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초 컨센서스 점검

미래의 주가를 알 수 있다면 주식 투자로 돈 버는 것은 시간문제다. 싸게 사서 충분히 비싸졌을 때 팔면 된다. 그런데 앞으로의 주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게 있다면 미래의 주식 가격이 기업 실적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뿐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을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물론 미래의 실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참 어렵다.기업 실적을 직접 예측하는 대신 컨센서스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컨센서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실적 예상치들을 집계한 것이다. 집계하는 방식은 평균이 가장 일반적이고 중간값을 사용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해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각자의 예상치를 제시하고 있을 때 이를 평균한 것이 영업이익 컨센서스다.컨센서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적 전망치 자체로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가에 반영된 실적 기대치로 이해하는 것이다. 전자로 해석하면 실적 전망치가 높을수록 좋고, 후자로 보면 낮은 것이 낫다. 실적이 높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대치가 높은 것은 주가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컨센서스를 참고할 때는 항상 이러한 양면성을 감안해야 한다.올 연초 컨센서스 전망치에 따르면 2010년 상장기업 실적은 매출 8.6%, 영업이익 36.9%, 순이익 36.8%가량의 증가세가 예상된다(시가총액 상위 130개 비금융사 기준). 이 정도의 이익 성장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올해 코스피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를 주식시장에 반영된 실적 기대치로 해석하면 이익 증가에 대한 눈높이가 다른 해보다 높다는 측면에서 달갑지 않다. 연초 컨센서스가 낙관적이고 기대 수준이 높을수록 당해 연도 주가수익률이 저조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표1>을 보면 영업이익 증가율 예상과 연간 코스피 수익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올해 연초의 컨센서스 영업이익 증가율 예상은 35%를 상회한다. 2002년 이후 영업이익 증가율이 35%를 넘은 적이 없다. 연초 컨센서스끼리 비교해도 2002년, 2008년 다음으로 높다. 연초 컨센서스 전망에 반영된 낙관적 편향의 강도를 보건대 2010년 연말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크게 높지 않을 전망이다.일반적으로 연초 컨센서스는 낙관적이게 마련이고 2010년 이익 추정이 아직 정교하지 못한 시점이다. 그러나 연초 컨센서스 전망이 높다는 것은 부담이 된다. 실적 기대감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유발함은 물론 향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확인되면 주가 충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또 한 가지 측면은 경기 정점에서 실적 기대감이 높다는 점이다. 예년에 비해 높은 연초 컨센서스가 경기 정점의 영향이라고 본다면 경기 둔화에 따른 주가 디스카운트가 시작될 수 있다.실적 호전이 높은 주가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매년 초 당해 연도 영업이익 및 순이익 증가·감소 그룹을 만들어 본 뒤 이들의 동일 가중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측정해 보면 이익 증가 종목군은 이익 감소 종목군에 비해 높은 초과 수익을 낸다.문제는 어떻게 당해 연도의 실적을 미리 알 수 있는지인데, 사실 이는 모든 투자자들의 숙제일 것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해서 컨센서스 이익 전망을 당해 연도 실적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연초 컨센서스 이익 전망이 실제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실적이 연초 컨센서스보다 더 좋은 즉 실적 서프라이즈 종목은 고수익을 보장한다. 실적이 떨어지더라도 컨센서스 기대치를 상회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서프라이즈 베팅에 있어서도 당해 연도 실적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빈번한 기업 방문과 복잡한 계산 모델을 통해 만들어진 컨센서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컨센서스상의 실적 호전 예상은 초과 수익을 담보하지 못한다. 실적 전망이 주가에 선반영되기 때문이다. 초과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주가에 녹아 있는 예상치를 기업 실적이 상회하느냐 아니냐의 여부다. 주가에 반영된 기대치가 높으면 달성하기 어렵고 달성하지 못하면 주가는 저조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적 호전, 즉 이익 증가 예상 종목군이 이익 감소 예상 종목군보다 오히려 불리하다. 이익 증가 예상 종목군은 대개 주가 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컨센서스 전망치를 상회하기 어렵다.반면 이익 감소 예상 종목군은 기대치가 낮아 주가 부담이 적고 실적이 전망치를 상회하기도 쉽다. <표3>에서처럼 연초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당해 연도 영업이익 및 순이익 증가·감소 예상 그룹을 각각 만들어 보고 주가 수익률을 조사해 보면 이익 증가 예상 종목군이 이익 감소 예상 종목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해가 많지 않다. 최근 8년 동안 영업이익 기준 1개년, 순이익 기준 3개년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연초 컨센서스상의 이익 감소 예상 종목군이 이익 증가 예상 종목군보다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올해 연초 컨센서스에 따르면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종목의 11%만 감익이 예상되고 89%는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시가총액 상위 130개, 비금융사 대상). 2002년 이후 증익 예상 종목군의 절반 이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45% 이상의 종목에서 연초 컨센서스 대비 실적 쇼크가 발생할 전망이다. 주가에 부정적인 실적 쇼크 위험이 다른 해보다 크고 이를 회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익 감소 예상 종목군으로 관심을 돌리면 상황은 나아진다. 이익 증가 예상 종목군보다 실적 쇼크 위험이 적고 기대치가 낮아 밸류에이션도 싸다. 따라서 이익 증가 기대 종목군 대신 이익 감소 우려 종목군에서 유망 종목을 찾는 역발상이 가능하다.연초 컨센서스상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되는 종목 중 밸류에이션이 저렴하고 추정치 상향 기조가 살아 있는 종목은 LG화학·KCC·한국타이어·호남석유·CJ·한화석화·케이피케미칼 등 7종목이다. 이들 기업은 고평가 부담이 없고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올 연말까지 안전한 초과 수익을 기대할 만하다.정재현 KTB증권 애널리스트 jhjung17@ktbsecurities.com