해 회사를 설립한 1인 기업 창업자다. ‘옴파스 월드 시티’로 받은 상금 1억 원은 새로운 기술을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신 대표는 “AR의 경우 위치 정보, 방위각 정보, 카메라 영상정보, 화면에 정보를 중첩하는 오버레이 기술 등 보다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생활 정보를 더 보강한 뒤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